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과 그리스도인의 선택-김유철]

오늘밤이 지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
오늘밤이 지나면 새 세상이 열려야 한다
오늘밤이 지나면 새 세상이 저벅저벅 소릴 내며 다가오리니
그대여
4월 11일 투표소로 가자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
여차하면 한 판 붙자는 사람들
군대 안 간 자신들과 군대 안 간 자식들이 즐비한 사람들
보온병만 보고도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우리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느니
그대여
4월 11일 투표소로 가자

특권 없는 공평한 세상을 원한다
태어나면서 이미 신분이 정해지는 사회
죽었다 깨어나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회
아흔아홉 명이 한 명을 위해서 사는 사회
강남의, 강남에 의한, 강남을 위한 말도 안 되는 사회
우리는 특권 없는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느니
그대여
4월 11일 투표소로 가라

억울함이 없는 행복한 세상을 원한다
하루아침에 벌어지는 해직과 해고가 일상화된 일터
도시철거민들이 죽음으로서 항거해야 하는 삭막한 거리
핵발전소 송신탑이 들어서는 농민들의 산과 들
파헤치고 파헤치고 또 파헤쳐진 사대강의 물줄기
우리는 억울함이 없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느니
그대여
4월 11일 투표소로 가자

어디에도 쫄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원한다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여리디 여린 촛불을 끄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
빨간색만 보면 소리 지르다 스스로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
죽은 노무현이 살아날까봐 다리 펴고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이 사람 저 사람 감시하느라 도다리 눈동자가 되어버린 사람들
우리는 어디에도 쫄지 않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느니
그대여
4월 11일 투표소로 가자

예수를 믿는다는 고백이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세상을 원한다
예수가 아닌 교회라는 간판이 필요한 세상
예수의 이름으로 생명과 평화가 아닌 아집과 독선을 강요하는 세상
모두를 위한 예수가 아니라 패거리에게만 예수를 묶어놓은 세상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예수의 말을 곧이듣지 않으려는 세상
우리는 예수를 믿는다는 고백이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느니
그대여
4월 11일 투표소로 가자

이 봄에 가깝고 먼 산마다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구럼비 앞물에 돌고래가 춤을 추고
쌍용자동차 앞마당에 복직된 노동자가 노랠 부르며
용산 남일당 앞길에 죽은 이들이 다시 돌아와 너털웃음을 터뜨리면
어이구! 신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오늘밤이 지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
오늘밤이 지나면 새 세상이 열려야 한다
오늘밤이 지나면 새 세상이 저벅저벅 소릴 내며 다가오리니
그대여
그대여
4월 11일 투표소로 가자


 

김유철 (한국작가회의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대표. 저서 <그대였나요>, <그림자숨소리>,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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