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신앙의 해' 연수회 열어 한국 교회의 과제 토론

6월 13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는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각 교구 사목국 대표자와 관계자 46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앙의 해' 연수를 열었다. 신앙의 해 선포의 배경과 의미를 알아보고 이 기간을 한국 교회가 어떻게 보낼지 의논하는 자리였다.

박선용 신부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주교대의원회의, 신앙의 해 … 신앙 위기 극복하려는 노력"

박선용 신부(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는 이 연수회 발표문에서 "교황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겪고 있는 신앙의 위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와 '신앙의 해'를 통해 잃어버린 신앙의 활력을 되찾는 신앙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복음화'는 20세기 후반의 급격한 사회 변동과 함께 교회와 신앙의 위기를 겪으면서 1980년대 이후에 등장한 개념으로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을 표어로 삼고, 기존 '복음화' 개념의 본질적 내용은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기능적 · 방법적 측면을 보완하고자 한다.

박선용 신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9월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한 일과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2012년 10월에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 이어진 '신앙의 해' 선포를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소개했다. 박선용 신부는 이러한 과정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늘의 교회와 세상에 던지는 하느님에 대한 담론"이라며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영향으로 하느님에 대한 담론 자체가 외면 받는 현실에서 교황의 행보는 담대한 거보"라고 평가했다.

엄재중 연구원 "세상에 파견되는 사람으로서의 신원 의식 북돋우는 신앙교육 필요"

한편, 엄재중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연구원은 발표문에서 교황이 자의 교서 <믿음의 문>을 통해 지적한 '신앙과 사회적 삶의 분리 현상'은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의 통계 지표나 일선 사목 현장에서의 체감을 통해 드러나는 일이라며 "이를 극복하고 신앙생활이 다양한 삶의 양상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의 총체적 전제임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회적 노력이 필요한지" 논했다.

엄재중 연구원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제 개요>(Lineamenta) 6항에서 설명하는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한 6가지 분야'(문화 분야의 '세속주의', 사회 · 커뮤니케이션 · 경제 · 과학 · 정치 분야)와 이에 대한 '한국 교회의 답변'을 중심으로, 신앙의 해를 맞이하는 한국 교회의 과제에 관해 세밀하게 성찰해 눈길을 끌었다. <의제 개요>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각계 의견을 모아 만드는 일종의 토론 자료로서, 2011년 2월 2일자로 발표된 <의제 개요>에는 각 지역 교회에 던지는 설문 문항들이 포함됐다. 이에 대한 한국 교회의 답변서 마련을 위한 워크숍이 2011년 6월 27~28일에 각 교구 대표자와 해당 사목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엄재중 연구원은 신앙의 해를 맞이한 한국 교회의 사목적 과제로 '세속주의 시대의 신앙교육'과 '다종교 상황에서 복음의 재발견', '신앙의 식별과 실천을 위한 사회교리'를 꼽았다.

특히, 그는 신앙교육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신앙의 문제와 관련해서 능동적으로 질문하지 않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교계 제도와 성사 생활 안에서 그냥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답 교리서가 가시적으로 또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교회가 개별 신자의 질문마저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신앙적 태도 안에서는 교회의 성사들마저 단순한 긍정만을 요구할 뿐 나 자신의 삶의 문제나 고민에 대한 신앙적 성찰을 용인하지 않게 되는데, 이것이 극단화될 경우에 신앙적 활력은 급격히 쇠퇴하고 기계적인 자동 반복만 남을 우려도 있다."

엄재중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강의식 · 주입식 교육, 질문과 답변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신앙교육에서 벗어나 신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신앙적 질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 나서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예수님의 신앙 교육 방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사람들의 삶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믿으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대화와 비유를 통하여 복음을 전하시고, 그 복음의 빛으로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권고한 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에 동참할 것인지 여부를 주체적으로 결단하라고 촉구하셨다"고 전했다.

또한, 엄재중 연구원은 "한국 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각종 신앙 교육과 사목 활동은 어느 교구, 어느 본당 신자로서 '교회 안에서의 삶'에 비해, 파견된 사람으로서 '세상 안에서의 삶'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강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먼저 교회의 성사들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교회의 성사들이 교회 안에서 베풀어지지만 그 성사의 은총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온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원의에 따라 세상 전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신자들의 사회적 삶이 주일의 미사 전례 안으로 모여들어 공동체와 함께 하느님께 올려지고, 또 거기서 힘을 받아 한 주간을 파견된 사람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살아가는 순환적 신앙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담 원인 1위는 '생계' … 가난으로 인한 신자 위계화 넘어설 '돌봄의 사목' 활성화해야"

'가난'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톨릭신문사가 2007년 조사 · 발표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서 냉담 원인 중 '생계나 학업'이 42.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교회의 신앙 교육과 사목 활동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신자들이 생계 문제로 성당에 오기 힘들다는 것은 주일에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아니면 헌금이나 교무금, 성전 건축 기금 등 돈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인데 "교회의 현실은 아직도 이에 대한 깊은 사려와 사목적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엄재중 연구원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의 현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사회 문화적 편견과 구조"라며 "교회는 가난이 만들어내는 공동체 내 신자들 간의 위계화, '신체적 불편'을 '장애'로 인식하게끔 하는 성전 구조와 이보다 더 넘기 힘든 차별적 시선 등에 대한 비판적 신앙교육과 이들을 공동체적 삶 안에서 충분히 배려하는 '돌봄의 사목'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엄재중 연구원은 "신앙 교육은 교리실 안에서보다 먼저 이 신앙 공동체의 삶을 통한 실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천주교회는 아직까지 외적인 이미지만 놓고 보면 그 어느 종교나 교파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에 대해 호감을 품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입교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사람들이 막상 교회 안으로 들어왔을 때 자신의 이미지와 상충되는 교회의 모습을 발견하고 당혹해 한다"며 "공동체의 살아 있는 증언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신앙교육은 공허하다"고 비판하고, 교회가 '그리스도의 성사'로서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앙의 해 연수회 자료집 전문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홈페이지(http://pastor.cbck.or.kr) 자료실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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