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주말 영화] <파닥파닥>, 이대희 감독, 7월 25일 개봉

무려 5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 대작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아름답고 잔혹한 수작이다. "자유를 향한 필사의 몸부림", "고등어의 횟집 탈출이 시작된다!"라는 포스터의 카피 문구가 시사하듯이, 이 작품은 '고등어판 처절한 쇼생크 탈출'이다. 자, 그러니 <니모를 찾아서>와 같이 어린이용 환상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잊으시길……. 이제 어른들이 이 애니메이션의 사실적인 물고기 움직임을 보며 세상에 대해 고찰할 때이다.

남자중학교의 폭력적 위계질서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날카롭게 한국 사회를 비판한 독립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작년에 개봉해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인 흥행 성공을 이루었고, 급기야 지난 5월 칸느영화제에 초대되어 한국이 더 이상은 세계 애니메이션의 하청공장이 아니라는 점, 독자적인 애니메이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 독립영화로서는 초대박인 3만 관객을 기록한 <돼지의 왕> 이후 차기를 이어갈 한국형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던 중, 드디어 <파닥파닥>이 개봉한다. <돼지의 왕>이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에 비해 단순하고 소박한 작화를 선보였다면 <파닥파닥>은 애니 특유의 화려함과 디테일을 살렸다.

영화 속 동해안 바닷가의 횟집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은 사실주의 기법으로 꼼꼼하게 묘사해내고, 수족관의 물고기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캐릭터 하나하나에 개성을 심어 풍부한 표정을 만든다. 횟감으로 도마에 올려지기 직전에 처해 있는 작은 수족관 속 물고기들의 애처로운 생의 의지를 바라보면서, 관객은 이 물고기 세계가 사방이 막혀 있으며 엄청난 경쟁 체제로 유지되는 우리 사회를 상징하고 있음을 곧바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고등어 '파닥파닥'. 그는 양식장에서 자란 대다수 물고기들과는 달리 바다에서 온 자연산이다. 그래서 늘 바다를 꿈꾸며 무모한 탈출을 시도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 남아 작은 수족관 세계를 통치해온 지배자 '올드넙치'는 고등어 파닥파닥과 긴장된 갈등관계를 형성한다. 고등어의 탈출을 위한 필사의 사투와 작은 세계의 권력자 올드넙치와의 갈등은 영화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두 축으로 기능한다. 여기에 파닥파닥을 통해 바다를 꿈꾸게 된 놀래미, 이성적인 현실주의자 아나고, 올드넙치에 줄을 서서 목숨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기회주의자 줄돔, 냉소주의자 도미, 꿈도 희망도 없이 현실에 충실한 안주자 농어 등 다양한 물고기 종들은 인간사회의 보편적인 인간 군상을 패러디한다.

▲ "너 빨리 우리처럼 죽은 척 해!" "이렇게 해야 살 수 있어요!"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단순하다. 우연히 그물에 낚여 수족관으로 오게 된 고등어 파닥파닥이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 순응하는 수족관 물고기 사회에 '바다로 향하는 꿈'을 이야기한다. 파닥파닥에게 동조하는 무리와 수족관 안에서 최후를 최대한 지연하는 게 지상 목표인 무리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결말로 향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여느 잘 짜인 서스펜스 스릴러를 보는 긴장감과 다를 바 없다. 횟집 수족관 활어들의 몸부림은 갑갑한 도시에서 규칙에 따라 짜여진 대로 생활하는 현대인을 비유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현실을 유비하기 위해 처절한 분위기만 유지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애니메이션 장르 특유의 환상성을 잘 활용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기대하는 뮤지컬 장면이 고등어가 꾸는 꿈을 표현하기 위해 적절하게 배치된다. 바다 속 세상을 꿈꾸는 물고기들의 꿈은 2D 애니메이션을 통해 단순한 선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풍부한 질감의 수족관 세계와 대비되어서, 의인화된 물고기의 비현실적인 희망을 전하기 위한 적절한 표현 수단이 된다.

세상은 욕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는 자들이 세상을 진보시킨다. 불가능한 희망을 품은 주인공 파닥파닥은 자신의 최후와 상관없이 수족관 활어들의 가슴속에 새로운 불을 지폈고, 그리고 기필코 꿈을 이루려는 자들이 그 뒤를 잇는다. 누군가 말한다.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살아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세상을 바꾸려는 그의 꿈은 비천한 세상을 살아가는 희망이 될지니.

<파닥파닥>은 환상, 유머, 꿈, 비애와 기쁨이 한데 버무려져 화려한 앙상블을 이루며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할 것이다. 지친 일상에 대한 힐링을 기대하는 어른과, 우화적인 교훈과 즐거움을 기대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좋을 한국형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이 작품은 한땀한땀 진화하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재형이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동국대, 수원대 출강 중.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편애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도구인 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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