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카페]

초딩3인 ‘하’는 명랑한 왈패입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는지 하가 말문을 열면 까사미아 천정이 들썩거립니다. 까사미아에 놀러 와서 또래들과 즐겨하는 놀이가 바로 퀴즈 내기입니다.  

▲ 퀴즈의 여왕 '하'과 그녀를 따르는 공주 '진', '니', 그리고 '나'

이틀 연속으로 큘라 아줌마에게 퀴즈를 내며 아줌마 놀려주는 재미가 쏠쏠한 지 친구들과 키득키득 웃느라고 배꼽을 잡습니다.  아줌마가 수수께끼 내는 책, 『머리 좋은 아이,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그림 수수께끼』에 있는 문제들을 쉽게 맞추니까 심술이 났는지 아예 책에 서술된 문제를 접고 스스로가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거예요. 달콤해요. 놀이터에서 하는 건데 ... 뭘까요? ㅋㅋ..”  “...”  “모르겠어요?”  “힌트를?”  “세 글자지요.”  한 동안 머리를 굴려도 영~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줌마가 자기가 내 문제들을 모조리 맞추자 복수의 칼을 간 것이지요.  “음... 뭘까? 도저히 모르겠는걸.”  큘로 아저씨도 옆에서 힘을 보태고 싶었지만 답이 영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엄마라... 달콤, 그리고 추억이라...”  결국 정답을 알아맞히기 못했습니다. 정답은 ‘솜사탕’이었습니다.  아저씨와 아줌마는 하의 상상력과 서술 능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어지는 퀴즈의 행렬.  큘로 아저씨의 앞치마를 빤히 보면서 이런 문제를 냈습니다.  “요리할 때 필요한 거죠.”  아저씨가 응~하며 단박에 아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앞치마!”  “아저씨 너무해~!”  너무 쉽게 맞춰버린 것 때문에 약간 약이 올랐던 겁니다.

 

▲ 큘로 아저씨를 때로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니'와 '영'

 

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 자신의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큘로 아저씨가 뭐라도 할라치면, ‘하 아빠는 어때?’라고 물어보지 않는데도 “우리 아빠가 아저씨보다 더 잘한다니까요.”라고 입을 쑥 내밀며 아빠와 아저씨를 비교합니다.  그날도 큘로 아저씨가 아줌마의 편을 들려고 수수께끼에 합류하자, “아줌마에게 낸 퀴즈인데, 아저씨가 왜 맞춰요?”하며 주먹으로 아저씨를 때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초딩 저학년은 소꿉놀이할 때 큘로 아저씨에게 아빠 역할을 맡깁니다. 엄마는 저희들끼리 다 소화가 되기 때문에 큘라 아줌마는 놀이에 초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나마 퀴즈놀이할 때는 놀려주는 재미로 큘라 아줌마가 종종 초대받기도 합니다. 아저씨와 아줌마가 저희들의 놀림감이 되어줄 때 살맛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어릴 때 어른과 맞먹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놀이할 때지요. 그것을 알기에 놀이의 깍두기로 참여하고 때론 모른척하고 놀림감이 되기도 합니다.

글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사진 김용길 (베드로,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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