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모니터링 자료는 10월 5일자 2617호 <가톨릭신문>과 988호 <평화신문>이다.

 

 


9월 24일 한국천주교회 종합정보화 시스템인 ‘통합 양업시스템’ 개통식이 열렸다. 사목행정적인 순기능만을 생각하다면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축하할 일이다. 아울러 그런 시스템을 개발한 많은 관계자들의 노고가 있었을 것이다. 작년 11월 19일 통합 양업시스템 개발을 위한 협약주체인 서울교구와 <우리은행>의 착수식 때 올해 상반기로 한 목표가 10월에 이른 것을 보면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한 편 세상의 많은 일이 체계적인 전산화를 이미 이룬 것에 비하면 한국천주교회의 행정전산화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실은 실패로 끝났지만 1995년 모세 프로젝트 이후로 사목행정의 전산화를 위해 한국천주교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것을 알고 있다.

10월 13일부터 3개 교구(춘천‧ 원주‧ 안동)를 제외한 13개 교구가 전국 단일시스템을 사용함에 이르러 9월 24일 ‘통합 양업시스템’의 개통식을 서울에서 가졌다. <가톨릭신문>은 1면 스트레이트 기사에 이어 19면 전면을 할애하여 ‘통합 양업시스템 개통 의미와 전망’을 상세히 독자들에게 전했다. <평화신문>은 1면 사진 기사와 2면 박스로 처리하여 소식을 전하였다. <평화신문>은 지난 주 987호에서 이미 다룬 바도 있다.


통합 양업시스템은 한마디로 사목행정을 위한 첫 발걸음이다. 가장 기초적인 자료의 전산화를 전국단위로 하는 일이다. 마치 일반 주민등록 혹은 등기부등본의 전산화를 한 것이다. 그 전국적인 통합 시스템에 따라 이루어진 행정자료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함께 연구해야 할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신문>은 통합 양업시스템 개통의 의미를 매김에 있어 “그동안 각 교구가 독자적으로 그물을 쳐 물고기를 낚아 왔다면 이제는 13척으로 이뤄진 대선단이 서로 협력해 그물을 치는 형국”이라고 너무 앞서나갔다. 그것도 같은 말을 1면과 19면에 인용하여 마치 그것이 목적인 양 독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사목행정자료를 ‘정보’로 가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연구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주 987호에서 <평화신문>이 통합양업시스템의 활용 가상사례로 제시한 두건의 내용은 소박하다 못해 지극히 동사무소적인 업무이다.

# 사례1 = 서울에 사는 김 베드로씨는 40년 넘게 '쉬고 있던'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려고 집 근처 성당을 찾았다. 본당 사무장은 일단 예전에 다니던 성당에서 교적을 옮겨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신앙생활을 그만 둔 터라 어릴 적 어머니 손에 이끌려 유아세례를 받은 막연한 기억만으로는 다니던 교적본당은 물론 어느 본당에서 세례를 받았는지 도통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사무장은 김씨의 이름과 세례명, 주민등록번호(6자리)를 '전국통합양업시스템'으로 조회, 단 몇 초 만에 마산교구 한 본당에 기록돼 있는 김씨의 세례대장을 찾아 교적을 새로 등록했다. 사무장은 또 교무금 통장을 발급해 주면서 자동이체도 가능하고, 연말정산용 기부금납입증명서도 전자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사례2 = 얼마 전 군대에서 세례를 받고 전역한 권 이시도로씨는 집 근처 본당 청년 신자들의 방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청년 신자들은 '제대 후에도 신앙생활을 계속해야 하지 않겠냐'고 권했다. 본당 주임신부 편지도 와 있었다. "아니, 내가 군대에서 세례 받은 것을 어떻게 알고…." 알고 보니 '통합양업시스템'으로 군종교구에서 세례 받은 전역자 정보가 연고지 관할 본당에 빠짐없이 통지된다는 것이다. 권씨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성당에 혼자 나가는 것이 망설여지던 참에 또래 청년 신자들의 인도를 받아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였다. (987호 2면)

아마도 모든 전산시스템에 따라오는 해킹의 위험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것은 전문가들이 개발 당시부터 신중을 기하였을 것이다. 또한 <우리은행>이 시스템 개발의 주체로 지목된 것은 은행의 본점과 지점 관리, 더불어 고객관리와 함께 거기서 발생하는 정보에 따른 상품 개발 등이 한국천주교회가 생각하는 다양한 사목적 배려와도 외형상 동질성이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개통식에서 “우리은행과 한국 가톨릭교회의 친밀한 관계가 앞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축사 역시 계약 주체간의 윈-윈적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교계언론은 통합 양업시스템의 조기정착을 위하여 개통이후 13개 교구 담당자들의 실제 사용 경험을 장‧단점을 포함하여 지속적으로 보도를 하였으면 한다. 또한 같이 출발하지 못한 3개교구의 입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으려는 욕심이 아니라 모든 천주교인과 본당이, 각 교구와 주교회의가 하나의 그물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네트워크(망‧網)의 의미이다. 욕심이 앞서서 될 일이 아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시라. 

김유철  200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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