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면 당신을 죽일 수 있을까 애태우는 사람들을 향해서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중에는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도 끼여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똑똑하고 배운 것 많고 율법도 잘 아는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보다 죄인으로 무시당하고 사람 취급도 못 받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은 하느님께 선택된 백성입니다. 또 율법을 준수함으로써 구원을 보장받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적 통념을 깨고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다고 알고 있던 죄인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이들에게는 미친 사람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왜 예수님은 반대 받는 표적이 되면서까지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말씀하실까 생각해 봅니다.

사회적 통념을 깨고

지난 7월이었습니다. 극단 나비의 네 분의 연극배우가 귀한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제가 매달 만나는 청송 3교도소와 청송 교도소의 천주교 형제들을 위한 짧은 연극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오전에는 청송 3교도소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서둘러 청송교도소로 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인 호세아(김덕남) 형제가 교도소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세아 형제는 별이(전과) 열세 개입니다. 부모님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호적 나이로는 쉰셋이지만 진짜 나이는 알지 못합니다.

호세아 형제는 2004년 12월쯤에 청송교도소에서 출소했습니다. 집도 절도 없어서 인천 연안부두 어느 빌딩의 옥상에서 종이상자 뒤집어쓰고 노숙을 했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에게 석 달간 주는 기초생활 보조금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주소가 없어서 받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민들레국수집을 주소로 해서 겨우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인숙의 방을 하나 얻어서 겨울을 넘겼습니다. 호세아 형제는 그때부터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입니다.

호세아형제는 짐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재활용품을 줍습니다. 하루 온종일 재활용품을 줍는 일을 하면 겨우 만 원 정도 번다고 합니다. 방이라도 한 칸 얻겠다면서 열심히 저축을 하지만 아직도 이십 만원도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건물 옥상에서 노숙을 합니다. 그런데도 조금 여유가 있으면 용감하게 민들레국수집의 반찬을 사는데 보태라며 주머니를 텁니다. 교도소에서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식사하러 오는 손님을 보면 아낌없이 주머니를 털어서 도와줍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하루 한두 끼니 먹을 수 없었다면 다시 교도소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열세 번째의 징역살이

호세아 형제는 2002년도 봄에 열세 번째의 징역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돈도 한 푼 없고, 면회 올 사람도 없는 사람에게 징역살이는 참으로 고달픕니다. 그런데 감옥에서 마음 따뜻한 동생을 만났습니다. 열세 번이나 징역을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았습니다. 젊은 친구인데 십오 년을 청송에서 살고 나왔다가 또 잡혀서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 호세아 형제를 친형처럼 대했습니다. 젊은 친구가 청송교도소에서 힘들게 징역을 사는 것을 알고 어제 저녁에 진보에 와서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전에 면회하고 영치금도 삼만 원이나 넣어주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자기가 돈을 버니까 계속 도와줄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청송에 온다는 것을 알고 함께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함께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청송교도소에서는 조금 큰 장소에서 열네 명을 위한 연극을 공연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끝날 무렵에 호세아 형제도 한 마디 말을 나눴습니다. 비록 노숙을 하고 재활용품을 주워 팔지만 밖에서 사는 것이 징역을 사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모퉁이 머릿돌, 호세아 형제

구월 달에는 추석연휴 전날인 11일에 청송교도소 자매상담을 갔습니다. 호세아 형제가 자기도 함께 갈 수 없는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청송에 있는 형제들이 제일 먹고 싶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제과점 빵이라고 하면서 구월 달 자매상담 때는 자기가 제과점 빵을 내면 안 되겠는지 물어봅니다. 열다섯 형제들이 모임에 나오니까 십육만 원어치를 사서 가자면서 꼬깃꼬깃 접은 만 원짜리 열여섯 장을 내밉니다. 열흘 동안 일해서 모은 돈이라고 합니다. 고물상의 폐지 가격이 1Kg에 140원이었다가 요즘은 100원으로 줄었습니다. 호세아 형제의 십육만 원은 폐지 1,600Kg을 주워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집 짓는 자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서영남 2008.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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