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4대강 사업 비리 조사위원회 공동대표 서상진 신부]

“4대강 사업은 윤리신학적 차원에서 볼 때, 인간에 대한 거짓과 허위, 기만을 바탕으로 하는 비윤리적 사업이며, 하느님 창조 행위를 거스르는 심각한 죄악의 사업입니다. 또한, 창조론적 차원에서도 대자연을 경제발전과 편의, 재산 증식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심각한 오류이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파괴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종교적 심성을 파괴하는 비영성적 사업입니다”

6월 26일, 대한하천학회 학술대회에서 ‘성직자 입장에서 바라본 4대강 사업’이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했던 서상진 신부(수원교구 서호본당 주임)는 4대강 사업을 두고 “인류의 공동선을 해치며, 불법적이고, 반생명적이고 신학적 오류의 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 서상진 신부 ⓒ정현진 기자

서 신부는 2009년 10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가 “죽음의 사업이 될 것이 분명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중단을 촉구한다”고 천명하며 시작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열중해왔다.

지난 3월부터는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한 조사위원회에 참여해 4대강 청문회와 법적 대응을 준비했으며, 두물머리 미사, 평택역 쌍용차 노동자를 위한 미사,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등에 동참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비리 조사, 청문회 대응을 위한 만반의 준비로…예상치 못한 총선 패배에 '멘붕'"

4대강 사업 비리 조사 활동의 진행 현황에 대해 묻자 서 신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선, 개인적인 피해 신고 등을 받아 법률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정작 필요한 공동체적 피해 신고와 공사에 참여한 당사자, 관계자의 제보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아직 정권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내부 고발’로 인식되는 양심 선언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리 제보에 대해 아직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어 우선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서상진 신부가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사실, 조사위원회 활동 방향은 4·11 총선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청문회와 법률대응팀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 본격적인 대응을 하도록 만들고,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더 많은 비리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내가 동참한 것도 양심 선언을 한 사람들을 교회가 보호해줘야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 일단 모든 것이 보류된 상태다. 물론 손을 놓은 것은 아니지만……. 선거가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조사위원회의 역할은 청문회를 위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일종의 ‘브레인’으로 계획됐다. 아울러 4대강 각 권역에서 일어나는 법정 다툼에 대한 자료와 법률적 대응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한 것이었다. 서 신부는 그 모든 것이 멈춰진 지금의 상태를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칭했다.

4대강 사업, 하느님 아닌 '맘몬'을 섬긴 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신부는 조사위원회 활동에 대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지금 활동하는 공동대표 4명과 참여 팀들이 계속 함께할 것으로 결정했고, 4대강 사업의 불법성과 부정을 알리는 데 끝까지 힘을 모을 것을 결의한 상태”라고 전하면서 “늦어지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년여 동안 4대강 사업 문제를 다루면서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여기는지 묻자, 서 신부는 “우리 안에 있는 황금 만능주의, 신앙인의 측면에서 보면 하느님이 아닌 맘몬(재물)을 섬기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4대강 사업의 문제는 불법적, 비양심적, 비윤리적, 반종교적…… 그야말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악의 총체’이며 모든 것이 맞물린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물질적 풍요에 대한 갈구다. 우리가 몰랐던 문제가 아니다. 용산참사, 쌍용차 문제, 제주 해군기지……. 모든 문제의 뒤에도 역시 맘몬 숭배, 황금 만능주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 정권으로 상징되는 그것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 6월 27일 서상진 신부(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위한 미사를 공동집전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현 정권에서 벌어지는 일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교회,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자연스럽게 천주교 연대 활동을 통한 개인적 체험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기고, 지는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과정에서 얻는 성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서상진 신부는 활동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무엇보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모였고, 그들을 만나고, 더불어 고민하고 나눌 수 있었던 것이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연히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료 사제들의 무관심, 교도권의 잘못된 이행, 신자들의 분열을 바라보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후배 사제가 “왜 사회문제에 갑자기 끼어들게 됐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면서, 서 신부는 “다른 이들의 눈에는 갑작스러운 것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전 정권에서는 과실이 있어도 웬만하면 믿어보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정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은 "4대강 문제"였다.

서 신부는 특히 교회가 옳지 않은 일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교회의 양면성을 목도한다는 것, 그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불행했다”고 털어놨다.

“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은, 교회가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았고, 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가르침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교님들 역시 교회의 참된 길을 제시해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정치에 관심 없다’는 것을 당당히 말하면서 사람들의 아픔에 무관심하고 오히려 교회를 역행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분들이 있다. 여기서 비롯된 신자들의 혼란이 안타깝다.”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시며”라고 기도한다면 정의 위해 힘써야 한다

서상진 신부는 “교회가 왜 정치에 관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하느님을 따라 사랑을 실천하려면 그 전에 ‘정의’, ‘공정’이 세워져야 한다. 정의가 이뤄지지 않은 곳에 어떻게 사랑이 있나? ‘정의’의 실현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하느님의 나라는 ‘교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거룩한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고 그들이 구원을 이뤄야 할 이 세상 전체에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 신부는 "잘못된 정치로 사람들이 고통받고, 빈부의 격차가 커져 가난한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하고 지적하며 "하느님 나라는 세상의 종교, 정치, 경제와 별개인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가 이뤄지기를 기도한다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가는 이들이 있다면 여전히 '희망’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 묻자 서상진 신부는 “어려운 질문을 쉽게 한다”며 오래 망설였다. 희망을 쉽게 말하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마음 저울의 떨림이 느껴졌다.

“희망이 어디에 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웃음) 4대강 사업이 이미 끝났다고, 결국 저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말들을 합니다. 사실 막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예수의 죽음이 패배가 아니었듯이, 져도 진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일이었고,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의 잘못을 알리는 것, 무엇이 올바른 일인지 알리는 것에 충실했다고 봅니다.”

▲ 안동 구담습지 2009년(왼쪽)과 2011년 비교 (사진 제공 : 녹색연합)

서 신부는 “교회 내적, 외적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쉽게 갖지 못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상이 이렇게 악하게 돌아가는 것, 그 뿌리는 바로 내 안에 있다"고 했다. 그는 "탐욕과 욕심은 인간이 살아가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남 탓만 한다고 나아지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을 묵묵히 갈 것이며,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고백했다.

“저에게 거룩한 영혼을 주시어
선하고 맑은 것을 식별하는 눈을 갖게 해 주시고
악에 굴복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게 해주시며
사물을 자연의 질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도
발견할 수 있게 해 주소서“

“올바르지 않은 것을 강요하는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사도 5,29)라는 말씀을 몸으로 보여준 성 토마스 모어의 기도라고 했다. 서상진 신부가 끝까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간구일 것이다.

서 신부는 지난 학술대회 발표의 말미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더 이상 잘못된 일들이 이어지고, 앞선 잘못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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