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 카페 이야기]

 

초딩에서 중딩으로 올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이 바로 옷과 머리 모양입니다.  자유복에서 교복으로, 나름 길게 휘 날리던 머리카락이 몇 센티로 정렬하게 되는 한 마디로 서로를 구별하기 힘든 무개성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죠.

3월을 맞이하여 석과 혁이 초딩6에서 중딩1이 되었습니다. 중딩에 되고 처음으로 까사미아에 놀러온 날,  큘라 아줌마는 두 녀석과 새로운 말 걸기를 시도했습니다.  먼저 장난으로 두 청소년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오~우, 예!, 유니폼 끝내주는데...”

머리카락을 2cm 만큼 남기고 나머지를 다 미용실에 헌납한 석.  “머리는 어디에?”  “헤헤~!” 대답 대신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어~! 중딩이잖아? 까사미아는 어린이카페인데~, 이제 중딩인 너희는 못 들어와.”라는 말에 이미 한 발을 안으로 들여놓은 석이 ‘헐!’하는 표정으로 엉거주춤 정지화면이 되었습니다.

바로 몸을 돌려 한 발은 밖으로 뻗으며, 신발을 벗고 있는 혁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혁아! 이제 여기서 못 놀아, 우리 중딩이라고 아줌마가 가래.” 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갈 찰라.  “현도 중딩1인데 여기 자주 놀러오는데, 왜 우린 안 돼?”라며 의아해하는 혁.  참고로 현은 큘라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의 조카 손주입니다.

큘라 아줌마는 키득키득 웃으며,  “그렇다고, 너희들 정말 가냐?”하며 석에게 군밤 한대를 주었습니다.  “이제 중딩 되니까 뭐가 좋아?”라고 묻자 두 녀석은 동시에 눈을 흘기며,  좋은 것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딩이니 만화책에서 졸업하고 글자 많은 책을 읽으라고 하며, 교복을 입은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박자고 했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잽싸게 책장에서 제일 먼저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을 각각 뽑았습니다.

석은 <세계문학과 논술의 실제 2>를, 혁은 동화책 한 권을 뽑았습니다.  큘라 아줌마는 석과 혁에게, 각자가 뽑은 책의 일정 부분을 선택해서 읽고 아줌마가 낸 다섯 문제를 맞히면 특별 간식을 주겠다고 제의했습니다.  먹는 것에 혹한 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석은 「세계문학」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을, 혁은 동화책 내용 중에서 ‘외상값’이라는 단편을 선택했습니다.  10분 후에 퀴즈 대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석이라 먼저 퀴즈 대회에 출연했습니다.  큘라 아줌마는 석에게서 책을 받아 문제를 뽑았습니다.  “햄릿의 친한 친구는 누구?”  “어~! 분명히 첫 페이지에 그 친구 이름을 본 듯한데...”  “...”

“줄리엣을 따라 로미오는 어떻게 죽었나요?”  “자기 칼에 맞아 사망!”  “헐...!”  “그게 아니거든”  “뭐지!”  줄리엣이 어떻게 죽었나를 생각해봐?”  책을 읽으라고 준 시간에는 핸폰 게임하느라 책을 건성건성 읽은 석은, 하필이며 ‘내가 왜 이런 책을 잡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석은 ‘인터넷 찬스!’를 남발하며 겨우겨우 다섯 문제를 맞혔습니다.

옆에서 ‘석과 아줌마의 퀴즈 만만세’를 지켜보던 혁은, 외운 내용 다 잊어버리겠다며 빨리 자기에게도 퀴즈를 내라고 성화였습니다.  “외상값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은?’”라고 묻자 넘 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정답을 맞혔습니다.  “주인공 용수의 할머니가 갚아야 할 외상값은 얼마?”  “천칠백 환‘”  “딩동댕!”  “용수은 어디에다 물건을 싣고 갔나요?”  “구루마!”

“회사에서 잔심부름하는 사람은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뭐지?”  “힌트! 앞 문제에서 돈 단위를 이야기 했잖아. ‘ㅅ’과 ‘ㅎ’으로 시작하는 단어인데.”  조금 망설이던 혁이 ‘아~!’하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있게,  “사환이요!”  “딩동댕!”

‘로미오와 줄리엣’ 내용을 미리 핸폰으로 찾아놓고 ‘인터넷 찬스’를 쓰는 척하며 그 내용을 커닝하려는 석. 차분하고 꼼꼼하게 책을 읽고 다섯 문제를 무난하게 맞힌 혁.  

중딩 오빠들이 ‘퀴즈 만만세!’에 출연하고 있는 옆에서 신기한 듯 초딩 저학년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두 녀석 다 개성 만점입니다.  예상하지 않은 ‘퀴즈 만만세’를 하면서 우리 모두는 허리 끊어질 듯, 배꼽 잡고 웃으면서 참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맛있는 호두과자를 특별 간식으로, 스파게티를 일상 간식으로 먹고 집에 간 석과 혁.  그들에게 까사미아에 놀러 오면 5분씩 English Free talking도 하자고 제안하자 먹는 것을 준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두 녀석은 까사미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인사 대신에 “아줌마, 우리 퀴즈 해요.”라며 먼저 재촉합니다.  특별한 간식을 먹기 위해, 퀴즈가 넘 재미있어서 말입니다.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caffecasamia

까사미아는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책도 읽고, 숙제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고, 이탈리아 요리 파스타도 먹는다. 물론 모든 게 공짜다. "우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복음말씀을 어린이들에게 실천하는 것이다.

인천행 1호선 동암역 북광장에서 십정초등학교 건너편 수협 골목에서 200M 들어가 공용주차장 앞에 서면 바로 맞은 편에 <어린이카페 까사미아> 간판을 마주할 수 있다.

   
연락처는 032-446-0065이며
후원하실 분은 국민은행 644201-01-376314 로 하면 된다.

연락처는 032-446-0065이며 후원하실 분은 국민은행 644201-01-376314 로 하면 된다.

 

까사미아는 2010년 6월 5일 최금자 김용길 부부가 자신들이 살던 집을 개조해 인천에서 시작했다.

사이트: http://cafe.daum.net/caffecasamia

 

글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세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사진 김용길 (베드로, 어린카페 까사미아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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