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카페]

아이들은 까사미아에 친구끼리, 형제, 자매끼리, 때론 혼자서 놀러옵니다. 자매형제끼리 놀러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중년기를 이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 큘라 아줌마는 어린 시절이 자주 생각납니다.

큘라 아줌마는 다섯 중에 막내입니다. 어릴 때 제일 무서운 사람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 둘째 오빠였습니다. 오빠의 별명이 ‘호랑이’였다면 얼마나 빡세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짐작이 가시지요. 그렇다고 마냥 기죽지는 않았습니다. 오빠가 때리려고 하면, 비장의 카드를 꺼냅니다. 무슨 카드냐고요? 다름 아닌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한테 이를 거야” 하며 배 째라고 버틴 적도 종종 있었으니까요. 여자는 남자와 달라 서열에 무조건 굴복하는 DNA 인자가 그리 많지 않은가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은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상명하복에 맞서 ‘흥!’하면 콧방귀를 뀌곤 합니다.

가끔 까사미아에서 남자형제들 사이에 육탄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성과 빈 형제, 태와 우 형제가 서로 싸우면 장난이 아닙니다. 형이 동생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발을 날리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기죽는 동생들이 아닙니다. 한바탕의 육탄전이 끝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금방 잘 놉니다.

어느 날 진과 림 자매가 까사미아에 대해 친구들의 입소문을 듣고 놀러왔습니다. 그 날 마침 큘로 아저씨가 지점토로 아이들과 놀고 있었는데, 진과 림도 자연스럽게 작업에 합류했습니다. 적극적인 동생 림이 먼저 지점토를 집어 들고는 “어떻게 만들어요, 아저씨!”라며 신나했습니다. 그 옆에서 언니 진은 조용히 지점토를 주물럭주물럭하더니 수박, 바나나, 레몬 등의 과일을 만들었습니다.  

ⓒ김용길 기자

림도 과일을 만들고 싶은데 생각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자 입이 점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뭔가를 만들었는데, 과일 대신에 만두, 빵 모양이 나왔습니다. 언니와 비교하면서 괜스럽게 화가 난 림을 위해 아저씨가 과일 담을 그릇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말에 림은 금방 ‘헤헤’ 웃으며 아저씨와 함께 과일 접시를 만들고 접시 주위를 장식한 넝쿨도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 큘라 아줌마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저 너머에서 열심히 카메라 샷터를 누르고 있었지요.  

ⓒ김용길 기자

그 이후에 림은 친구 은과 놀러왔습니다. 그 날은 아이들도 많이 오지 않아서 한가했는데, 둘은 마당이 참 좋다면 탁자에 올라가 자신들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줌마도 한 번 올라가보지 않는 탁자에 정말로 편한 자세로 재잘대는 림과 은의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보였습니다.  

ⓒ김용길 기자

때로는 아이들이, 림과 은처럼 근거리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장난기가 발동하여 텃밭을 들어가 꽃도 쓰러지고 상추도 밟고, 덜 익은 감을 따서 따먹다가 휘 던지고 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어린 시절에 읽었던 ‘키다리아저씨’ 동화가 생각납니다. 동네 아이들은 키다리 아저씨 정원을 드나들며 떠들고, 꽃도 만지고 손발자국의 자취를 곳곳에 남기며 즐거워하고, 때로는 그 중에 악동들이 장난도 심하게 합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아이들의 출입로 인해 조용한 일상에 잡음이 생기고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의 꽃들이 망가지는 것에 화가 납니다.

큘라 아줌마 어릴 때 별명 중에 하나가 바로 꺽다리입니다. 텃밭을 무질서하게 드나드는 아이들을 대하면 순간 키다리 아줌마가 되기도 합니다. ‘그놈들의 출입을 금지시켜 말아?” 다행히 키다리 아저씨는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깨닫고 아이들을 정원으로 다시 불러드립니다. 그러자 시들었던 꽃들이 만발하고 새들도 놀러와 해피엔딩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큘라 아줌마도 ‘키다리 아저씨’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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