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선의 그분과 산책나온 시]


예수를 믿는다는 건
그분 말씀에 내 삶을 싣는 것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 음성. 그 빛을 향해
마음이 이끄는대로 가야하는 것.

예수를 믿는다는 건
벼랑 끝에서도
독수리 날개 하나 바라고 나를 내던지는 것

그리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오늘, 지금 살아야 하는 것.

그것은 늘 두렵고 진저리 나는 일이다
그것은 늘 불안하고 막막한 일이다.


 

 

 

 

 

 

 

 

어둠속에 앉아서
어둠이 물러가고 아침을 찾아오는 것을 지켜 보는 일.
하늘이 점차 부연빛으로 차오르면서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새와 나무들.. 건너의 불꺼진 창을
아침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참 평화롭고 아늑합니다.
마치 잠든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처럼.

하지만
이런 아침의 고요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그리고 저녁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런지..

때로 삶의 행로가 신비를 고집하는 날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고
아무것도 꿈꿀 수 없고
그저 그가 이끄시는대로 나를 내맡겨야 하는 막연함.

숨막히게 조여오는 긴장이나 두려움을
신뢰와 용기로 맞받아치며
이 존재계의 드넓은 허공 속으로 한발을 내딛어야 하는 떨림..의 순간

언제나 미지 속에 앎이 존재한다는 것,
언제나 낯섬 속에 익숙함이 숨어있다는 것이
늘 나를 머뭇거리게 하면서도떠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줍니다.

나에게 일어날 일들.
길을 나서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숨은 그림을 찾듯
내 삶의 궤적이 주는 신호를 따라 나는 길을 나섭니다.

산다는 것,
나는 어쩌자고 자신의 의지를 신에게 되돌려 주었는지
나는 어쩌자고 일상을 모험으로 맞바꾸는 일을 겁없이 시작했는지...

아직 신방의 문은 열려 있지않고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른지 전혀 예감할 수 없는 채로
그 문 앞에 서있습니다.

부디 나의 헌신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과 신뢰의 세계로 나를 이끄시기를...


지난날 기록들을 뒤적이다가 눈에 띄어 여기 올려본다,
글쓴 날이 2002년 5월이니
아마 이곳 군산으로 떠나올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생면부지의 곳으로 홀홀단신 떠나온다는 것.
그것은 두렵고 막막하고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눈을 감으면 분명 그분의 손짓인데
눈을 뜨면 내 결정은 너무나 무모하고 허무맹랑해 보였다.

하지만.. 돌아보니 어느새 이만큼의 세월이 지났고
나는 마치 야곱이 라헬을 연애하므로 7년 세월이 수일 같았다 라는 말을
내나름 실감하게 된다.

아직도 6,70년대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골목골목들
조금만 나서면 들이 있고 강이 있고 바다가 있고..
수줍지만 따스하고 정겨운 사람들.

나는 지금도 문득문득
어떻게 그분은 이런 내 취향을 아시고
이렇게도 나에게 딱 맞는 곳을 점지해 놓으셨을꼬.. 감탄하곤 한다
하여, 나는 이제 위엣 시를 다시 고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예수를 믿는다는 건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분의 휘파람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부름에 응할때
비로소 그분과의 연애사는 시작되는 것이라고.



조희선/ 시인,  일상을 살며 그동안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의 시집을 풍경소리사에서 내었다.


/조희선 20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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