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도서관 나들이-강승수]군대를 버린 나라, 아다치 리키야, 검둥소, 2011

지난 1월에 대전에서 있었던 구럼비 평화염원콘서트에 강정해군기지 소식을 직접 전하러 육지에 오셨던 강정마을 대책위원회 고권일 위원장은 “군대를 버린 나라”가 있다며 평화를 위해서는 군대를 증강할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소리를 듣는데, 나는 내심 ‘군대를 버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어떤 나라일까?’하는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과연 그런 나라가 있다. 군대를 버리고도 평화를 구가하며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나라가 지구상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중앙 아메리카에 위치하고 있는 ‘코스타리카’라고 하는 나라다. 그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군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자꾸 의심하게 되고 도리어 전쟁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군대를 갖지 않는 것이 바로 최대의 방위력이다.”(18쪽 참조)

중앙 아메리카는 내전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엘살바도르, 20세기 최장인 36년에 걸쳐 내전을 지속하고 있는 과테말라 등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전운이 감도는 지역이었다. 그 가운데 오도카니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언론은 유혈 사태가 일어날 것 같은 점만을 주목하지만, 그렇게 항상 ‘일이 터질 것 같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무기를 보유하지 않고도 평화롭게 지내는 이 나라를 훨씬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왜 코스타리카의 사정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일까? 이 나라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자체가 바로 문제가 아닐까.

궁금하지 않은가? 작은 나라이면서도 군대를 버리고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지...

코스타리카는 ‘인권’,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 대단히 성숙한 국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결국 성숙한 민주주의의 열매가 ‘군대를 버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에 가장 가까운 나라가 바로 코스타리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국민 투표율이 80%가 되는 나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하여 한 대학생이 대통령을 고소했고 결국 그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라! 자연의 보호를 위해서 함부로 관광객 유치정책을 펴지 않고, 함부로 길을 포장하지 않는 ‘정도’에 머무를 줄 아는 성숙한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코스타리카는 참으로 잘사는 나라이다.

강승수 신부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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