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밀양에 송전탑 공사 강행..3년째 외로운 싸움 이어가는 밀양 주민들의 눈물겨운 호소

경남 밀양시 주민들이 3년째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765KV 초고압 송전탑 69기가 밀양지역을 관통, 북경남 전체 43%, 송전탑 건설 2구간 절반이 넘는 수가 밀양지역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밀양시 5개 면(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청도면)에서는 주민들이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불침번을 서며 지키고 있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한전측과 한전 시공사 직원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마다 70~90대 노인들이 텐트를 치고 밤낮으로 지켜
한전측은 주민들을 폭언과 폭행, 업무방해에 대한 고소고발

▲ 매일 이뤄지는 한전측 채증으로 모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매일 볼때마다 사진을 찍히고 고소를 당해 각자 70여건식의 고소고발건에 묶여 있다.
▲ 현장입구에 텐트를 치고 밤낮으로 지킨다. 한전측은 때로 밤에 몰래 공사를 하러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5일 찾은 밀양시 부북면에서도 산 중턱 송전탑 건설 부지를 닦기 위해 벌목이 행해지는 현장에 10여명의 주민들이 텐트를 치고 밤샘 감시를 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70~90대 노인들이며 상당수가 여성이다. 주민들은 앞다퉈 자신들의 상황을 토로했다.

“여기서 공사하는 한전 사람들조차 이곳에 너희의 가족들이 산다면 이렇게 하겠느냐고 물으니 안된다고 합디다. 전봇대나 휴대폰이 더 나쁜 것이라고 하면서 비아냥거리고 우리를 기만합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 현장을 지키러 올라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을 찍어서 고발합니다”

“철탑 69개가 들어서면 우리 마을은 거미줄처럼 선로로 둘러싸입니다. 병원에 가 있어도 여기가 밟혀 올라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내 눈으로 이곳을 봐야겠고 지켜야겠습니다. 당진 같은 이미 송전탑이 건설된 지역에도 가봤습니다. 건강이 조금이라도 안좋은 사람은 구역질부터 하고 송전탑 인근에서는 냉장고를 1년에 3번씩 바꾼다고 합니다. 사람도 못 살고 벌이나 나비도 못 살면, 이 지역에서 농사는커녕 자연 생태계는 다 무너집니다”

“테러범에게도 이렇게 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따라다니면서 협박하고 평상에 앉은 노인들을 그대로 들어 내팽개치고 질질 끌고 다닙니다. 세상에 법이 있고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럴 수 있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생겼습니까. 우리가 없이 정부가 있습니까? 사람을 죽이면서 만든 전기 팔아서 돈을 벌겠다고 합니다. 정말로 기가 막혀요”


밀양 송전탑 사업은 처음 시작부터 부당했다. 제대로 된 사업 공청회 없이, 어느날 이장모임에 온 한전측의 일방적 설명을 들은 것이 그 시작이다. 보상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현 시가 1억 5천만원인 밤밭에 대한 보상금이 150여만원이다. 항공방제를 해야 하는 밤밭을 끼고 탑 두 개가 들어서 앞으로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

한전과 밀양 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갈등을 조정하고 국내 최초로 ‘피해 보상에 대한 제도개선 입법 기초안’이 마련돼 상정 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측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6일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의 밀양 송전탑 사업 문제가 제기됐다. 밀양 대책위원회 우일식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가장 가난한 농민들이 전기요금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생존상의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한전측은 막무가내식 공사를 진행하면서 73명을 형사 고발한 채로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거짓을 일삼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우 대표는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이 전기에 대한 비용을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그러나 밀양 지역 주민들은 독거 노인이나 소농민들이 많은데 그들이 송전을 위해 자신의 재산이 10분의 1토막 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면서, “단순히 보상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보상구조가 너무나 터무니 없다. 특히 밀양지역은 타 지역의 2.5배인 69기가 들어오는데도 그 이유를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민주당)은 국정감사 이후 한전 사장과 지식경제부 장관의 밀양 송전탑 방문을 권고하고 이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로서는 한전측과 장관의 의지에 달려있는 문제다. 송전탑의 경로를 원안대로 회복하거나 초전도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 등의 대안이 제시되었지만 당장 내년 초 전력공급과 비용을 핑계로 한전측은 이를 모두 거부하고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 어떻게 진행되어왔나

