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강정마을 활동 중단 각서 작성 요구
제주 강정과 서울에서 촬영한 채증 사진 내밀며 추방 협박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해온 함편익 패트릭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강정마을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요구 받고, 이전과 달리 기간이 축소된 비자를 받았다.
 

▲ 함 패트릭 신부는 그동안 제주 강정마을 지킴이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한수진 기자

함 신부에 따르면, 6월 14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비자 연장 신청을 한 뒤 따로 면담을 하자는 연락이 왔고, 25일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찾아가 자신을 '과장'이라고 소개한 직원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 직원은 함 신부에게 비자 연장을 조건으로 강정마을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또한, 직원은 함 신부가 제주 강정마을과 서울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과 관련된 행사와 미사 등에 참석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활동을 계속할 경우 강제 추방을 당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한편, 각서를 쓰는 것이 한국에서의 선교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내민 파일에는 함 신부의 활동 대부분을 담은 사진이 수집돼 있었다.

결국 함 신부가 정치 활동은 하지 않되 평화 운동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동안 2년씩 연장해주던 비자 기간을 1년만 연장해줬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선교사..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각서' 요구
활동 지속하면 강제 추방 당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이하 장상협의회) 정평환위원장 김정대 신부는 “함 신부의 평화 활동은 정치 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며 “출입국관리소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교사에게 각서를 요구한 행위는 70년대 유신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이 사안은 한국에서 봉사하고 있는 선교사들에 대한 무례한 행동일 뿐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상협의회는 다른 교회 기관들과 함께 함 신부에 대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백신옥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함 신부가 미사에 참가한 것은 범죄가 아니며, 강정마을 활동 역시 대부분이 범죄 행위가 아니다. 함 신부의 일반적인 활동을 촬영한 것 자체가 불법 채증”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사진 촬영을 하려면 현재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이고, 증거 보전의 필요성 내지 긴급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강정마을에서의 활동이나 종교 행위인 미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불법 채증인 것이다.

백신옥 변호사 "일반적인 활동 촬영은 불법 채증.. "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협박은 직권남용죄"

또한 백 변호사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의 각서 작성 요구나 협박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함 신부의 활동은 종교 활동의 자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헌법적 기본권의 행사이며, 외국인도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권리,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면서 “이러한 활동을 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것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정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활동가들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영국 활동가 엔지 젤터가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출국 명령을 받아 영국으로 돌아갔으며, 6개월 가까이 강정마을에서 평화 운동을 벌여온 프랑스 활동가 벤자민 모네도 같은 시기에 강제퇴거 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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