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한상욱]

▲ 미국 월가 시위 한달째를 맞는 15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서울을 점거하라,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에서 촛불을 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 소리

미국의 월가(Wall street)는 누구나 동경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이다. 자본주의의 향기로운 꽃내음과 단맛이 진동하는 그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지 한 달이 넘어간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노동자. 실업자, 지식인, 노숙자, 학생등 더 이상의 자본의 횡포앞에서 무기력했던 사람들이 월가를 점령하고 있다.

월가는 바로 10년 전,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바로 그 곳이다. 월가가 흔들리면 전 세계의 자본주의가 흔들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불과 몇 년전 월가에서 만들어낸 금융 파생 상품이 바로 그 예이다. 끊임없는 이익을 챙겼던 자본은 스스로의 덪에 걸려 은행이 무너지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월가의 뒤를 이어 전 세계는 불황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자본의 횡포 앞에 쓰러진 것은 월가의 1% 금융자본이 아니라 바로 99%의 사람들이었다.

자본의 힘은 세계를 관통한다. 그래서 지금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항은 단순히 월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 앞에 무너져 가고 있는 전 세계의 억압받고 가난한 이들의 문제인 것이다.

곧바로 ‘반 월가 시위’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가 80개국 1,500여개 도시로 확대되었다. 금융위기에 빠진 로마에서는 10만 여명이 참여하였고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 청사 앞에서 8000여명이 모여 부조리한 자본을 비판했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경찰의 통제로 서울광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거리에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를 구호로 내걸고 집회를 가졌다. 탐욕에 빠진 자본에 대한 분노한 이들의 세계적 연대가 이루어 진 것이다.

▲ 미국 월가 시위 한달째를 맞는 15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서울을 점거하라,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우고 있다.ⓒ민중의 소리

그럼 우리가 사는 한국이라는 사회는?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자본주의의 모습은 월가를 충분히 뛰어넘고도 남는다. 자본은 권력을 낳고 권력은 자본을 옹호하고 증진시킨다. 국가권력과 자본이라는 쌍둥이의 횡포 앞에 고통 받는 사람들은 수없이 절망하며 무기력해졌다.

CEO 대통령을 모시고 산 지난 4년동안, 4대강 개발은 토건자본의 배를 엄청나게 불리게 했고, 지금 강정에서 이루어지는 해군기지 건설 역시 1조에 달하는 공사비를 퍼붓고 있다. 정리해고를 반대하는데 있어 10개월을 35M의 고공에서 10개월을 살아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노동자의 삶이다. 자본과 권력의 철저한 동맹 앞에 결과는 무엇인가? 빈곤층은 더욱 늘어났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살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재벌의 이익은 최대가 되고 있지만 가계부채는 최고를 이루고 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스스로가 자본의 탐욕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에 따른 개발과 자본의 이익 앞에 우리는 서서히 길들여져 갔고 때론 그 끝없는 욕망에 열광하고 기대하고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살아왔다. 사람보다 돈이, 가치로운 삶보다 부당한 이익이, 물질 앞에 영혼이 무너지는 가운데 한 구석에서는 한국식 천민자본주의가 독버섯 처럼 우리 몸에 암처럼 퍼져나가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했고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이다.

자본의 덫에 걸린 세계의 99%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외치는 함성은 어디에서든 똑 같다. 월가에서 외치는 구호를 보라. '자본주의의 탐욕을 버려야 한다', '달러보다 사람이 먼저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 '생계비,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게 해달라', '다수인 99%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종식해야 한다. 성찰 없고 오만한 절대권력과 절대자본앞에서 숨쉬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99%의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 왜 99%의 사람들은 침묵하는가? 이제 더 이상의 성장보다 제발 인간다운 삶은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상욱 (프란치스코,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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