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 최금자의 그 맑은 시선]

 


항구 도시인 인천에는 여러 부두가 있다.
한 때 만선의 꿈을 안고 고기잡이배들이 수시로 드나들었을 부두.

현재 조업을 하고 있는 부두는 그리 많지 않다.
몇 개 남지 않는 부두 중 유일하게 생활터전이 함께 있는 곳이 바로 화수부두다.
인천시 동구 화수동 7번지.
예전에 흥청망청 호황을 누리던 이곳 부두에 어선들은 거의 떠나가 버리고
현재 10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부두의 옛 정취는 어느 듯 사라지고 사방에 둘러선 공장에서 철가루와 매연이 날아오고 있다.
인천제철에서 부두 앞 바다를 매립하면 이곳은 고철부두가 된다.
조만간 비릿한 만선이 아니라 고철을 실은 배를 보게 될 것이다.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았던 뱃사공들은 도시로 돈벌이 떠나고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지막한 집들에는
대부분 70세를 훌쩍 넘기신 어르신들이 외롭게 살고 계신다.

일제 식민지시대를 아스라이 잊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 당시를 떠올릴 수 있는
일본식 목재 가옥이 아직도 여러 채 남아 있다.

동네 가장 어르신 90세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여
밖으로 마실 못가시고 문 앞에 앉아
가슴 한 컨에 묻어둔 화수부두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계신다.

낮에는 친구 그리워 동네 어귀에 있는 평상을 찾는 할머니들.
그리도 할 이야기가 많으신 지 해가 서산에 지는 지도 모르고 계시다가
골목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질 무렵이면 아쉬운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 굽어진 허리를 간신히 펴고 저녁밥을 준비하신다.
혹시라도 누가 찾아올까봐 밤늦게까지 전등불을 켜놓고 계신다.

/ 김용길 사진/최금자 글 200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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