2007년 11월 30일 지식경제부가 송전탑 건설 사업을 승인한 이후, 한국전력공사와 밀양시, 주민간에는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 90년 말 당시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경북~신충북으로 송전할 계획이 마련됐다. 사업 내용은 “장기적인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원자력발전소(5,6호기)의 발전 전력을 전력계통에 병입하여 대전력 수송체계 구축 및 경남북부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설비를 확충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 오른쪽 붉은 선이 원안, 파란선이 북경남으로 경로가 변경된 안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북경남~서경북~신충북으로 급선회된 초고압선로 사업은 2000년 8월부터 설비계획이 확정됐고 이 과정에서 경과지로 편입된 북경남의 밀양시 5개면(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청도면)에 대해 2005년 8월 면별 주민설명회가 개최됨으로써 5개면 주민들은 이 사실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게 됐다.

주민과 밀양시의 반대에 부딪치던 중 2007년 11월 송전탑 건설 사업이 승인된 후, 2009년 1월 19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밀양시에 토지수용재결신청서 공고를 의뢰했지만 밀양시가 이를 거부하면서 2009년 12월 11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갈등조정위원회가 꾸려져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 중재를 통해 제도개선위원회 구성과 초전도 케이블에 대한 포럼 등을 통한 합의안도 마련되어 주민과 한전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2010년 8월 16일 한전측이 밀양시장과 창녕군수 및 관계 공무원 등을 직무유기혐의로 고소하고, 26일에는 2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수소송까지 제기했다. 결국 10월 25일 밀양시는 토지수용재결 신청에 따른 열람공소를 시행했다. 이 공고 이행은 한전이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의 토지를 한전이 강제수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후 주민들은 밀양시의 일방적 열람공고 허용에 대해 강력 항의했고, 밀양시는 2010년 11월 8일까지였던 열람공고를 2011년 1월 17일까지로 변경했으며 1월 28일 토지수용재결 신청서 열람공고 결과를 중앙토시주용위원회에 제출했다. 또 주민측은 2011년 2월 8일 30,133명의 서명을 받아 중양토지수용위원회에 토지수용심의보류 청원서를 제출했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이를 보류시켰다.

그러나 2011년 4월 1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토지수용재결(강제수용)을 통해 한전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4월 4일, 한전은 오전 8시부터 단장면, 고례와 범도리, 상동면, 금산리, 청도면, 요고,소태리 등 5개소 철탑부지에서 공사를 강행했고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농지 위에 설치되는 765KV 송전털탑 및 송전선로.

밀양에 들어서는 765KV 초고압 송전탑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전송하기 위해 건설된다.  5천200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신고리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북부 경남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신고리원전에서 울산시 울주군부터 창녕군을 잇는 총 연장 90.535km 구간에 고압선을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계획된 초고압 송전탑 건설 1구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이며 2구간은 양산, 밀양, 창녕군이 해당된다. 1구간에는 39기, 2구간에는 123기 등 총 162기의 송전탑이 건립될 예정이다.

초고압 송전탑의 경제논리, 한전의 경제성 뿐
보상문제,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활권, 절차상의 정당성 모두 실종

