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신학과 영성
‘이콘 응시’를 시작하며[루시 수녀의 이콘 응시]사람은 무엇을 가장 많이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도 달라진다.

   

en cristo

아는 수녀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반가워하다 뜸금없이 <지금 여기>라는 까페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이콘 영성에 관한 글을 써 달라는 것이다.

이콘 영성? 내가?? 영성(靈性)이라고는 별로 없는 나에게 웬 영성?! 기도보다는 놀기 좋아하고 노래부르기 좋아하여 멕시코에서 선교사로 있을 땐 반나절이 걸리는 선교지로 갈 때마다 5~6시간을 노래를 불러도 지치지를 않아 베짱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나에게 ㅋ...

수도생활을 하면 할수록 성(聖)스러워지기는커녕 ‘나’라는 자아가 성역처럼 버티고 있는가 하면 두터워지는 아집에 가끔은 하느님조차 가려 있는 것을 느낄 때 마다 하루를 돌아보는 저녁 무렵엔 가슴을 치기가 일쑤인 나인데......

자신을 치유한다는 이유 하나로 러시아 이콘을 그리기 시작하여 이제 겨우 그 맛을 알아가는 중에 전시회 준비로 체력에 맞지 않게 무리하다 두 손을 기브스까지 하여 거의 일 년을 쉬어, 이제 겨우 붓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요즘이다. 무엇보다 스승이신 장긍선 신부님의 특유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와 하느님과의 대화법은 늘 이런 식이다

일단 황당한 청탁이라 생각할 시간을 한 달만 달라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벌어 보려 하는데 조배시간에 조용한 성당에 앉으면 그 수녀님의 말이 귓전을 맴돌며 나를 피식 웃게 하였다.

자! 이제 대답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니 어떤 모양새로 예의 바르면서도 정중하게 거절할까를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까페라면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 미소를 띄우고 상~냥하게 거절하자! O.K!!!!! 좋아!!

수화기를 들기 전에 다시한번 정리하기 위해 감실 앞에 앉았는데 내 안에서 들려 오는 엉뚱한 소리, “예 감사합니다. 11월 첫 주에 원고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 이건 아니잖아? 왜 이런 말이 올라오는 걸까?

짓궂은 하느님은 이렇게 또 나를 놀리시는구나. ‘넌 맨날 거절만 하지 않냐? 이번 한번 예!라고 대답해 보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지 않냐?’ 나와 하느님과의 대화법은 늘 이런 식이다. 아무리 잘난 척해도 성령의 바람 한방이면 ‘수구리’(경상도 사투리로 고개 숙인다는 뜻) 할 수 밖에 없는 나다!

이콘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콘을 바라보고 느끼며 주님이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공유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기도의 장(場)이 되고 마음을 이을 수 있는 같음의 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어떻게 거절할까를 한 달동안 고민했다면 하자, 라고 마음먹는 것은 1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성령은 나에게 팍! 하고 거절의 말을 밀어 버리셨다.

이 창을 통해서 언제까지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즐겨 보는 이콘들과 몇 가지의 이콘에 시선을 머물고 함께 묵상을 나누려고 한다.

이콘(icon)은 형상, 표상 등의 뜻이다. 하느님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하던 인간들이 우상 숭배라는 이유로 직접적인 표현은 못하고 형상(形象)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유래가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이콘이다. 그리스도 이후 물고기 모양, 십자가 등으로 표시를 해오다 문맹자들을 위해 성경의 내용을 쉽게 알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좀 더 자세한 표현으로 4세기경부터 교회 내에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등등... 이런 식의 이론을 원한다면 인터넷 검색으로도 훌륭한 정보와 더 많은 자료를 얻을 것이다.

이콘은 튀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대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신앙이라는 검색창 안에서의 ‘이콘’이다. 이콘은 절제된 색깔을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튀지 않게 한다. 자칫하면 우리의 마음을 ‘붕’뜨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튀지 않게 색을 칠하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한참 후에야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린 이콘 앞에 머물었을 때였다. 성모님의 삶이 바로 그 옷 빛깔 안에서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이콘 경우에는 색감이 상당히 강렬하다. 그 나름대로의 느낌도 있긴 하다. 일단 난 러시아 이콘을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자! 기왕 하는 거 이콘을 통해서 남미에서의 선교 생활과 그들의 삶을 통해 보았던 하느님을 때로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의 하느님을 전하기도 할 것이다. 어떠한 줄거리나 분위기로 갈지는 이끄심에 맡기고 그분께서 주시는 메시지에 충실하며 이콘을 바라보려고 한다. 솔직히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지만 함께 묵상하면서 이콘에 맛들이기를 하였으면 한다.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한가지의 숙제를 드리고 싶다. 그대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 보았으면 좋겠다. 십자가는 기본으로 있을 것 같고, 성화 한 장이라도 있는가? 아님 아름다운 몸매의 여배우나 유명한 가수 사진들이 시선이 가장 잘 머무는 곳에 붙어 있지는 않은지? 이것도 아니면 혹 동양화 한 폭이라도 있는지? 싱겁게 왜 이런 질문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사람은 무엇을 가장 많이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도 달라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인가, 이다. 야한 그림만 골라서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과연 맑을 수 있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대들이 짬의 시간이 있으면 좋은 그림을 많이 감상하고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것이 세상 살면서 보아서는 안될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아 핏발 서고 지쳐있는 눈(目)에게 진정한 휴식을 주는 것이다.


임 루시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2008.11.6.

임종숙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