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경 신부가 선종하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카페에 이용우 아우구스티노 씨가 2007년 7월 3일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 사십구재 때 정호경 신부의 모습과 자료를 게시했다. 권정생과 정호경 신부는 절친한 친구였다. 이용우 씨가 게시한 글을 다시 싣는다.  문득 서로 그리워하던 두 분이 천상에서 만나리라 생각해 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반달의 윤석중 옹이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새싹 문학상을 주시겠다고
안동 조탑리 권정생 선생 댁을 방문했다
수녀님 몇분과 함께,
두평 좁은 방안에서 상패와 상금을 권 선생께 전달 하셨다
상패를 한동안 물끄러니 바라보시던

권 선생님 왈

“아이고 선생님요, 뭐 하려고 이 먼데까지 오셨니껴?

우리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이런 상을 만들어
어른들끼리 주고 받니껴?

내사 이 상 안 받을라니더...."

윤석중 선생과 수녀님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서울로 되돌아갔다
다음날 이른 오전
안동시 일직면 우체국 소인이 찍힌 소포로
상패와 상금을 원래 주인에게 부쳤다

그 사실을 늦게 알게 된
봉화서 농사짓는 정호경 신부님
“영감쟁이, 성질도 빌나다 상패는 돌려주더라도
상금은 우리끼리 나눠 쓰면 될 텐데....."

(김용락,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6’ 전문)

권정생 선생님 유언장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중략)...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리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중략 )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 각 적어 놓은대로 부탁 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태찬이와
함께 뒷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흐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 되었습니다.
지난 날에도 가끔 피고름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됩니다.
모두한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 날 몇자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 해 주세요.
제 예금 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라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기사출처/천주교 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카페 http://cafe.daum.net/dg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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