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 중 구원의 기도 바칠 필요 없어..<가톨릭기도서>에서도 제외시켜
번역상 혼란 보다 중요한 것은 오역..현행 구원송 “모든 영혼”을 “연옥 영혼” 등으로 오역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가 12일에 마무리 되었다. 주교회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인권주일로 시작하는 대림 제2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신설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교회의는 삶 안에서 신앙의 실천을 고민하는 신자들에게 사회교리 교육을 통해 신앙의 균형을 맞추도록 돕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제출한 묵주기도의 ‘구원을 비는 기도’(구원송)의 통일안을 검토하고, 번역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옛 기도문인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로 통일하되, 1997년 개정판과 마찬가지로 <가톨릭 기도서>에는 수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또는 "돌보시되.."

‘구원을 비는 기도’는 1917년 포르투갈의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가 신자들에게 묵주기도 각 신비 사이에 바치도록 권고한 기도문이다. 그래서 소위 "파티마 기도" (Fatima Prayer)라고 부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한국 천주교회 내에서, 특히 레지오 마리에 단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바로 ‘구원을 비는 기도’ 가운데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 ․ ․” 와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되 ․ ․ ․”의 정오(正誤) 에 대한 부분이다.

논란의 요인은 ‘구원을 비는 기도’ 문안이 여러 가지라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구원을 비는 기도’를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보급해온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에서는 ‘성모신심’과 관련한 각종 출판물을 통해서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 ․ ․”라는 번역문을 내놓고 있으나, ‘가톨릭교리 신학원’이 펴낸 예비자 교리서인 <초대받은 당신>에서는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되 ․ ․ ․”로 적시하고 있는 등 단체마다, 출판사 마다 각기 다른 ‘구원을 비는 기도’를 출판함으로써 신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각 교구에서도 이런 혼란을 인지하지만 각기 상이한 대답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 교구만 살펴보자면, 2010년 1월 10일자로 발표된 천주교 수원교구 전례위원회 위원장 신부와 복음화국장 신부 공동명의의 발표문에서 “묵주기도는 교회의 공식적인 신심기도”이기는 하지만, “간주경인 ‘구원을 비는 기도’는 영성운동의 신심기도이기에 묵주기도를 할 때 굳이 의무로 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면서 “본당차원에서 혹은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단체 이외의 단체 차원에서 공동으로 묵주기도를 바칠 시에는 ‘구원을 비는 기도’를 사용하기에 적당치 않”음을 천명하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묵주기도를 바칠 시에는 그 신심에 따라 사용해도 된다”고 언급하면서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 ․ ․”를 수원교구의 공식 기도문안으로 밝혔다.

하지만 광주대교구에서는 2010년 7월 7일과 11일 (상담글 467번, 471번) 두 차례에 걸쳐 <천주교 광주대교구 누리집>을 통해 신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수원교구와는 다른 해석을 내 놓았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무처 차장의 답변에 따르면, “1997년에 <가톨릭 기도서>를 개정”하면서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와 각 교구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심의한 '구원을 비는 기도'의 최종 문안이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되 ․ ․ ․”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의에서 이 기도문을 모든 신자가 다 바칠 필요는 없다는 이견이 제기되어 기도서에 수록되지 않았으나, 묵주기도에서는 이 기도문이나 다른 기도를 "바칠 수 있다." 는 설명을 수록하였다”고 덧붙이고 있다.

ⓒ한상봉 기자

레지오 마리애 콘칠리움,
"묵주기도 시 '구원을 위한 기도' 바칠 필요 없어"
'구원을 위한 기도'는 공적 기도문 아냐.. 1997년 개정판 <가톨릭기도서>에서 삭제돼


