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여성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 기념 심포지엄-‘전쟁을 하지 마라’, ‘우리와 같은 역사를 다시는 겪지 마라’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절규
 

   
▲ 사진/이경빈,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3학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을 하루 앞두고 지난 5월 4일 개관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랑의열매회관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상임대표가 기조발제를 통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개관 의미를 밝히고, 이현숙과 탐 레이니 스미스는 콩고분쟁과 여성인권에 대한 특별강연을 이어갔다.

(사)정대협은 2004년 12월 14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 8년 동안 준비해 일제강점기 전쟁 성폭력의 희생자인 정신대 할머니들의 그 아픈 기억을 대대로 간직하기 위한 박물관을 5월 5일 개관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 청구권협정에서의 중재절차’의 발제자인 조시헌 교수(건국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핵심이 '인도주의'에 있다면 "가해국인 일본과 피해국인 한국만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법적 해결 방안에 대해 발제한 아베 코기 교수(가나가와 대학)는, "일본인들은 1947년 5월 3일 헌법 기념일을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기념하는 날로 기억한다. 하지만 헌법 정신이 온전히 구현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은 동북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의 질서를, 불의한 전쟁과 그 피해 여성들이 존재하는 그 역사를 드러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남게 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임을 강조했다.

피해자에게는 망각을, 가해자에게는 기억을 주문하다

‘전시 성폭력 기억과 일본의 미래세대’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호근 교수(고려대)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기억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고, 이를 기억해내야 하는 것이 아마도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일"이라면서, 독일의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들에게 가했던 폭력을 거론하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기에 "가해자들은 도덕적 단죄와 사법적 처벌이 중압감으로, 피해자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의 무게와 생에 대한 본능적 욕구 때문에 과거와의 대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딸 혹은 아내가 성폭력을 당했을 때 아버지 혹은 남편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미안해 하거나 괜히 화를 낸다. 최 교수는 "여러분은 이 둘 중 어느 감정이 강하다고 보느냐?"며, 일본군 위안부라는 과거사를 해결하려면 "피해자는 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해자는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액티브 뮤지엄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케다 에리코 씨는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기억에서 말살시켜 온 조국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위안소와 ‘위안부’를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난징에서 행한 일본군의 강간과 위안소를 묘사한 이시카와 다쓰조의 전쟁소설을 발매 금지시키고, 작가는 금고형에 처한 사실이 있다"며 "일본사회에서 그 문제를 표면화하는 누구든지 돌팔매, 폭탄테러를 당할 각오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0년에 김학순 할머니의 고발로 쟁점이 되어 일본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김학순 할머니의 고발은 다른 한국 피해자들에게 커밍 아웃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들로 하여금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 천왕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하라

종합토론 시간에는 참가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위안부’ 출신 이용수 할머니는 “조선의 딸로서 아무 것도 모르고 끌려갔다. 대만, 신의주로 끌려갔다”며, 수요시위가 있다는 것을 나이 먹어서 알았다고 했다. 피해자인 본인이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위안부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다는 말은 무엇이고, 청구권이 무효화되었다는 말은 무엇이냐?"며 "나라가 무슨 권리로 중재자로 나서느냐? 본인한테 해결해야지... 이미 돌아가신 분, 살아있는 저에게도 사죄, 배상해야 한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할머니의 절규로 장내는 숙연해졌다.

   
▲ 사진/이경빈

일본에서 오랜 동안 살았고 현재 다문화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정숙자 목사는 "천황제를 올바로 자리매김 하지 않고는 위안부 문제와 일본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온전하게 직면할 수 없고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에리코 씨는 "천황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며, 최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건처럼 어느 사회나 뜨거운 감자가 있는 것처럼 "건드리지 어려운 시스템, 도전하기 어려운 상징이 일본에서는 바로 천황제"라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 참석자들 상당수가 일본 여성들이었고, 기성세대가 흔히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회의식 부족한 20대들도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이경빈(서울대 정치외교학부 3학년) 학생은 "평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박중현 선생님을 따라 심포지엄에 합류한 양재고등학교 김도완, 방현식 학생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발제자들의 생각을 경청했다. 지리산댐 백지화를 위한 서명에도 적극 동참하여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행복하게 희망의 싹을 보는 기쁨도 느꼈다.

   
▲ 엄마와 함께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세라피나는 아프지만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의 현장에 그림을 그리며 참여했다. (사진/이경빈)

세대 간의 여성들의 계보를 만들어야...

초등학교 4학년 딸 세라피나를 데리고 심포지엄에 온 서울 한살림 활동가 강진옥씨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12시에 있는 ‘수요시위’에도 딸과 함께 참여한다. 강진옥씨는 "엄마가 참석하니깐 같이 참석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권유에 세라피나가 흔쾌히 나섰다"고 말했다. 부모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만큼 아이의 시야가 결정된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모녀간 세대와 문화 차이를 뛰어넘어 여성계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본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박물관 개관기념 국제심포지엄 끝에 윤미향 상임대표는 오는 5월 13~14일, 베이징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심포지엄 참가자들의 동의를 얻어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법적 해결을 요구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기억하기는 너무도 가슴이 아린, 그래도 기억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딸로, 한 여성으로서 치욕적인 삶을 살아야만 했던, 아직도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정신대 출신의 할머니들은 역사 속에 결코 망각되어서는 안 되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며 자매이며 동지이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나라와 나라, 부족과 부족 간의 전쟁 중에 적국 혹은 적인 부족 남성들에게 치욕을 안겨주는 방법으로 약자인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생존을 위해 기지촌과 집장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성폭력으로 시달리고 있고, 성노동을 한다는 그것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도 박탈되어서는 안 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다.

정대협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omenandwar.net)를 방문하면 알 수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최금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