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의 미디어 흘겨보기]

가톨릭신문 21면


하나의 사실에 대한 ‘시시비비’는 신문의 본령이다. 요즘 언론에서 많이 쓰는 용어로는 이름 불러 ‘이슈(Issue) 파이팅’이다. 나름대로 세상만사에 조금은 초연한 교계언론의 생리라 할지라도 스스로 굴러 들어오는 이슈에 대해서 외면하는 것은 신문의 본령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주 양대 교계신문이 애써 외면한 대목을 보기로 하자. 만약 고의적 외면이 아니었다면 보도를 하기는 하되 스스로 뉴스거리를 찾지 못하는 내공부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한국교회는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한다고 밝혔었다.

교계신문이 이 문제만큼은 줄기차게 보도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은 2006년 12월 17일자에서 ‘제주 정평위 기자회견 해군기지 건설반대’라고 신속하게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계속적으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관심을 보여 오다가 제주교구장이 해군기지 건설 관련 사목서한을 발표(2007년 5월 6일)하자 5월 27일자에 ‘제주는 평화의 섬이 돼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신문사 역시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급기야 주교회의에서는 정의평화위원회가 단일사안을 놓고 임시 총회를 열었으며, 특별성명을 발표(2007년 7월 3일)하여 제주교구가 아닌 한국교회 차원으로 군사기지건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가톨릭신문>은 이것 또한 빠지지 않고 7월 8일자에 보도하였다. 2008년도에 들어서도 제주를 계속적인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새 정부는 결코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군사기지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민․ 군 복합형 기항지’라는 변형 수를 들고 나왔다. 당연히 ‘제주해군기지’는 결코 꺼진 불씨가 아니며 한국교회의 공식적인 반대 입장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제주교구장인 강우일주교는 금년 10월 주교회의 의장에 선임되었다. 정부로서는 한 마디로 곤란해진 것이다. <가톨릭신문>은 11월 9일자 21면을 통해 <평화신문>을 따돌리고(?) 강우일주교와 한승수 국무총리가 10월 28일 제주에서 만난 것을 단독 보도했다. 신문 기사에는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강우일주교는 거듭해서 그 계획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을 했으며 국무총리는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왜 이런 최고의 기사거리를 <평화신문>은 외면을 하고, <가톨릭신문>은 인사동정과 같은 단신으로 처리하는가? 만에 하나 이 기사를 톱으로 처리하고 제목을 ‘한승수총리 제주군사기지 재검토하기로’로 못 박았다면 일반 신문들이 인용보도 하였을 것이며, 한국교회가 작년 7월 3일에 발표한 특별성명이 얼마나 힘을 얻었겠는가? 강주교가 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임되었는데 교계신문은 그 정도 선물도 못 하나? 이럴 때는 기관지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 스스로 보도한 특종을 애써 뭉개지 마라.

지난 주 이 자리에서 말한 ‘여성 독서직’ 문제를 기억할 것이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회의를 마치면서 교황에게 건의안 55개의 항목 중 하나인 여성 독서직 허용 안건을 <평화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여성 독서직’과 관련된 기사는 <가톨릭신문>이 보도하지 않은 단독보도였다. <평화신문>은 이번 주 주교시노드에 한국교회 대표로 참석한 전주교구장 이병호주교와의 인터뷰를 11월 9일자 19면 전면에 걸쳐 보도 하였다. 주교시노드의 분위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보도였다. 실제 인터뷰에서는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었겠지만 담당자는 7개의 질의응답으로 주교와의 인터뷰 기사를 정리하였다.

지난 주 <평화신문>을 다시 살펴보면 1면 톱의 사실보도에 이어, 9면에는 시노드 메시지와 이모저모를 실으면서 기사 제목을 ‘독서직, 여성에게도 문 열어야’로 했다. 그만큼 55개 건의안중 편집자가 특별히 관심을 두었던 대목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교와의 인터뷰에서는 신문사의 관심사부터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어떤 연유로 교회법 230조 2항과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주교들이 용감히(?) 건의를 하게 되었는지, 건의안은 만장일치가 아니라 다수결로 통과 되었는데 한국교회의 공식입장은 무엇이었는지? 이번 주교시노드 최종 건의안의 핵심은 ‘성경 생활화’였는데 ‘여성독서직’도 그 일환이었는지 등등 이와 관련된 것만 해도 제법 많은 질문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인터뷰는 알고 싶은 것 ․ 가려운 것을 독자를 대신해서 언론이 하는 것이다. 더욱이 스스로 보도한 특종거리를 애써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신문이 기사를 통해서 이슈에 대하여 한판 누르기 하는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다. 더욱 교회의 기관지임을 자임하는 교계신문들은 그러기에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더 치열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등잔은 있지만 기름이 떨어진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시라. 교계신문도 얼마든지 ‘이슈 파이팅’에 나서야 한다. 혹시나 나서고 싶어도 누가 막고 있는 것인가?

/김유철 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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