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 카페 이야기]

3월부터 놀토가 없어지고 매주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자, 평일에는 놀러오는 숫자가 줄어들고 대신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이들로 까사미아가 더욱더 활기 발랄합니다. 겨울에는 신나게 늦잠을 자던 웅녀과 큘라 아줌마가, 쌩쌩한 삶의 열기로 꽃소식을 머금은 봄이 오자 늦잠을 한 순간에 확~ 날려버렸습니다.

간혹 큘라 아줌마는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봄~처녀 제 오시네!~’를 ‘봄~아줌마~ 일찍도 깨네!’라고 노랫말로 바꾸어 부르곤 합니다. 아침 5시면 벌써 몸이 잠에서 깨고, 잠시 후 배에서 천둥 번개가 쳐서 한시도 머뭇거릴 수가 없습니다. 총알같이 침대에 튀어 올라 화장실로 직행합니다.

사람에게 먹고, 자고 그리고 똥 싸는 일만큼 중요하고 일상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 중에서 며칠 빼먹으면 행복, 건강의 적신호가 심각하게 켜지는 것이 대변이지요. 큘라 아줌마는 성격이 예민해서, 아니 개떡 같아서(?) 변비와 설사의 극과 극을 왔다갔다하곤 했지요. 그런데 요즘은 몸 상태가 좋아서 시원하게 변을 봅니다. <황금빛 똥을 누는 아이>를 쓴 최민희 아줌마는, 먹거리가 건강하고 신선하면 만사가 오케이여서 황금똥을 눈다고 하더군요. 제 똥이 황금색을 띠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건강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큘로 아저씨는 아줌마가 탕약을 대령할 때 간신히 잠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하루 24시간 중 단 10분만 큘라 아줌마는 무수리로 변신하고 아저씨는 대왕마마가 됩니다. 그 나머지 시간에 아저씨는 당연히 무돌이고, 아줌마는 여왕마마지요. “참으로 세상은 불공평한 거시여”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아저씨는 참 착해서 10분 대왕마마하고, 그 이후에는 쭉 무돌이로 살아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행복하게 아줌마랑 살고 있습니다.

중딩2 형이가 오랜만에 놀러왔습니다. 형이는 작년에 아줌마와 아저씨를 꼭지 돌게 한 녀석이거든요. 어느 날 합기도 도복을 입고 까사미아에 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저씨! 까사미아에서 공짜로 주는 이유를 알아요.”  “이 스파게티 중국산이죠? 유통기한이 지나 못 먹을 재료라 우리한테 공짜로 주는 거죠?” “헐....!”

그 말에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는 하도 기가 막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누가 그래? 못 먹을 것이라고?” “엄마가 그랬어요! 가지 말라고 몸에 안 좋다고...” 큘라 아줌마는 너무 열받은 나머지 드디어 뚜껑이 열렸습니다. “그럼, 넌 다음부터 오지 마라! 불량식품 먹으면 탈 날 테니깐, 알았쥐!” “글구, 엄마한테 말씀드려. 한 번 와서 스파게티 꼭 맛보시라고.”

녀석이 가고 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줌마와 아저씨의 머리에서 뜨거운 김이 풀풀 났습니다. ‘세상에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한참 후에 스파게티를 먹으러 왔길래, 그 녀석에게 복수의 칼을 날렸습니다. 왜냐고요? 큘라 아줌마는 헤라처럼 복수의 여신(?)이걸랑요.

“왜 또 왔어? 못 먹을 거라고 가지 말라고 했다며...”하고 말입니다. “스파게티가 넘 맛있어서요.”라며 순간 쑥스러워했지만 워낙 넉살이 좋은 아이라 금방 상황에 적응하고는 맛있게 간식을 먹었습니다. 그런 녀석의 행동에 아줌마의 복수극은 한방에 김이 쫙 빠져버렸습니다.

형이가 오늘은 웬 일로 저를 부러워했습니다. “아줌마는 참 행복하시겠어요!” (이건 뭔 소리여~!) “뭐 땜시 내가 행복하다고 그러는데?” “이렇게 맛있는 스파게티를 아저씨가 해 주잖아요. 근데 아줌마는 왜 요리 안 하고 아저씨가 해요?” “우리는 서로 잘 하는 것 하는 거야. 아저씨는 요리를 잘 하니까 주방장으로 있는 거고.” 형이는 ‘그럼, 아줌마는 뭘 잘하는데요?’ 라는 얼굴로 저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음, 나는 카페지기를 하지. 출석부 적고, 스파게티 서빙도 하고... 아~참! 영어를 잘 하지, 뭐~!” “아저씨, 아줌마는 여행 가면 캡이겠네요. 요리는 아저씨가 잘하고 아줌마는 영어 잘하니 가이드 하면 되고. 대따 좋다.” 정말 너무 부럽다는 표정을 짓는 겁니다.

형이 땜시, 우리 부부는 그날 참 행복했습니다. 지난번에는 병 주더니 오늘을 보약을 주었습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화냈다가 기가 막혔다가... 아무튼 까사미아에 오는 아이들은 버라이어티 해서 참 재미있습니다. 

글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사진 김용길 (베드로, 어린카페 까사미아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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