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 카페 이야기]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다시 태어났음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까사미아 아이들에게 늘 관심과 배려를 아끼시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평화와 축복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부활해요!’

큘라 아줌마는 사순시기를 참으로 여러 해에 걸쳐 빡세게 체험했습니다. 올 겨울에 웅녀의 후손 아니랄까봐 그 누구 부럽지 않게, 신나게 늦잠을 즐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활시기는 그 어느 해보다 살아있음에, 마음 깊숙이에서 활기와 기쁨으로 벅차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주간이었던 지난 주 까사미아의 삼총사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 그리고 베레모 아저씨는 부활계란을 만들고 배달하느라 허벌나게 바빴습니다. 한마디로 계란 공장을 3일 동안 가동하고 5일 동안은 까사미아 택배회사를 운영하였습니다. 올해에는 부활을 맞이하여 지인들이 까사미아에 보내주는 관심과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을, 작년과는 다르게 온라인 축하 메시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부활계란을 생략하려고 했는데...

집 나갔던 탕자는 아니었지만, 베레모 아저씨가 다니던 직장에 문제가 생겨 한 달간 까사미아에 쉬러왔습니다. 그것도 때마침 부활을 앞둔 4월초에 말입니다. 일복 많은 사람은 가는 곳마다 쌓이는 것이 일이라더니... 마치 베레모 아저씨가 부활계란을 만들려고 휴직한 것처럼 까사미아에 온 것이지요.

그래서 작년처럼 3일 동안 계란 다섯 판을 삶고 스티커 붙이고 장식하는 등등 작업을 했습니다. 큘라 아줌마는 그 동안 뭐했냐고요? 손재주가 무재주인지라 대신 발품 빡세게 팔았습니다. 계란을 담은 종이봉투를 너무 큰 것 사와서 두 번이나 서울 남대문 시장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거 별거 아니라고요. 아닙니다요. 아줌마는 '공주과'인데다 원래 힘이 없어서 걸어다는 것 자체가 중노동입니다요. 그것으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5일 동안 하루에 4~5건 부활계란 배달하느라 서울, 수원 그리고 인천 전역(?)을 돌아다니며 택배하시는 분들의 고충을 백분 이해했습니다. 등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큘라 아줌마 팔에 알통도 생겼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스도사상연구소의 심상태 몬시뇰과 더불어.

부활계란 세 알이 이렇게 훈훈함을 품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부활계란을 통해 밋밋한 일상에 갇혀 나도 모르게 종종 찌든 모습으로 살고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서로가 사랑하고 배려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확 느낀 것이지요.

비록 몸은 고되었지만 까사미아의 지인들에게 부활계란을 배달하면서 함께 얼굴을 맞대고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큘라 아줌마는 오랜만에 스승이신 심상태 몬시뇰을 찾아뵈었습니다. 까사미아를 열면서 아이들과 겪었던 희로애락을 짧게라도 신부님과 함께 나눠서 행복했습니다.


글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세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사진 김용길 (베드로, 어린카페 까사미아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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