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수 신부의 사제로 살며 생각하며]


총선도 끝나고 예상한 대로 여당이 절대다수가 되었으니 무소불위의 힘으로 은밀한 저들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겠지! 생각 할수록 암담하고 답답하다. 그러니 운하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실천에 들어간 ‘생명 평화 순례단’은 대단해 보인다. 존경스럽다. 마음으로나마 그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지난 주 내가 우연히 가게 된 곳이 하나 있다. 문경 새재 옛길과 상주 낙동강 가에 있는 경천대 (擎天臺)라는 곳이다. 평소 내가 신세지던 수녀님 한분이 계시는데 그분을 위해 하루 여행으로 찾은 곳이다. 조령관문을 넘는 산행을 한 후, 문경에 살고 있는 아는 부부를 불러내어 안내 받아 찾아 간 곳이다. 그곳은 상주시에서 발행한 관광안내 리플렛에 이렇게 설명된 곳이다. “ 경천대는 낙동강 1,300리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부여 낙화암, 충주 탄금대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절경 중의 하나이다. 깎아지는 기암절벽과 굽이쳐 흐르는 강물, 울창한 노송 숲, 하늘이 스스로 만들었다하여 자천대(自天臺)라 하였으나 1645년 이후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으로 경천대 (擎天臺)라 불렀음”

설명 그대로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강가 절벽 위에 세워진 전망대에 올라가니 강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굽이굽이 돌아나간다. 강은 문경 쪽에서부터 시작되어 넓은 상주 들판을 적시고 아래 구미 쪽으로 흘러내려간다. 발아래 강물은 맑아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고, 강이 굽어지는 곳에는 은모래가 쌓여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깊어 휘돌고 있었다. 강둑제방 너머 양쪽으로는 넓은 들녘이 펼쳐 저 있어 넉넉한 어머니 품 같다. 구불구불 흐르는 강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한 마리 용처럼 보인다. 아! 멋지구나!! 아! 고맙구나! 넓은 들판을 적시며 흘러, 지나가는 곳마다 생명을 낳고 살리는 강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여지없이 어머니 젓줄 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뱃길을 내겠다고? 그 아름다운 경관을 다 훼손하면서, 그 젖줄에서 생명을 얻을 수많은 생명을 죽이면서? 이것은 추잡한 발상이다, 그것이 얼마나 해괴망측한 짓인지를 정말 저들은 모를까? 우리는 그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면서도 운하를 만들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상주에서 문경으로 돌아올 때는 강을 끼고 난 한적한 길을 택했다. 곳곳에 늪지대가 보인다. 온갖 생물들이 번식하는 최적의 장소다. 저런 것이 운하로 인해 없어진다? 그 손해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현지에서 보니 운하의 부당성이 더 잘 보인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강폭이 넓었다, 좁아졌다 하는 곳도 많은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일괄 넓히고 직선화해서 물을 가두고 배가 다니기 좋게 했을 때 지금의 강이 갖고 있는 그 강의 기능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때 보이지 않는 그 손해는 또 무슨 이득이 있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단 말인가? 우리를 안내한 그 부부는 오가면서 저기가 앞으로 물류기지가 될 자리라고 알려준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런 개발로 이득을 기대하고 찬성하지만, 자신들이 볼 때 현재로선 배로 실어내갈 물류도 들어올 물류도 전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산과 물을 찾아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서 감탄과 걱정을 동시에 느꼈던 하루였다.

아침에 떠날 때는 수녀님 위해 꽃구경과 물 구경 둘 다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간다고 한 것이 딱 들어맞긴 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길도 달렸고, 아름다운 낙동강의 절경도 감상했다. 거기다 덤으로 우리만의 강 순례도 된 셈이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여행이었다. 우리를 안내했던 부부가 한 말이 여운으로 남아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난 두 번의 선거로 실망한 그들이다. “이곳 사람들 운하를 반대하면서도 다 한나라당이에요. 그래도 운하 반대 데모하면 나가야 되요?” 아무래도 몸으로 저지해야만 할 때가 올 것 같다!

송병수(시몬) /수원교구 평택 비전동 성당 주임신부
                      200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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