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누구인가-김유철]

#1.
우신연은 <우리신학연구소>의 줄임말이다.
나꼼수는 <나는 꼼수다>의 줄임말이다.

#2.
우신연은 젊은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 세운 연구소다. 우신연은 지금여기에서 체험하는 하느님을 쉬운 말로 풀어나가려고 1990년부터 가톨릭신학청년동지회와 우리신학연구실을 결성한 후 주간지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을 발행하는 등 사부작사부작 내공을 쌓아가며 1994년 창립된 조직체다. 초대 이사장에 성염, 초대 소장에 김수복이라는 연혁만 보더라도 분명 평신도들이 성직자 중심의 한국천주교회 안에서 어렵사리 시작한 조직체인 것은 분명하다.

#3.
나꼼수는 2008년 2월 20일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MB를 비롯한 1%의 ‘우수한 가문과 혈통’들이 야금야금 그들만을 위한 산성을 쌓고, 흐르는 강마저 잡도리하여 일렬로 세우는 군기강화훈련을 보면서 은인자중하던 딴지일보 김어준을 비롯한 ‘잡놈’들이 2011년 4월 27일 ‘국내 유일 가카헌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된 팟캐스트다. 그들은 공영방송의 영향력을 능가할 정도가 되어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뉴욕타임즈 해외판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 카타르의 알자지라를 통해 바다 건너까지 알려지기도 했다.

#4.
문제는 우신연과 나꼼수가 지금 현재 모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중이며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영~ 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5.
우신연은 작년 즉 2011년 2월 25일 정기총회 때 이사장이 바뀌었지만 물러난 소장을 대리하는 소장직무대행 체제였으며 근 일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소장은 공석이다. -어쩌면 앞 문장의 종결어미를 과거형인 ‘공석이었다’라고 해야 할 지 현재형인 ‘공석이다’라고 해야 할 지도 애매한 형편이다. 왜냐하면 소장직무대행의 권한을 정지하고 전임소장을 이사장이 다시 신임소장으로 임명했다는 말도 있는데 여직 어떠한 공식발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소 소장보다 더 심각한 내분의 원인 중 하나는 연구소 정체성과 구조개편에 대한 것이다.

우신연은 2009년 창립 15주년을 전후하여 연구소가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새 길 찾기’를 시도하였고 2010년 3월 방향찾기 워크숍을 시작으로 4월부터 1기 TF팀을 가동한 바 있다. 이후 구성원을 확대한 2기 TF팀은 수차례의 집중토론을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2기 TF팀이 2010년 11월에 열린 이사회에 제출한 그들의 결과물은 반려되었다. 왜였을까? 그리고 그 이후 현재까지 TF팀의 구성원이었던 연구위원, 실무진들과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진의 갈등은 끝없이 진행 중인 상태인 것이다. 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우신연에서 벌어진 것일까?

#6.
나꼼수가 언젠가는 사고를 칠 줄 알았다고 하면 필자가 점쟁이가 되지만 그들 스스로 ‘잡놈’이라고 부를 때 잡놈틱한 일은 언제나 그들 주위를 맴도는 법이다. 그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그들의 향한 박수소리가 높아갈수록 얼마나 많은 시기와 감시의 눈들이 번뜩일지는 안 봐도 비디오고 안 들어도 오디오 아닌가? ‘비키니’가 어쩌고 하는 그야말로 ‘나꼼수’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 그들 스스로 가카헌정방송에서 그토록 경멸했던 꼼수부리지 말고 “아, 우리의 찬란한 헛발질”이라고 쿨하게 받았어야 한다.

“내 진심은 그것이 아니라....” 혹은 “성욕감퇴제... 코피조심....” 등등의 18금 논란까지 가는 것은 ‘잡놈’들에게는 한없이 쪽팔리는 일이었다. 더욱이 “생물학적 완성도....” 운운하며 ‘잡놈’보다 더한 ‘진정한 잡놈’들은 알아듣지 못하게 만드는 먹물들의 고급용어에 대해서 무한한 경멸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꼼수의 주적은 ‘가카’이기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말도 참고, 글도 참고, 눈흘김도 참으며 많이 접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틈새를 노리는 짬뽕국물같은 몇몇 언론들이 때를 만난 것처럼 눈을 흘기는 것은 참으로 더 유감스러운 일이다.

#7.
그동안 우신연 ‘사태’(<공동선> 2012년 1-2월호 소개)에 대하여 서울에서 활동하는 천주교 제반단체들을 중심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중재를 설려고 노력했으며 실무자들과 현 이사장, 연구위원을 지냈던 이른바 OB들과 전 이사장과의 접촉 등은 몇 번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소정의 결론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어쨌든 우신연의 정기총회가 2월 중에 열릴 모양이다. 우신연이 정관에 밝힌 총회의 의결사항인 임원 선출에 관한 사항/ 본회의 해산 및 정관변경에 관한 사항/ 재산의 처분, 매도, 증여, 담보, 대여, 취득, 기채/ 예산 및 결산의 승인/ 사업계획의 승인/ 기타 중요사항을 다룰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지만 총회의 의결은 더 중요한 사항인 연구소의 목적과 목적 수행을 위한 사업에 적합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그 과정까지 말이다.

#8.
나꼼수는 스스로 방송의 목적을 ‘가카헌정방송’으로 삼았고 이 방송을 제작하는 딴지일보에서는 이 방송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아니한다는 전제하에 무단 이용, 전제, 복사, 재배포를 허용하고 있다. 나꼼수는 방송 첫해에 언론인들에게 언론이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인정(?)을 받는다. 즉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선정한 제21회 민주언론상을 2011년 수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나꼼수에 대해 "정권의 부도덕성을 폭로하고, 거침없는 독설과 재미로 주류 언론이 권력 감시 등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 언론으로 훌륭한 역할을 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9.
우신연의 목적
본회는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 구현과 실천 방안을 연구하여 그 성과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우리신학"을 형성 발전시켜 나가며 이를 통해 과학적 사목 연구의 진작을 도모하고 한국천주교회의 성숙과 한국 종교문화 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우신연의 사업
1. "우리신학" 형성을 위한 제반 연구사업
2. 과학적 사목 정책과 실천 지침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지원사업
3. 평신도사도직 활성화를 위한 교육사업
4. 연구성과의 보급을 위한 출판 및 학술행사
5. 그 밖에 본회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

#10.
독자들의 집중력을 고려하여 오늘은 이쯤 했으면 한다. 2월중에 열리는 우신연의 정기총회를 기대한다. 나꼼수가 스스로 정한 방송종영일인 2013년 2월까지 처음처럼 씨~원하게 해나가길 기대한다. 복음을 이야기하자는 우신연이 비복음적인 결정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가카를 이야기하자는 나꼼수가 같은 편들과 멱살잡이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우신연의 발전이라는 것이 효율성 혹은 흑자운영이란 말과 동거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나꼼수의 방송이 99% ‘잡놈’들의 방송이 아니라 스타화된 특정 인물들의 방송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우신연과 나꼼수 할 것 없이 스스로 쪽파는 일 없기를 완전 기대한다. 2월에 열리는 나꼼수 콘서트는 못가지만 우신연 정기총회에는 간다. 쾅!


김유철 (한국작가회의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대표. 저서 <그대였나요>, <그림자숨소리>,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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