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모니터링 자료는 3월 23일자 962호 <평화신문>과 2591호 <가톨릭신문>이다

가톨릭신문 1면(위)/ 평화신문 1면(아래)

‣ 총선 참여와 사회 복음화의 상관관계를 논하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많다. 마음에 있는 말이든 혹은 마음에 없는 말일지라도 시기에 따라서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의례적인 표현이라면 굳이 듣는 사람들은 그 말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하물며 언론이야 그런 감각은 뛰어나다. 그것이 뉴스가치에 대한 판단일 거다.

부활대축일을 맞아 전국교구장들은 부활담화를 발표했다. <가톨릭신문>은 1면과 12면, <평화신문>은 1면과 2면에 기사를 실었다. 두 신문은 공통적으로 4월 9일 총선거와 관련된 주교들의 언급을 부제목으로 뽑았다. <가톨릭신문>은 특정주교가 아닌 ‘교구장 주교들은’이라고 인용하며 “총선참여로 사회복음화에 앞장설 것을 호소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12면에 실린 전국 16개 교구장의 담화 요지를 보면 그 말은 서울대교구장의 담화에만 들어 있다.

<평화신문>도 1면에 관련기사 부제목을 ‘4.9 국회의원 총선거에 참여 촉구’로 했다. 그리고 역시 특정주교가 아닌 ‘교구장 주교들’이란 인용으로 내용을 전했다. 2면에는 청주교구장의 담화에 비슷한 내용이 있는 것을 보면 몇몇 교구장이 총선과 관련하여 부활담화에 언급을 했던 모양이다.

주교들의 담화 내용 중 일부분에 나온 총선참여에 대하여 교회신문이 주목한 것은 그만큼 신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복음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조금은 공허한 느낌이다. 지난 열일곱 번의 총선에서 그런 효과가 있었던가? 선거를 앞두고 하는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다는 의미로 교구장들의 말에 방점을 찍은 언론은 ‘총선참여와 사회복음화의 상관관계를 논하라.’



‣ 부활한 예수는 호객행위에 얼굴을 돌리신다.

한 업체가 작년 ‘성탄행사’(평화신문 12월 23일 15면, 가톨릭신문 12월 16일 9면)에 이어 올해는 더 과감히(?) ‘부활절 세일’(가톨릭신문 3월 23일 18면, 평화신문 15면)이란 용어를 광고에 사용했다. 서울대교구가 ‘주보 및 평화신문과 평화방송의 광고 내용 검열위원회’를 설립했다는 기사(평화신문 1월 20일)는 한 번 소개한 바 있다. 그 위원회는 “광고가 신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중략)... 광고 내용들을 사전에 점검함으로써 문제 소지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 됐다.

우리는 예수께서 살아생전 행한 성전정화(마르11,15-19)를 알고 있다. 그러나 부활한 예수가 마주친 ‘부활절 세일’이란 용어 앞에 그분의 당혹스러움은 민망할 따름이다. 해당기업이 교회신문의 광고수입에 적잖게 기여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용어의 타당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위원회는 ‘검열’이라는 위압적인 용어보다 기업이 빠지기 쉬운 유혹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구가 될 것을 바란다. 신앙적 요소를 떠나서도 해당광고에는 세일기간의 명시가 불분명하고, 할인되는 것이 전 품목인지 일부품목인지를 밝히지 않은 점 등은 다른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기는 그보다 더 심한 광고도 실렸다. ‘예쁜 아기 낳게 해주세요.’ ‘좋은 사위, 며느리 보내주세요.’ 등등의 염원을 담은, 혹은 보장(?)을 하는 그림들이다.(평화신문 32면) 그림도 그냥 그림이 아니라 성모자상이나 아기예수님이 등장하는 성화이다. 누군가의 용어를 쓰자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다.

부적(符籍)이란 ‘보통 종이 위에 글씨·그림·기호 등을 쓰거나 그린 것. 악귀를 쫓거나 복을 가져오기 위해 지니는 주술도구’(브리태니커 사전)라고 한다. 우리는 부활성야에 세례서약 갱신을 했다. 무슨 내용으로 서약을 했는지 기억하시는가? 사순의 고행 끝에 만난 부활한 예수를 우리에게서 얼굴 돌리게 하지마라. 2000년 전 유대인에게 상처받은 그분이 21세기 한국인에게 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 서울대교구 ‘광고 내용 검열위원회’의 역할을 다시 기대한다.

/김유철 20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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