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25주년 기념 행사 시청 광장과 덕수궁거리에서 열려

지난 6월 10일, 6월 항쟁 25주년 기념일을 맞아 만민공동회, 위령제, 범국민 추모제 등 전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청 앞 광장과 덕수궁 앞에서는 힘찬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중 하나는 오후 3시부터 시립미술관 앞에서 열린 인디밴드들이 부르는 70년대 금지곡 콘서트 ‘금지를 금하라 FREEDOM 6.10'무대였다. 이 콘서트는 6월 8일(금) 홍대 앞 공연에 이은 두 번째 공연으로 코지까페, 머스터드, 요술당나귀 등의 밴드들과 문진오, 마린, 사토 유키에, 이씬 씨 등의 가수들이 참여했다.

 

▲ '거짓말이야'를 부르는 사토 유키에 씨와 '그건 너'를 부르는 요술 당나귀

 밴드 요술당나귀는 이장희 씨의 ‘그건 너’와 ‘한잔의 추억’을 특유의 발랄함으로 재해석해 불러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노래를 부른 최진규 씨는 “무대를 준비하면서 금지곡들을 다 들어봤다. 어느 시대의 누가 불러도 공감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정서가 담긴 멋진 곡들이었다. 왜 금지곡인지 모르겠다”며 “누군가 내 노래를 금지 시킨다 해도 조용히 계속 부르고 다닐 것이다. 갈망은 금지시킬수록 커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래가 구심점이 된다. 모여서 함께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절망을 넘어서게 한다”고 덧붙였다.

 

▲ 시립미술관 앞에서 금지곡 콘서트 FREEDOM 6.10 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마린 씨가 부르는 ‘작은 연못’을 흥겹게 따라 부르던 김영주 씨는 “나는 금지된 시절에 살던 사람이 아니라 애틋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쉽게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어느 시대 누군가는 참 어렵게 불렀겠구나 싶어 마음 한 구석이 진지해지기도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신중현 씨의 음악에 반해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인 사토 유키에 씨는 ‘거짓말이야’와 ‘뭉치자’등을 불러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 그는 “노래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독재자들이 노래를 무서워한다. 금지시켰어도 우리는 이 멋진 노래들을 계속 부르고 있지 않은가”라며 “사실 ‘금지’는 별로 힘이 없다”고 웃었다. 그는 평화라는 개념이 없을 때까지 평화를 위해서 싸워야 하듯 저항이라는 개념이 없어질 때까지 저항해 가고 싶다고 했다.

공연을 준비한 이종수 씨는 이번 공연의 취지에 대해 “6월 항쟁 25주년을 맞이하여 이런 자유가 금지의 시간을 이겨낸 뒤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싶었다”라고 설명하고 “유신이후 40년이 지났는데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유들로 훌륭한 노래들을 금지시켰던 사람의 딸이 대통령 선거에 나온다는 게 더 황당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 610 시민대합창에서 '아침 이슬'을 부르는 인재근 의원, 심상정 의원,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 함세웅 신부, 손학규 의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왼쪽부터)

한편 저녁 6시 30분부터는 시청 광장에서는 ‘610 시민대합창 우리 승리하리라’ 무대가 열렸다. 국립오페라 합창단, MBC와 KBS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무대에 이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명사 중창단이 무대에 올라 ‘아침 이슬’을 불렀다. 이날 시민합창단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우리 승리하리라’,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철망 앞에서’,‘그날이 오면’ 등 네 곡을 불렀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아침 이슬’을 합창했다.
 

▲ 610시민합창단이 '그날이 오면'을 부르고 있다.


합창단원으로 노래를 부른 김종원 씨는 무대에서 내려온 뒤 “정치적 현실을 포함한 일상의 답답함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많은이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특별하다. 모르는 사람들인데 옆에서 이렇게 함께 하고 있구나 하는 경험이 25년 전 그 때와 비슷했다”라며 “무언가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기운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김 씨의 부인 김진희 씨도 함께 합창 무대에 올랐다. 그는 6.10때 매일 최루탄 가스가 자욱한 현장에 있었다. 그는 “오십이 넘어서 내가 했던 일을 내가 기념해 주니 감격스럽지만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합창공연을 본 한 시민은 “공연자체는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커다란 무대가 5년째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농성장을 가리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행사 슬로건이 ‘6월의 완성, 99%의 승리’인데 재능교육은 고통 받는 99%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라며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행사이니 만큼 행사의 시선과 방향을 조금 더 고민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기억하는 것만이 미래를 존재하게 한다. 과거를 망각하지 않아야 현재의 모습을 재구성할 힘을 얻는다. 소통 부재의 정부와 통합진보당의 부정 경선, 권력의 언론 통제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 민주주의 자국들을 찾아보기 힘든 지금의 현실 속에서 1987년 6월을 기억의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노력들이 필요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의지로 희망하고자 하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 미완의 민주주의를 노래했다. 그들의 기억과 염원이 노래에 실려 날아갈 때 그것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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