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김유철]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시험이 백일도 채 남지 않아서 수험생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는 오늘이다. 칼럼의 주제는 아니지만 분명 이 나라의 입시제도와 진학과정은 분명 바뀌어져야하고, 목 조르는 교육이 아니라 숨 쉬고 행복한 교육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일들을 해나가야 하는 나라의 가장 으뜸 자리인 대통령을 선택해야하는 이른바 대선도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들은 당내 경선 일정으로 후보자를 선별하는 과정을 치르고 있다. 이미 경선의 예선에서 몇몇 후보들은 탈락 했고, 본선을 치르면서도 진짜 승부를 해야 하는 여야의 후보들은 아직 진검을 뽑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이른바 ‘은인자중’하며 물밑에서 ‘때’를 기다리는 몇몇의 영웅호걸들도 이미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다. 이제 곧 한 판이 시작될 듯하다. (새누리당은 18대 대통령 후보로 대한민국 5대, 6대, 7대, 8대, 9대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의 딸이 한나라당 전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로 확정했다.) 

▲ 박근혜의 국민행복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는 왜 선거에서 실패했을까?

박정희부터 시작된 군인 출신의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로 맥을 이었고 이어서 문민정부를 처음 표방한 김영삼 이후 김대중, 노무현으로 나라의 헌정사는 이어졌다. 그러고 나서 현재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숨 가쁘게 정권의 탄생과 몰락을-어쩌면 비슷비슷한 과정의- 시대극을 보듯이 지내왔다. 때론 손가락질과 욕지거리를 섞어서 술판의 안주로 삼지만 변함없이 정치판을 위해 아니 이 나라의 앞날을 위해 선거일이 오면 유권자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지닌 채 투표장으로 향하곤 했다. 그것이 어찌 보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몫인 것처럼 느껐다.

지금도 대선후보로 일컬어지는 김씨, 문씨, 박씨, 안씨, 임씨, 손씨 정씨 등등을 말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씨, 문씨, 박씨, 안씨, 임씨, 손씨, 정씨 개인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5년 후 또다시 몰락하는 정권의 예비자를 뽑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이 올바르고 훌륭한 대통령 선출에 있어서 실패를 거듭했다면 그것은 김씨, 문씨, 박씨, 안씨, 임씨, 손씨, 정씨 등등으로 불리는 한 사람을 뽑는데 급급했기 때문인 것이다.

‘고소영’과 ‘강부자’, ‘만사형통’은 다시 온다

흔히 대통령 선거를 할 때는-다른 선거도 그렇지만- 사람 됨됨은 물론이지만 그가 속한 정당이 내걸은 정책을 보라고들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정책에 그칠 일은 아니다. 그 정책을 만든 많은 구성원들은 정권을 잡음과 동시에 청와대와 입법, 사법, 행정부는 물론이고 각종 국영기업체와 정책연구소의 중요자리를 차지 할 것이기에 대통령 입후보자와 함께 그를 둘러싼 인적 구성원에 대한 검증은 중차대한 일 중의 하나이다.

그런가하면 정권몰락의 신호탄은 늘 그래왔듯이 대통령의 일가친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을 둘러싼 사돈의 팔촌까지가 모두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하며 그들이 살아온 과정 역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대통령 입후보자의 측근과 피붙이들이 모두 성인군자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간의 그림자만 보더라도 그 정권이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해 나갈지를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에 소홀한 연후에야 우리는 ‘고소영’와 ‘강부자’, ‘만사형통’의 ‘영포라인’이 쓰나미처럼 휩쓸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다. 하기는 전두환 시절의 ‘하나회’가 30여년이 지난 오늘도 곳곳에서 부활하고 있으며 현직 국회의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의 영생불멸의 비법에는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만다.

올바르고 옹골진 언론이 필요하다

이런 검증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국회 청문회나 검찰의 중수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언론이 언론으로 있어야 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르게 걸어가고, 옹골지게 보도하는 언론이 무서운 것이며 눈엣가시가 되는 것이다. 그토록 현 정권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종편’이라 불리는 편파방송국 세우는데 무리수를 둔 것하며, 언론인들이 파업을 하든 말든 낙하산 인사를 동원한 방송국 사장자리에 매달린 이유이기도 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2009년 코미디보다 못한 뻘짓으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통과시킨 미디어법의 중요성 역시 같은 이유인 것이다.

그 날이 멀지 않다

자! 얼마 남지 않은 대선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은 무엇을 원할 것인가? 대통령은 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결코 한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은 권력을 찾아 떼거리로 몰려오는 집단이다. 깨어 있는 시민이 깨어 있는 언론을 통해 제대로 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그 날이 멀지 않다.

내가 원하는 대통령

대통령은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통령은 그의 가족과 배우자와 사돈들을
대통령은 그의 자식과 자식의 선생님을
대통령은 그의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을
함께 뽑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통령은 한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은 그가 걸은 길과 바라본 하늘을
대통령은 그가 다녀온 여행과 여행지에서 느낀 것을
대통령은 그가 읽은 책과 듣고 있는 음악과 보고 있는 방송을
대통령은 그가 뿌려논 생각과 말과 발걸음을
함께 뽑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통령은 한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은 하늘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통령은 땅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통령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통령은 그토록 넓고 크고 많은 것들 앞에서
함께 뽑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김유철 (한국작가회의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대표. 저서 <그대였나요>, <그림자숨소리>,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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