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여성, 장애인, 백수, 예술가들의 총파업 행진

▲ 프레카리아트(precariat)는 불안정을 뜻하는 'precario'와 노동자를 뜻하는 'proletariat'를 합성한 신조어로 '불안정한 노동자' 계급을 지칭하며 비정규직과 백수, 실업자를 포함한다. 이들이 거리로 나섰다. 

“도시를 멈추고, 거리를 점령하자!”


색색 깔의 피켓을 들고 거리를 점령한 이들의 외침이 명동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5월 1일 노동절,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노동자들의 가열찬 집회가 열리는 동안 명동에서는 자신들을 “거리의 계급”이라 칭한 젊은이들의 재기발랄한 ‘총파업’이 벌어졌다. 비정규노동자, 학생, 백수, 사회운동활동가,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300여명의 젊은이들은 오후 1시 한국은행 앞 분수대에서 집회를 열고 을지로와 명동을 거쳐 숭례문까지 행진을 했다.

총파업 행진 참가자들의 요구는 다양했다. 청소년 활동가 매미는 바로 얼마 전 자신이 일하던 까페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경험을 이야기 했다. 매미는 “사장님은 일하는 시간 동안은 까페에서 나를 돈을 주고 산 시간이라고 말했다. 근무 중에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도 없고 오로지 일만 해야 하며, 일이 없어도 일을 찾아서 하라고 했다”면서 “나는 시간당 4,580원짜리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잡년행동’ 활동가는 “여성들에게는 언제나 메이크업과 하이힐이 플러스알파가 아닌, 완벽한 스펙으로 요구되고 있다. 도대체 왜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것이 매너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야 하나. 오늘 우리는 강요된 꾸미기를 파업하겠다”고 선언했다.

총파업 참가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참가자들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며 발언을 시작해 환호를 받았다. 박경석 상임대표는 “명동거리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행진하고 노니까 좋습니까?”하고 물으며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와 국가 권력은 자본의 효율성을 들어 장애인들을 지금까지 집구석과 시설에 처박아 놓고 있다. 장애인들은 집과 시설에 갇힌 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자연스레 파업을 해왔다. 이제 도시에서, 거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파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가 그룹 ‘파트타임스위트’의 유미현 작가는 한국 사회가 신진작가나 젊은 작가에 대해 우량주나 블루칩과 같은 금융자본주의 용어를 들어 국가적 비즈니스 산업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예술가들은 작품 제작이나 전시활동을 통해 새로운 작업을 진행하거나 생활을 지속시킬만한 어떠한 보장도 없는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미현 작가는 덧붙여 이번 총파업 준비 과정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소개하며 총파업이 일회가 아닌 지속적인 활동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 음악과 즐거움이 가득한 거리 행진

총파업 행진에는 인디 음악가 무키무키만만수와 야마기타트윅스터, DJ 하박국 등도 참여해 거리를 점령자들의 클럽으로 뒤바꿔놓았다. 행진 참가자들은 공연과 자유발언이 뒤섞인 자유로운 거리 점령을 즐기며 명동 거리를 빠져나가 시청을 거쳐 남대문까지 행진을 벌였다.

매년 노동절 집회에 참여해왔다는 조은 씨는 “발랄하고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집회라서 마음에 든다. 이런 집회와 행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혜지 씨는 “회사 사장님에게 노동절에 당연히 쉬어야 하지 않겠냐고 먼저 말을 꺼내서 운 좋게 휴가를 받았다”면서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와 혜택을 누리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의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는 대한문에 멈춰 서서 쌍용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삼성생명 본관 앞을 점령해 ‘강정마을 지키세’ 노래에 맞춰 단체로 춤을 추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대림건설과 함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 공사를 맡고 있다.

참가자들은 숭례문 앞에 도착해 4시간이 넘게 진행된 총파업 행진을 마무리했다. 정리 집회에서도 그들 특유의 위트와 흥겨움은 지칠 줄을 몰랐다. 노동절 오후 한나절이었지만,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시를 멈추고 거리를 점령했다.

▲ 삼성생명 본사 앞을 점령해 강정댄스를 즐겼다

▲ 두물머리에 농사짓자!

▲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요구를 들고나와 함께 도시를 멈추고 거리를 점령했다.

▲ 행진을 시작한 총파업 참가자들

▲ 청소년에게도 목소리를!

▲ 우리는 점령한다람쥐~!

▲ 나의 몸은 나의 것이다! 꾸미기를 강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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