<불씨>, 지요하 시집, 화남, 2012
"내 목적시들은 이 땅의 현실상황 속에서 빚어진 뜨거운 기도"

 
충청남도 태안을 중심으로 문학 활동을 해온 작가 지요하(막시모) 씨가 두 번째 시집 <불씨>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행사나 모임 자리에서 발표한 축시, 헌시, 추모시 등 이른바 ‘목적시’들만을 모았다. 지요하 씨는 시집 서두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내 목적시들은 대개 이 땅의 현실상황 속에서 빚어진 뜨거운 ‘기도’들”이며 “석양빛 속에서 더욱 뜨겁게 살고자 하는 간절한 외침이기도 하다”고 썼다.

시집 <불씨>는 크게 네 부분으로 이뤄져 1부에는 추모시들을, 2부에는 축시와 기원시를 실었다. 3부에는 여의도에서 열린 천주교 시국기도회,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등 ‘현장’에서 쓴 시를 모았고, 4부에는 주로 새해를 맞이해 쓴 시들을 담았다.

3부에 실린 시 <불씨>는 7월 2일부터 쌍용자동차 희생 노동자 분향소가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봉헌하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월요 미사에 참여하며 짓게 된 것으로, 7월 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발표됐다. 작가는 지난 8월 27일 월요 미사에서 이 시를 낭송했다.

‘쌍용’이라는 이름의 벼랑에서 산화하여
불씨가 된 스물 두 명의 생령들이
우리와 함께 있다
결코 꺼지지 않을 불씨를 안은 가슴으로
불꽃이 가져올 생명의 열매를 향해
오늘도 또 내일도 뜨겁게 나아가자!
(<불씨> 중)

▲ 8월 27일 대한문 앞 월요 미사가 끝날 무렵 시 '불씨'를 낭송하는 지요하 씨 ⓒ문양효숙 기자
지요하 씨가 ‘시인의 말’에서 썼듯 시집 <불씨>에 실린 시들은 “간절한 외침”이기도 하며 “기도”들이다. 그렇기에 어떤 시는 긴 기도 끝에 “아멘”으로 끝나고, 어떤 시는 남북화해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구호로 마친다.

꾸밈없고 직설적인 느낌을 전해 주는 그의 시는 오늘도 작가의 가슴에 흐르는 “저 60년대 청년 시절의 여울”(<이래수 형님을 그리며> 중)을 느끼게 한다. 이는 지요하 씨가, 인간의 고통이나 생태계 파괴에는 무심하면서 “오로지 시만을 사랑하며 사는 /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 우리의 순수한 시인들”(<순수한 시인들> 중)을 비판하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2011년 5월 여의도 거리 미사에서 낭송한 시 <나는 생각하고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도 단호하게 “허나 편안히 앉아 기도만 하는 신자이기는 싫다”, “천하태평인 문사이기는 싫다”고 말한다.

지요하 씨는 1948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문학>지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 · 단편소설과 150여 편의 시를 발표했다. 공주영상정보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총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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