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카페]

인류가 언제부터 앉아서 오줌과 똥을 눴는지 큘라 아줌마는 잘 모릅니다. 더군다나 언제부터 여성은 앉아서, 남성은 서서 오줌을 싸기 시작했는지 더더욱 알지 못합니다. 공중화장실에서 가장 민망한 상황은 남자들이 오줌 누는 변기가 외부로 개방되어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볼 일을 보는 남자들의 뒤 혹은 옆모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남녀의 차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한 가지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후배가 아들 돌 사진이라며 사진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그 사진에는 벌거벗은 남자 아이가 생긋 웃고 있었습니다. 그때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는데 ‘과연 딸 돌 사진도 그렇게 찍었을까’ 하는 것이었죠. 

ⓒ김용길 기자

큘라 아줌마 자신조차도 남성의 성기보다는 여성의 성기가 무방비 상태로 드러날 때 불편한 심정을 느낍니다.  이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오늘 이 순간까지 탄탄하게 다져진 엄청난 이데올로기에 감염된 탓입니다. 이 세상에 현존하는 차별 중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질 것이 바로 성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전, 큘로 아저씨가 한 가지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바로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입니다. 왜 그런 결심을 했냐고요? 까사미아 마당에는 여남 공용인 화장실이 있습니다. 수시로 드나드는 아이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그리 사소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남자 아이들이 서서 오줌을 싸면서 변기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오줌을 흘립니다. 하루는 아저씨가 볼 일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왔습니다. 변기에 앉으려고 했는데 그 주위가 오줌으로 범벅이 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김용길 기자

아줌마와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내린 가부장제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 사건 후에도 둘이 열띠게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따른 남녀차별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번은 앉아서 오줌 누는 것 때문에 큘로 아저씨의 한 친구와 열띤 논쟁을 했습니다. 그 친구는 "남성은 원래 서서 싸는 것이 정상인데 왜 굳이 불편하게 앉아서 볼일을 보느냐"고 항변했습니다. "정 그렇게 남성의 그 모습이 싫으면 여성도 서서 싸라"는 궤변 아닌 궤변을 토했습니다. “헐!” 큘로 아저씨는 "비록 불편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앉아서 볼 일을 보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삶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머리로 결심하는 것은 쉽지만 뼛속 깊이 배인 습관을 쉽게 바꾸는 것은 엄청 어렵지요. 의식하지 않으면 지금도 서서 볼일을 보는 자신을 발견하는 아저씨, 때로는 아줌마에게 그 현장을 딱 걸려서 민망해 하기도 합니다.

작은 행동 하나를 바꾸는 데 엄청난 노력이 들건만, 오십 평생 습관 들인 행동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겠지요? 열심히 애쓰는 그 모습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저씨, 화이팅!”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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