‘구원을 비는 기도’의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 ․ ․” 와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되 ․ ․ ․”의 정오(正誤) 논란은 이 기도문을 묵주기도와 더불어 바쳐야 하는가? 아니면 바치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문제로 옮겨간 양상을 보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레지오 마리애>의 세계 최고 기관인 '콘칠리움'의 결정이 한 몫을 담당했다. 1998년 2월자 <레지오 마리애 소식지>에 따르면 '꼰칠리움'은 “레지오의 마침 기도문에 구원송의 의미가 이미 함축되어 있다고 판단” 하였기 때문에, “레지오의 모든 공식 회합에서 묵주기도를 바칠 때에는 ‘구원을 비는 기도’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레지오의 모든 회합 이외의 경우에 단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매단 끝에 ‘구원을 비는 기도’를 바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콘칠리움>의 결정사항은 <레지오 마리애 서울 무염시태 세나투스>가 펴낸 ‘레지오 마리애 관리와 운영 지침서’ 23쪽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누리집>에서 밝혔듯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에 따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산하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는 천주교 신자들이 사용할 통일된 ‘가톨릭 기도서’를 1972년에 발행하고 1997년에 개정하였다. 이 ‘가톨릭 기도서’에서는 ‘구원을 비는 기도’를 1997년 개정판에서 수록하지 않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되 ․ ․ ․”를 공식적인 기도문으로 수록했었다.

‘구원을 비는 기도’가 ‘가톨릭 기도서’에서 빠지게 된 이유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언급처럼 “모든 신자가 이 기도를 바쳐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구원을 비는 기도’가 비록 교황청에서 1956년 2월 4일 교령을 통해 ‘간주경’으로써 ‘묵주기도’와 함께 바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는 하나, 이 인정은 신자들의 영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며, 또한 모든 신자들의 의무사항으로 강제하는 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기도문의 유래가 ‘파티마 성모 발현’이라는 사적계시를 통해서 나온 사적 기도문이지 교회의 공적 기도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현행 번역문의 의도적 오역, 주교회의가 바로 잡아야

이런 혼란은 단순히 각기 다른 단체와 출판사에서 출판한 기도문의 상이함 때문만이 아니다. 이 혼란의 근본 문제는 ‘구원을 비는 기도’에 대한 의도적인 ‘오역’(誤譯)에 있다. ‘구원을 비는 기도’의 라틴어 기도문과 영문 번역문을 살펴보도록 하자.

라틴어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O mi Iesu, dimitte nobis debita nostra, libera nos ab igne inferni, conduc in caelum omnes animas, praesertim illas quae maxime indigent misericordia tua. Amen.”

이에 대한 영문 번역 기도문은 라틴어 기도문을 충실히 번역하고 있다.
“O my Jesus, forgive us our sins, save us from the fires of hell, lead all souls to Heaven, especially those in most need of Your mercy. Amen.”

하지만 지난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는 “번역상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 ․ ․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 ․ ․”를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신자들 사이에 “돌보시며”와 “돌보시되”의 혼란이 있음을 주지하고 있었으며, 이는 ‘번역상’의 문제가 그 원인임을 인정한 셈이다. 앞서 살펴본 라틴어 기도문과 영문 기도문을 우리말 기도문과 대조 비교해 보면, 그 혼란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주교회의> 결정에 따른 우리말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아멘”

대표적인 오역은 세 군데다. 먼저 “all souls”를 “연옥 영혼”으로 오역했으며, “those in most need”를 “가장 버림받은”으로 번역한 것이 문제였다. 또한 오늘날 혼란을 가져온 “돌보시며”와 “돌보시되”의 문제는 “especially”를 무시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구원을 비는 기도’를 원문에 충실하게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렇다.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모든 영혼들을 천국으로 이끌어 주시며, 특히 당신의 자비를 가장 필요로 하는 영혼들을 돌보소서. 아멘.”

<주교회의>가 “모든 영혼”을 “연옥 영혼”으로, “특히 당신의 자비를 가장 필요로 하는 영혼”을 “가장 버림받은 영혼”으로 번역, 확정한데는 '연도'(연옥도문) 등 우리나라 신자들에게 ‘죽은 이들을 위한’ 특별한 정서가 있다는 점이 전체의 이유는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부분이나마 반영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혼란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바로 교회당국이 올바른 번역을 통한, 올바른 기도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원을 비는 기도’와 관련해서 신자들이 겪는 혼란과 오해들을 이미 <주교회의>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번역상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옛 기도문을 계속 사용한다”는 결정은 오히려 이런 혼란만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의 최고 대표 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비록 사적계시에 의한 사적 기도문이라고는 하나, ‘구원을 비는 기도’의 대중성, 더 나아가 ‘묵주기도’의 영성적 가치와 그 중요성에 비춰 본다면,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인보 (신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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