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육우당 9주기 추모 거리 캠페인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 故 육우당의 유품과 그의 시집.

“안녕~ 오랜만이다~”
“아~추워! 비가 계속 오네”


지난 4월 22일(일) 낮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봄날 같지 않는 쌀쌀함과 흩날리는 빗속에서도 그들은 연신 깔깔거렸다. 이날은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 청소년 성소수자 자긍심팀이 준비한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거리 캠페인이 있는 날. 이 캠페인은 성소수자로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다 18살 어린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톨릭 신자 故 육우당의 9주기 추모 행사 이기도 했다.

이 날 캠페인에서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홍보 판넬과  성소수자와 학생 인권에 대한 퀴즈를 푸는 코너가 마련되었다. “지금 이곳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셔서 퀴즈 푸시고 선물도 받아가세요!” 자긍심 팀원들의 힘찬 목소리가 빗속에서도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부스 한 켠에 마련된  ‘무지개 나무’에는 그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한 개 두 개 매달려 갔다.

비가 오는 가운데 오가는 시민들은 잠깐씩 걸음을 멈추고 홍보글을 읽거나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무지개 나무'를 만든 후 사진을 찍는 시민들

최소류(17)양은 “친구들이 ‘시험 5일 남겨두고 어딜 가냐?’고 하더라. 하지만 공부하다가 왔다, 끝나고 들어가서 다시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며 열심히 행사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또 “한 달 전부터 종교 생활을 시작했다. 기도할 때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나를 받아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활동가 정욜 씨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퀴즈를 풀고 응원 메시지를 받는 이런 모습을 육우당이 하늘에서 본다면 참 기뻐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캠페인은 계속 해나가야 할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지 글을 남겨준 참가자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던 평인(19) 군은 “4년전 이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동인련 활동을 시작했다. 매년마다 기획하고 참가하면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지금 바라는 게 뭐냐고 묻자 “음...내년에는 비 안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밝게 웃는다.

청춘, 세상의 빛나는 것 들 중 하나. 그 청춘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인권이라는 또 다른 빛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반짝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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