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유철]

▲ 김유철.
놀라운 일이다. 한국주교회의가 배포한 보도자료(2012년 3월 8일)에서 밝힌 2012년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 첫 번째 안건이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왜? 주교회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아니 주교들은 지금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순절을 보내는 것일까?

차분히 톺아보자. 2012년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는 3월 12일부터 3월 16일까지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주교회의는 스스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주교회의의 주요안건을 밝혔다. 그 내용은 1. 정의평화위원회 건의에 따라 현 정부의 핵 발전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2. 신자들이 명절이나 기일에 사용할 수 있는 ‘한국천주교 가정 제례 지침’을 다룬다. 3. 시복시성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 시성 기도문(안). 그 밖에도 ‘혼인 문서 서식’(개정안) 심의, 「성무일도」추가 부분(안) 심의, 전국단체 설립 심의, 선교 활성화 방안 논의에 대해 다루고, 제50차 세계성체대회 준비 보고 등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후 회의의 주요일정과 주교회의 회원 명단을 밝혔다.

주교회의는 보도자료에서 스스로를 ‘한국 천주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라고 말하며 주교회의에 대한 품격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한국천주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신자들이나 국민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유감인 것이다. 주교들은 주교회의 기간 동안 현 교황의 선출 기념미사(3월 14일 명동 주교좌성당)를 함께 지냈지만 현 교황의 선대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2세는 1988년 5월 21일 ‘주교회의 신학적 법률적 성격에 관한 자의교서’를 통해 주교회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 바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는 그 성격을 이렇게 밝힌다.

“상설 기관인 주교회의는 교회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선익을 더욱 증대시키기 위하여 해당 지역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위한 어떤 사목 임무를 특히 시대와 장소의 상황에 적절히 적응시킨 사도직의 형태와 방법으로 법 규범에 따라 공동으로 수행하는 한 국가나 특정 지역의 주교들의 회합이다.”(교회법 제447조).

교회법이야 평신도들로서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의 연속이지만 주교들은 전문가중의 전문가인 것이다. 그들은 공인받은 ‘교회의 교사’ 아닌가? 위의 교회법을 마디마디 곱씹어보시라. 현재의 주교회의를 이루고 있는 주교들이 얼마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인지 말이다.

이번 주교회의에서 스스로 정한 첫 번째-물론 첫 번째라는 표현은 필자의 자의적 해석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보도자료에서 첫 번째로 거론할 만큼 스스로 그 안건의 중요성을 드러낸-안건이 주교회의가 폐막된 이후 발표된 보도자료에서는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정의평화위원회 건의로 주교회의에 올라온 안건은 ‘현 정부의 핵 발전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안건이 아니라 ‘현 정부의 핵 발전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안건이였다. 만약 주교회의에서 그 안건에 따라 논의가 이루어졌다면 ‘현 정부의 핵 발전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거나 혹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로 정리했어야 온당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주교회의는 스스로 자신들의 안건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거나 밝히지 않은 채 고스란히 생매장시켰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와 관련하여 “주교회의는 오는 11월 13일부터 대구대교구 경주에서 열릴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주제가 탈핵에너지 문제임을 감안해, 그때에 가서 주교회의 차원의 성명서를 채택하기로 하고, 이번에 제안된 탈핵성명서는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지만 이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해도 한국천주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말도 되지 않는 결정인 것이다. 이런 결정은 이른바 어버이연합 어르신들도 하지 않는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가 보류한 문제를 한갓 친선모임에 불과한 한일주교교류모임이 끝난 후인 11월 중순에 성명서를 채택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보아도 한가한 결정인 것이고, 내용으로 보아도 교과서 수준을 넘지 않을 공포탄에 끝날 공산이 십상이다.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정말 탈핵에너지를 원한다면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후보들에게 주교회의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준엄하게 그 결정을 발표했어야 했다. 그것은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게 한국천주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보내는 분명한 신호이며 의사표시인 것이다.

