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정책의 기본은 홈리스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

“여기 서울역에 사람이 살고있다”

서울역 노숙인들이 서울역을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신청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 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 홈리스 집단 전입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이번 집단 전입신고의 취지가 “서울역을 주소지로 갖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서울역을 주거지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이번 집단 전입신고의 목적이 ‘억지부리기’가 아니라 ‘노숙인의 존재인정’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입신고는 노숙인들이 서울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선언하고 공식화 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탈노숙은 많은 거리 홈리스들이 서울역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사회가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철도공사와 서울시의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는 “홈리스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역사 내 야간 취침만을 금지한다던 강제퇴거 조치가 이미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경비용역을 통해 홈리스를 쫓아내고 있고 역사내 상업시설 점주들이 광장 계단에 앉아있는 홈리스들을 내쫓는 것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역을 주소지로 삼은 이유에 대해 “서울역과 같은 공간은 이미 숱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면서 거리 생활을 하게 된 홈리스들이, 유일하게 홈리스로서 사회와 대면하고 관계를 맺는 공간”이라고 밝히면서 “서울역이 바로 홈리스들의 생활공간”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정부의 홈리스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홈리스 실태와 현황조차 구비하지 못한 채 홈리스가 눈에 띄지 않도록 시설수용과 단속위주의 활동을 펼쳐왔던 것 역시 홈리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노숙을 ‘위기상황’으로 판단하고 긴급지원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정작 신청을 받는 담당 직원이 부양가족이 있다든가, 노숙인임이 확인되지 않아 지원을 못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날 전입신고를 신청한 노숙인 당사자는 기자회견에서 “밥 한 끼 먹자고 몇 시간씩 줄을 서고, 한데서 쪼그려서 잠을 자야하는 것이 노숙생활”이라면서 “여기서도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하는가”라고 말했다.

‘강제퇴거금지법제정특별위원회’의 이원호 활동가는 “우리나라의 집 부자는 혼자 2,123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혼자서 2천 채가 넘는 집을 소유하고 5년동안 1천 채의 집을 늘려가는데 노숙인들은 그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에게 집이 없는 것은 누군가가 우리의 집을 빼앗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비닐하우스 촌의 주민들도 주소지를 인정받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면서 “비닐하우스에도 서울역에도 분명히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정부의 홈리스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남영동 주민센터로 이동해 노숙인 2명의 전입신고를 신청했다. 전입신고 신청의 가부는 관계 부서의 논의를 통해 결정돼 공대위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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