이 765kv 송전선로사업은 고효율의 전기 송전이라는 경제 논리로 시작됐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비와 전기 송전의 효율성이라는 한전측의 경제성만이 고려되었을 뿐, 주민들의 생존권, 건강권, 재산권은 물론 절차상의 정당성마저 지켜지지 못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전자파 노출기준은 833mG다. 이는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가 1998년도에 정하였던 것을 근거로 하여 제정한 것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2007년 6월 연구결과보고서는 “낮은 수준의 전자파에 의한 장기노출로 인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은 아직 밝혀진바 없으나 이에 관한 규명이 필요하다.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자파 노출에 대한 ‘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 국제 암연구소는 2~4mG이상의 장기적 노출은 어린이 백혈병 등 각종 암 발생 가능성 증폭시키는 잠재적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은 국제적으로 엄격한 자기장 노출 권고치인 4mG(2~3mG로 강화되는 추세)를 환경영향평가시 자계 노출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식경제부가 산업 발전을 위해 자기장 기준치(833mG)를 느슨하게 만들었으며, 한전은 이를 근거로 하여 “송전선로의 전자파는 833mG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의 전자파로서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전 조차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중인 고압선로 직하 전자파는 125mG(국제적 권고/기준치 40배),변전소 131.6mG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보상의 문제다. 765KV 초고압 송전탑과 선로는 주민들이 경작하는 농지 위로 지나간다. 그러나 한전측은 철탑부지 와 인접한 토지에 대한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철탑부지에 대해서만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밀양시는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으로 ‘편입부지 전체 매입 등 충분한 보상 및 간접피해 대책, 선하지 부분의 지상권 보상 외 전체 매입, 송전선로로 인한 거래감소, 지가하락 등 재산권 행사의 피해 대책, 송전선로 사업에 따른 지역 주민 피해에 대한 보상방안 제시, 지역주민의 직,간접 보상방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측은 충분한 보상체계가 미흡하고 법적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선하지 매입요구는 천문학적 비용 수반 및 전기요금 상승 초래하며, 대안으로 마을 단위별 숙원사업 적극지원할 것’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선로 주변지역에 대한 보상은 별도의 법규정이 없어 불가하지만, 선로 근접지역(1km이내) 마을주민이 요청할 경우 마을대표와 협의를 통해 공공사업 등의 지역협력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아무리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실질적인 보상을 하여야 마땅하며, 실질적인 피해에 보상할 재원이 없다면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하면 안될 것”이라고 하면서, “전기요금 상승을 이유로 보상을 외면한다는 것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안은 없나?
주민측, "초전도 케이블로 대체하라", 한전측 "시간과 비용문제로 불가하다"

주민들은 765㎸ 송전선로 대안으로 꼽아온 초전도 케이블(superconducting power cables) 설치를 제안해왔다.

구리 대신 고온 초전도체를 사용하는 이 케이블이, 765kV나 345kV 등 초고압이 아닌 154kV, 22.9kV 저전압으로 대용량 송전이 가능하며 설비 증설에 따른 민원이나 환경파괴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전도케이블은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체를 사용, 대용량의 전력수송이 가능하다. 2010년 9월에는 이미 한국전력과 LS전선이 미국 최초의 고온초전도 송전사업 초전도 케이블 공급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실증실험이 남았지만 충분히 수년내 상용화 가능한 방법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LS전선 등 업계 관계자들은 “초전도 케이블이 사용되지만, 송전선로를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는 말하기 어렵다"면서 "초전도 케이블은 전력망 구축 뿐만 아니라 냉각기술과 변전소, 변환기 등 종합적 기술이 구축되어야 하며, 기술 외에 송전탑 비용의 몇십 배에 달하는 비용의 문제가 있다”면서 당장 공급되어야 하는 전력량 수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 주민들은 한전측의 ‘선공사 후협상’이라는 원칙과 막무가내식 공사에 맞서 각 현장마다 밤낮없이 공사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5개면의 100여명 주민들은 각자 70건 이상 고소고발을 당했고 매일 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다닌다. 지난 11월 10일 산외면에서 있었던 폭행사건도 한전 시행사측이 무리하게 주민을 채증, 고소하려는 시도에서 불거졌다.

부북면 주민 대표는 “한전의 권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 같다. 주민들이 수십년간 피땀흘려 지킨 고향산천, 재산, 건강, 미래에 대한 꿈도 모두 박달당했다”라고 하면서, “보상도 보상이지만 우리는 후손들에게 이 땅을 물려줘야 한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초전도가 개발되고 지하로 묻을 수 있다는데, 개발이 안됐다면 몇 년 더 기다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이 없는 전기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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