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도서관 나들이] <성장의 한계>, 도넬라 H. 메도즈 등, 갈라파고스

“오늘날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가난과 고용 문제와 같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성장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의존은 헛된 희망을 낳는다. 그러한 성장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한한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물질적인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대부분의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는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본문 중에서)

지금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책이다

마야의 달력에 따르면 올해가 종말의 해라고 한다. 최근에 일어났던 수많은 자연재해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전 세계적 경제 위기 등을 지켜보면서 인류가 이 지구에서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아마 올해에는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이 더욱 늘어날 테고, 그것이 종말 담론과 결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종말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할 여지가 생겨난다. 종말 이후 완전한 끝장일 수도 있지만, 다른 세기,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도 종말을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인간에게는 늘 자신들이 살아가는 시기가 종말이자 전환기일지 모르겠다.

<성장의 한계: 30주년 기념 개정판>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김병순 옮김(갈라파고스, 2012)
<성장의 한계>는 그런 종말적 상황과 깊게 관련된 책으로, <성서> <자본론> <종의 기원>과 함께 세계를 뒤흔든 기념비적 저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책은 1972년 초판 발행 이후, 가장 최근의 데이터들로 새롭게 무장한 ‘30주년 기념 개정판’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 등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생산하고 그것을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생태발자국 지수에 따르면 현재 지구는 그 한계용량을 초과한 상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개발과 성장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몇 개의 지구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는 하나밖에 없다.

<성장의 한계>는 이러한 자연, 경제 성장과 환경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국제 사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연구서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기업가들과 정치가들, 제3세계 옹호자들 그리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한결같이 ‘성장의 한계’라는 생각에 격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 생태계의 한계라는 개념이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는 이 세상 어느 곳보다 과다개발 상태에 있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여러 양태들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개발과 성장의 맹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뒤늦게 ‘녹색성장’을 이야기하지만 과다개발 상태를 진정시키고 조화로운 성장을 모색한다기보다 그저 하나의 트렌드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30년에 걸쳐 진화해온 이 문제작은 작금의 현실을 타개할 우리의 지혜에 힘을 더해주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데 깊은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해주기에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끝없는 성장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번영의 시대에 이미 파국을 진단하다

환경 위기를 거론할 때 개구리의 비유를 들곤 한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온도를 1도씩 천천히 올리면 그 안에서 푹 삶아지며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그처럼 깊게 자각하지 못하고 천천히 파국의 길로 가는지 모른다. 이 책은 예언자적 시선으로 그러한 파국을 미연에 막고 인류의 건강하고 조화로운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1972년에 처음 발간된 <성장의 한계>는 포켓 사이즈의 200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책자였지만, 출간 즉시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37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200만 부 이상이 팔려 학계, 산업계, 문화계, 공공정책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이 발간되었던 당시는 전에 없던 경제 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감소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 성장은 좋은 것이고 성장에 따른 환경문제는 행정, 법규 그리고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며, 경제 성장의 대가로 환경위기나 인류의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은 소수의 우려로 간주되었을 뿐이다.

이 프로젝트는 로마클럽의 주도하에 1970년에서 1972년까지 MIT 슬로안 경영대학 산하 시스템 역학 그룹에서 전담했으며, 세계 인구와 실물 경제의 성장을 낳은 장기적 원인과 그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시스템 역학 이론과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탐색하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시행되는 정책들은 우리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붕괴시킬 것인가?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인간 경제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지구 생태계를 제약하는 요소들(자원 이용과 배기가스 방출과 관련해서)이 21세기 지구의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제약 요소들에 대응하면서 많은 자본과 인력을 쓸 수밖에 없어 21세기 어느 시점에서 인류의 평균적 삶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지만 일찌감치 예방조치를 취한다면, 지구 전체 생태계가 한계에 다다르거나 그것을 초과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을 얼마든지 줄여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앞날에 대해 낙관하였다.

적어도 이 책이 발간될 1972년 즈음엔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은 여전히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선택 방안들을 검토하는 동안 안전하게 성장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지속 가능성만이 인류를 파국에서 구해낼 수 있다
꿈꾸고 상상하고 실행해야 한다

1992년 개정판이 나왔을 때 이미 지구의 수용 능력이 한계를 넘어선다. 이 개정판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벌써 인류가 지속 불가능한 영역으로 더 깊숙이 이동했다는 점을 밝혀내고 유엔 브룬트란트 위원회가 제시한 ‘지속 가능한 성장’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그리고 이 책 30주년 기념 개정판에서는 마티스 베커나겔이 개발한 생태발자국 지수를 도입하여 당면한 문제들을 분석해간다.

