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과 미국 주교단이 최근 아시아 신학자 피터 판 신부 (Fr. Peter Phan) 의 책을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판 신부는 미국의 조지타운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베트남 출신의 저명한 카톨릭 신학자이다. 텍사스 주 달라스교구에서 사목하고 있는 판 신부는the Catholic Theological Society of America의 대표를 역임한바 있으며, 아시아 주교연합회의 (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판신부는 특히, 동양과 서양의 종교 신학적 대화를 촉구하는 사목 활동과 신학 저술로 유명하다.

논쟁을 일으키게 된 판 신부의 책 (Being Religious Interreligiously: Asian Perspectives on Interfaith Dialogue, Orbis 출판사, 2004)은 교회와 그리스도의 관계성에 관해 논한 책으로서, 판 신부는 이 책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사역에 있어 타종교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바티칸은 판 신부의 신학적 입장이, 교회의 공식입장이 표명된 <그리스도의 완전성과 교회에 관한 선언>( “그리스도의 완전성은 오로지 가톨릭 교회에만 거한다” )을 “거스른다” 고 판단하고 검열에 착수했다.

제보에 따르면, 판 신부는 지난 2005년 7월 바티칸의 신앙교리성성으로부터, “가톨릭 교회의 교리와 어긋날 뿐 아니라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고 지적된 서한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신앙교리성성은 서한을 통해 판 신부에게 내용에 대한 검증과 교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Orbis 출판사에게는 책의 재 출판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2007년 5월에는 미국 교리위원회 (the Committee on Doctrine for the U.S. bishops) 의 William Lori of Bridgeport 주교가 판 신부에게 책에 대한 재검토와 교정을 거쳐 본인의 입장을 밝힌 보고서를 제출 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가 제기된 이슈들은 1) 유일하고 보편적인 세상의 구원자로서 그리스도; 2) 구원을 위한 교회의 역할과 기능; 3) 타종교의 구원론에 대한 판 신부의 견해들로서, 세가지 이슈 모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신학적 입장을 대표하는 핵심 사안들이다.

이번 사건은 종교적 상대주의 즉, 그리스도를 타종교의 믿음을 이해하기 위한 비유적인 존재로 환원하거나, 구원에 이르기 위한 여러가지 길 중 하나로 이해하는 신학적 견해에 대한 바티칸의 완고한 부정과 우려가 표출된 예라 할 수 있다.

타종교에 대해 교회가 개방적인 자세를 갖고 적극적으로 종교간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해온 판 신부를 비롯한 많은 신학자들은, 이번 검열이 차후 가톨릭 신학의 폭과 깊이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출처: National Catholic Reporter, Sept 14, 2007 “Why is Fr. Peter Phan under investigation?” 2007 년 9월 12일

/조민아 200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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