더욱이 이번 주교회의를 앞두고 발생한 제주 구럼비 바위에 대한 폭파와 사제, 수도자, 활동가들에 대한 무자비한 연행과 함께 14년 만에 청구된 성직자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뿐 만 아니라 4월 총선에 대한 일까지 주교회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할 일이 분명히 있었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회법 447조가 말하는 “주교회의는 교회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선익을 더욱 증대시키기 위하여 .... 시대와 장소의 상황에 적절히 적응시킨 .... 주교들의 회합”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할 일은 외면한 채 ‘탈핵에너지’에 대한 문제를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 다룬다면, ‘제주해군기지’는 한중 혹은 한미주교모임에서 다루고, ‘예수회 성직자 구속’문제는 예수회 장상들과의 모임에서 다룬 후 주교회의 의견을 낼 것인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이른바 품격을 스스로 그토록 깎아내리고 싶은지 주교들에게 묻고 싶다.

주교회의가 이번 춘계정기총회를 폐막하면서 밝힌 결정문 열세가지 조항이 한국천주교회 구성원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빛과 소금 같은 결정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일 년에 단 두 번 열리는 귀한 주교회의는 자신들에게 위임한 그리스도의 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교회의 사순절은 곧 지나가지만 세상의 사순절은 끝없이 진행 중이다. 평신도가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 24명의 회원들께 예수의 말씀을 전한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마태25,42-43)
 

<참고자료 1.> 2012년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보도자료
 


오는 12일부터 2012년 춘계 정기총회 열어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는 2012년 춘계 정기총회를 3월 12일(월)부터 16일(금)까지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개최한다. 주교회의 정기총회는 국내 16개 교구의 주교 전원이 모여 전국 차원의 사목 임무를 논의하는 한국 천주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봄, 가을 2회 정기총회를 연다. 2012년 춘계 정기총회의 주요 안건과 일정은 다음과 같다.

□ 주요 안건
이번 총회에서는 정의평화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현 정부의 핵 발전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또한 신자들이 명절이나 기일에 사용할 수 있는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지침’을 다룬다. 이 지침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전례위원회와 협력하여 마련하였다.
현재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된 시복 대상자에 대한 기도와 적극적인 시복 추진 운동을 위해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 시성 기도문(안)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혼인 문서 서식’(개정안) 심의, 「성무일도」 추가 부분(안) 심의, 전국단체 설립 심의, 선교 활성화 방안 논의에 대해 다루고, 제50차 세계성체대회 준비 보고 등을 청취할 예정이다.
주교단은 총회 기간 중인 3월 14일(수) 오후 6시 명동 주교좌성당에서 교황 선출 기념 미사를 함께 봉헌한다. 한편 총회 시작 전인 12일(월) 오후에는 ‘냉담 교우를 위한 영성적 제안’으로 주교들이 참가하는 연수를 갖는다.

□ 주요 일정
3월 12일(월): 주교 세미나 - "냉담 교우를 위한 영성적 제안”
3월 13일(화): 본회의 개막(9:30,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참석)
3월 14일(수): 교황 선출 기념미사(18:00,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
3월 16일(목):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정기총회 결과 발표 예정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회원은 24명으로 추기경 1명, 대주교 2명, 주교 20명, 아빠스 1명이다. 준회원(은퇴주교)은 11명이다.

의 장 강우일 베드로 주교(제주)
부의장 김지석 야고보 주교(원주)
서 기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청주)
회 원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서울, 평양)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광주)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대구)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전주)
이기헌 베드로 주교(의정부)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인천)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마산)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안동)
김운회 루카 주교(춘천, 함흥)
이용훈 마티아 주교(수원)
유흥식 라자로 주교(대전)
황철수 바오로 주교(부산)
유수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군종)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서울)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서울)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대전)
정신철 세례자 요한 주교(인천)
손삼석 요셉 주교(부산)
이성효 리노 주교(수원)
옥현진 시몬 주교(광주)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덕원)
 

<참고자료 2.> 2012년 3월 15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보도자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12년 3월 12일(월)부터 15일(목)까지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아래와 같이 결정하였다.

