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남의 민들레 국수집]

놀라운 일들!


민들레국수집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놀라운 일의 연속입니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조그만 민들레국수집에 손님들이 끝도 없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은근히 겁도 났습니다.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열 분이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가 빌 틈이 없었습니다.

국수집을 더 늘려야 할까요

아무래도 손님 대접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수집을 조금 더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손님들이 얼마나 오시는지 숫자를 세어보았습니다. 한 시간 동안 쉰다섯 명이 식사를 합니다. 두 시간 동안 백 명이 넘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수집을 더 늘여야 하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십 명 곱하기 일곱 시간을 하면 삼백 오십 명입니다. 그래도 손님이 더 오신다면 국수집 문을 여는 시간을 한 시간 더 늘인다면 또 오십 명이 더 밥을 드실 수 있겠다 싶어서 걱정을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민들레국수집을 열었습니다. 그해 겨울 갑자기 늘어난 손님 때문에 쌀이 떨어질까 조금 고생은 했지만 지금껏 쌀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고마운 은인들 때문입니다. 쌀 떨어질까 걱정을 하기는커녕 우리 손님들이 충분히 드시고도 남은 쌀을 어떻게 하면 도와주신 분들의 뜻대로 배고픈 분들에게 나눠드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될 정도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동인천 전철역에 내려서도 팔백 미터 정도 걸어와야 하는 민들레국수집입니다. 허름한 골목길에 있어서 찾기도 어렵습니다. 간판마저 흰색 바탕에 노란글씨로 민들레국수집이라고 쓰여 있어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어느 신부님은 민들레국수집을 찾아 동네를 두 시간이나 헤매시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부평에서 소문을 듣고 오신 분은 세 시간을 헤매어도 못 찾고 돌아갔다가 두 번째 와서야 겨우 찾았다고도 합니다. 보잘것없는 밥 한 그릇 먹기 위해서 서울에서, 수원에서 전철을 타고 오시는 손님들입니다. 그리고 걸어서 한 두 시간씩 걸려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용산역 근처에서 노숙하는 손님이 오셨다가 고기가 없네, 하고 실망하고 그냥 가버리는 것을 본 후에는 되도록이면 돼지 불고기라도 내려고 애썼습니다. 이제는 돼지 불고기를 조금만 달라는 분도 계십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천국처럼 웃음소리 가득한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오셔서 도와주시는 천사 같은 봉사자들이 계십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착하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봉사자들이 많이 오신 날은 우리 손님들도 행복한 날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반찬도 맛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조그만 민들레국수집이 어느새 작은 천국처럼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손님이 늘어도 걱정이 없도록 소리 소문도 없이 후원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합니다. 평생 돈 벌어본 적이 없는 제가 돈 걱정 하지 않고 마음껏 손님들 대접할 수 있도록 항상 채워주시는 마음 넓으신 은인들 입니다. 고맙습니다.

나누면 더 많아지는 기적

민들레국수집의 첫손님이었고, 민들레의 집의 첫 식구인 대성씨가 이런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민들레국수집의 쌀이 떨어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답니다. 국수집에 있는 쌀도 조금뿐인데도 어려운 이웃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내어드리면 그보다 더 많이 들어온다면서 놀랍다고 합니다.

쌀, 쇠고기, 잡곡, 달걀, 감귤, 곶감, 바나나, 동태, 돼지고기, 떡국떡, 라면, 우유, 신발, 파스, 콩나물, 의류, 과자, 이불, 커피, 전기장판, 고들빼기 김치, 갈치, 무릎 담요, 고추장, 김밥, 김치, 요구르트, 어묵, 고춧가루, 백일떡, 미역, 멸치, 김, 간장, 물엿, 참기름, 닭발, 식용유, 가래떡, 인삼액, 국수, 고등어, 된장, 장아찌, 마른 갈치, 청포묵, 고사리나물, 숙주나물, 봄동나물, 상추, 감자, 배, 만두, 양파, 당근, 무, 도라지나물, 두부, 사과, 마늘, 피자, 튀김닭, 새우, 낙지, 꽁치, 게, 장어, 순두부, 초코파이, 담배 등등 은인들이 살짝 도와주신 것들입니다. 지난 1월과 2월에 보내주신 음식물들입니다. 우리 손님들이 별식도 드실 수 있었고, 후식도 드실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맘껏 밥을 드시고 후식을 손에 들고 기분 좋게 가시는 손님을 보는 행복을 누립니다.

멀리서 주린 배를 끌어 앉고 찾아온 손님들께 아낌없이 내어드리면 신기하게도 더 많은 것이 들어옵니다. 고마우신 분께서 김을 보내주셨습니다. 식탁에 내어드리니까 손님들이 참 좋아합니다. 이틀에 나눠드릴까 하다가 아끼지 말고 드실 만큼 드시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에 김이 커다란 상자로 두 상자나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서영남 200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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