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주교님께 새해인사를 올립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CEO 출신 이명박씨가 도덕적으로 많은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내세워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것은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어쩌면 향후 우리 사회가 약육강식, 무한경쟁의 살벌한 격투장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새 대통령은 이제 서울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송두리째 하느님께 바치겠다고 한껏 목청을 돋울지도 모릅니다. 그래섭니다. 한국천주교회는 더 늦기 전에 그간 적지 않게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세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의 자체정비와 개혁이 불가피한 요소라 사료되어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 10월 29일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이 마련한 심포지엄에서 안승길 신부님이 제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 교구장 선출과 임기에 대하여

현행 주교와 교구장 임명제도는 전근대적인 방식입니다. 바티칸은 분명히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임명할 터인데 그 과정을 저희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철저히 비밀에 붙여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너희는 몰라도 된다시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는 교구장, 낙하산도 이런 낙하산이 없습니다. 게다가 한번 교구장은 영원한 교구장입니다. 지금은 바티칸의 결정이 곧 하느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 아닙니다. 교회법에 주교나 교구장 임명은 오직 교황의 고유권한이라고 못 박혀 있다면 적어도 추천인과 추천과정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것조차 어렵다면 우선 가능한대로 각 교구의 총대리만이라도 신자들이나 사제들이 선출하고 정해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2, 교구의 벽을 넘는 사제 인사이동

벌써 몇 년 전에도 중앙 일간지에 칼럼을 통해서 제안했었습니다. 점점 벌어지는 도시와 농어촌의 간격을 좁히고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 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각 교구장들께서 합의만 하시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전면적인 실시가 시기상조라면 희망하는 사제들에 한해서 시범적으로 실시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3, 부제 실습기간을 3~5년으로

날이 갈수록 전국의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사제들의 양(量)에 비해 질(質)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금의 신학교 편제나 커리큘럼, 또는 교수진 등은 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제안입니다. 공부를 마친 학생들이 사제품을 받기 전에 학교를 떠나 개신교의 전도사처럼 각자의 전공을 살려 3~5년 정도 실습을 하는 것입니다.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성소를 잃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보면 절대 인력 손실이나 시간 낭비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4, 비판적인 언론매체의 지원 육성

사회나 교회나 비판기능이 막히면 발전은 고사하고 썩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우리 교회의 언론매체에는 도무지 비판이란 게 없습니다. 온통 자랑과 찬양 일색입니다. 체질개선이 절실합니다. 주교님들이 결심만 하시면 지금의 인력과 시설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대신에 교회 책임자들의 겸허한 자세가 요구되겠지요. 주교님들의 살신성인을 기대합니다.

한정된 지면이라 자세한 부연 설명이 어렵습니다. 주교님께서 이 나라와 교회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깊이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도 주님께서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호인수 20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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