1. 총대리회의의 건의에 따른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요청으로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변경 명칭: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가 제출한 ‘해외 선교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한국 교회가 하느님께 받은 풍성한 축복을 기억하며 선교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는 해외 선교사 파견을 위한 구체적인 안내를 포함한 백서를 마련하여 주교회의 2012년 추계 정기총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제출한 ‘사제 평생 교육 현황 및 추진 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사제 평생 교육 시설인 사제연수원 건립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사제 평생 교육을 위하여 각 교구의 현황을 파악하고 전국 단위의 안식년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3.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연구하여 제출한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안)과 “‘설·한가위 명절 미사 전이나 후에 거행하는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에 관한 지침”(안)을 승인하였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신자들이 가정에서 올바르게 제사를 드리는 방법과 주의사항 등을 정리하고, 본당에서 설·한가위 명절 미사 전이나 후에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을 거행할 때, 전통적인 조상 제사가 지닌 의미는 살리면서도 전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이러한 지침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 지침들은 추후 교구를 통하여 신자들에게 안내될 예정이다.

4.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번역하여 제출한, 「성무일도」(시간 전례서) 추가 내용을 검토하고 승인하였다. 이는 1990년 12월 31일 이후 시성된 성인들에 관한 전례문으로서 「성무일도」 독서 기도 제2독서 부분을 추가로 마련한 것이다.

5.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가 교구 교회법원장과 교회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제출한 혼인 문서 양식 개정안을 승인하였다. 개정된 혼인 문서 양식에서는 기존 양식의 일부 말마디를 수정하였으며, 신규 양식 제6호(소속 본당 사목구 외 성당에서의 혼인 허가서), 제7호(혼인 주례권 위임서), 제8호(혼인 증인의 확인서)가 포함되어 있다.

6.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가 해외 선교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현실에 맞추어 선교에 더욱 역점을 둘 수 있도록 그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하여, 위원회 명칭을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로 변경하도록 승인하였다.

7.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Asian of the Bishops' Conferences: FABC) 제10차 정기총회(2012년 11월 19-25일, 베트남 호치민)의 한국 대표로 김희중 대주교와 조규만 주교를 선출하였다. FABC 정관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주교회의 의장과 대표 주교 2명이 참석하게 되며, 정기총회는 4년마다 열린다.

8. 한국가톨릭교정사목 전국협의회의 전국 단체 설립과 회칙을 승인하였다.

9. 주교회의 일부 임원을 다음과 같이 선출하였다.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안명옥 주교
가정사목위원회 황철수 주교    
교리교육위원회 권혁주 주교    
교육위원회 최기산 주교    
교회법위원회 김지석 주교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회 김희중 대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옥현진 주교
매스컴위원회 조환길 대주교    
문화위원회 손삼석 주교    
민족화해위원회 이기헌 주교  
복음화위원회 이병호 주교    
사회복지위원회 김운회 주교
성서위원회 이형우 아빠스    
신앙교리위원회 조규만 주교    
생명윤리위원회 장봉훈 주교    
생명운동본부 이성효 주교
전례위원회 김종수 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이용훈 주교    
천주교용어위원회 강우일 주교    
청소년사목위원회 유흥식 주교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염수정 주교    
해외선교 · 교포사목위원회 정신철 주교    

10. 주교회의 사무처장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이기락 타대오 신부(서울대교구, 1980년 사제 수품)의 연임을 결정하였다.

11.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 겸 제3차 한국청년대회(2014년 8월 10-17일, 대전교구) 준비에 관한 보고를 들었다.

12. 제18회 한일주교교류모임(2012년 11월 13-15일)의 주제를 ‘탈핵’으로 정하고, 대구대교구(경주시)에서 갖기로 하였다.

13.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2012년 3월 15일 회의에서는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사도직) 총무로 전영준 바오로 신부(1991년 사제 수품, 서울대교구)를 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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