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박병상]

▲ 국토해양부의 '우리는 준비되었습니다 대한민국 4대강살리기' 홍보동영상 중 한 장면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라뱃길’로 치장된 경인운하는 경제성은 물론, 그 실효성도 없는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어떤 화물도 굼뜨기 한량없는 경인운하로 이동할 화주는 없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바꾼 낡은 유람선에 호기심 또는 동원된 관광객이 초기에 승선하긴 했지만 오래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볼 게 없다지 않은가. 깎아지른 암벽과 특색 없는 벌판을 보려고 유람선에 승선해 두 시간 동안 18킬로미터의 오염된 운하에서 악취를 맡으라고 친지에게 권할 배짱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래도 정부는 경인운하 건설비를 어느 정도 뽑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운하로 의미 있는 비용은 챙기지 못하겠지만, 운하 옆으로 이어지는 8차선 고속도로가 통행료를 받을 것이기 때문인데, 그렇더라도 충분한 수입과 거리가 멀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로 가는 트럭 이외에 아직 그 도로를 이용할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앞으로 주변을 화려하게 개발하면 이용하는 차량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한강 하류의 물이 고일 경인운하는 여전히 악취를 뿜어낼 텐데, 물류비 절약과 관광 수입과 같은 애드벌룬을 요란하게 올린 누구도 책임질 생각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를 받은 한 국회의원은 최근 3년 동안 “건강기능식품을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표시해 광고하는 허위와 과장 광고 적발건수가 연간 200~300여 건”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허위 과장 광고로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이 부과된다는데, 국내 굴지의 기업과 홈쇼핑 업체가 적발되어도 정부의 단속이 느슨하다고 지적한 그 의원은 “건강 보조수단인 건강기능식품을 특효가 있는 의약품으로 둔갑시킨다든지 다이어트 효과를 무조건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부산고등법원은 한 아파트의 광고를 허위로 판단, 소송 제기한 분양 계약자들에게 상응한 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기업이 짓는 아파트의 앞에 해양생태공원과 경전철이 들어선다기에 고액의 부담을 안고 분양을 신청해 받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만들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아파트 소유주들은 소송했고, 법원이 처음으로 대형 건설업체의 책임을 인정했기에 배상을 받을 것이다. 배상의 적절성과 배상액수에 대한 소유주의 만족 여부는 둘째로 치고, 허위 광고에 속은 주민의 박탈감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려고 센트럴시티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았더니 대형 모니터마다 ‘4대강 사업’ 홍보 영상을 아침부터 내보내고 있었다. 요즘 텔레비전도 교묘한 논리로 위장한 화면을 내보내며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알린다. 하지만 과장된 그림 이외에 홍수 예방이나 수자원확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비와 관광 효과와 같이 정부가 주장한 일련의 성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공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많은 전문가는 그 공사의 무모함과 공사 이후 벌어질 생태적 파탄과 재해를 예고했다. 따라서 성공 여부는 적어도 몇 번의 홍수를 거쳐야 짐작할 수 있지만 길들어진 언론을 동원하는 정부는 부당하게 허위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한 과장 광고를 불사한다.

▲ 기획재정부의 '한미FTA 경제고속도로가 열린다!' 홍보 포스터
‘4대강 사업’만이 아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련해서 “값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기에 이른 정부는 당장 ‘한미FTA 협상’을 국회가 통과시켜야 할 것처럼 주장한다. 그를 위해 여러 차례 ‘한미FTA’가 현재 주춤거리는 우리의 경제를 살려낼 것처럼 광고했다. 심지어 경찰력은 반대하는 시민들을 단속할 것임을 천명했지만, 어떤가. 많은 전문가들은 한미FTA가 미칠 부정적 파장을 크게 걱정한다. 특히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를 놓고 정부와 전문가의 견해가 상반된다. 건강한 민주정부라면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명과 논의를 억압하지 않는다. 제기되는 문제를 감추려는 듯, 광고‘공세에 나서지 않는다.

4대강 사업과 한미FTA, 그리고 경인운하에서 그치지 않겠으나, 유권자들을 현혹시켜온 숱한 정부의 약속과 그 약속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려는 광고는 그치지 않았다. 일반 기업의 허위 과장 광고는 단속하면서 자신의 과장 광고는 멈추지 않는다. 나중에 허위로 밝혀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다 억압당했던 시민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막대한 비용을 퍼부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제방이 무너질 위기라 해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내는 유권자만 허탈해질 따름이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 반복되어야 할까. 세금을 맘대로 추렴하는 정부의 허위 과장 광고가 거리낌 없이 시민들을 어지럽혀도 계속 무방해야 할까.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의 허위 과장 광고는 일반 기업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통제되어야 마땅하다. 그 기능은 국회나 지방의회가 맡을 수 있겠으나, 과거나 지금이나, 어떤 의회도 통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제도가 없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의회는 마땅히 제도를 만들어야 할 텐데, 그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면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정부의 허위 과장광고에 그만 진저리치고, 부당한 행위를 반복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 실행하도록 행동해야 한다. 철퇴와 같은 유권자의 역할이 거기에 있다.

박병상(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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