이제 세계를 지속 가능한 영역으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한 당면 과제가 되었다. 열대 우림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파손되었고, 곡물 생산은 이제 더 이상 인구 증가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물론 지난 30년 동안 긍정적인 발전도 있었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생태발자국에 대응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했다. 소비자들은 구매습관을 바꾸었고 새로운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다국적 합의도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환경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부처도 신설하였으며 환경교육이 활성화되었다. 기업들은 환경 효용성을 점점 더 높이는 생산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와 그것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비교적 성공적인 희망의 사례다.

기술과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수용 한계를 초과했던 내용을 입증하는 데이터들은 여전히 많이 나왔고, 인간의 생태발자국은 끊임없이 증가하였다. 이미 지속 불가능한 영역에 진입한 지금까지도 상황이 이렇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인데, 그럼에도 이런 문제에 대한 총체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책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며 다양한 비전을 제시한다. 지속 가능한 세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인간 전체의 생태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기술의 진보도 이루어야 하고 인간 개개인의 생각도 바뀌어야 하며 더 장기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 지속 가능성은 반드시 ‘제로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양적 확대가 질적 발전에 관심이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어떤 특정한 성장 계획을 결정하기 전에 그 성장이 무엇을 위한 것이고, 또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그 대가가 얼마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또 현재 지구의 자원 기반과 폐기물 처리 능력으로 그 성장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현재의 불공평한 분배가 영원히 지속되도록 놔두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상태란 경제 성장이 멈추면 낙담과 침체에 빠지고 실업, 파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재와 같은 사회의 모습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가 기술이나 문화 측면에서 현재보다 뒤떨어질 이유는 전혀 없다. 지속 가능한 세계는 인구나 생산량 같은 것들이 지나치게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융통성 없는 세계가 아니며 또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지속 가능한 사회는 획일적이어야 할 까닭이 없고, 비민주적이거나 따분하거나 활력이 없어야 할 까닭도 없다.

지속 가능성은 오랜 시간 논의되었지만 그 구체적 프로그램과 실천에서는 흐릿한 지점에 놓이고, 이 지구에서 살아가야 하고 언젠가는 후손에게 지구를 물려주어야 할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였다. 지속 가능한 생태발자국을 유지하는 사회는 분명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를 위해 인류는 인류사의 세 번째 혁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을 제기한다.

지속 가능성 혁명을 위하여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첫 번째 책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두 번째 책은 논쟁을 가열시켰다. 환경운동이 초창기일 때 여러 가지 환경 문제들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높였다. 그런데 ‘성장의 한계’를 명쾌하게 전달하지 못했으며, ‘한계를 초과했다’는 개념을 공식적인 논쟁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세 번째 책을 내놓게 된다. 한마디로 세 번째 책은 단순한 데이터의 업그레이드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틈새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때 성장의 한계는 먼 미래의 이야기였고, 생태계 붕괴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제 그것은 눈앞에 닥친 일이 되었다. 인구 증가, 토양 유실, 수자원 감소, 대기 오염, 생태발자국, 에너지와 자원 소비, 생물다양성 훼손, 삼림 파괴,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들이 심각하게 산적해 있다. 이제 인간의 생태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책이 나왔을 때보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지만, 세 번째 책에서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하지만 인류의 더욱 진전된 미래를 위해 해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을 제시한다. 이는 인류가 겪었던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지속 가능성 혁명’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세계가 생태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데 유용한 5가지의 도구를 설정한다. 그것은 꿈꾸기, 네트워크 만들기, 진실 말하기, 배우기, 사랑하기다.

이런 도구를 잘 활용하면 지속 가능성 혁명은 충분히 가능하며 마침내 대다수 사람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이야기한다. 시스템 역학 이론과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통해 인류가 처한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은 결국 인간의 노력으로 귀결된다.

삽질의 풍경이 가득한 한국사회
‘도마뱀의 뇌’에서 ‘인간의 뇌’로


이 책은 여전히 낙관적 메시지를 전하지만 현실은 매우 비관적 상황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성장지상주의, 성장중독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은 성장지상주의가 많은 파국을 불러왔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많았다. 인간의 탐욕과 자만은 어쩌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인간의 뇌는 ‘도마뱀의 뇌’로 전락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 ‘인간의 뇌’로 돌아와야 할 때다. 성장이 반드시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주지 않고,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또 성장을 한다면 어떠한 성장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뼛속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 통찰이 잠시라도 유보되지 않는 구체적 실천으로 전화되어야 한다. 인류가 오랜 세월 축적한 지혜와 기술을 동원해 파국을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성 혁명의 요체일 것이며, 이 책이 끊임없이 되뇌이며 전달해주는 메시지다.

김지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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