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모니터링 자료는 12월 16일자 평화신문 949호와 가톨릭신문 2578호이다

 

끔찍했다. 정말 끔찍한 선거였다. 행정부의 수반이기보다는 나라의 중심 자리에 위치한 공직자를 뽑는 선거였지만 신명도 흥겨움도 사라진 네거티브만 있는 선거였다. 공약은 사라지고, 내일의 청사진도 묻혀버린 치킨 집 비슷한 용어만 난무한 허망한 선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당선자는 나왔다. 아니 구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여기서 이미 지난 대선전까지 나온 교회신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 평화신문은 …

이번 대선과 관련하여 「미디어 흘겨보기」는 지난 10월 14일에 모니터링을 한 바 있다(흘겨보기-10 참조). 그 때 자료를 다시 보면 평화신문은 일찍이 경선후보를 대상으로 질의를 했다. 8월 19일 933호에서 한나라당 네 명의 경선후보, 10월 14일 940호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세 명의 경선후보가 그 대상이었다.

이후 평화신문은 12월 2일 947호부터 평화방송 TV , 라디오와 공동기획으로 ‘대선후보 초청 정책대담’을 마련하고 그 요약을 지면에 실었다. 947호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948호에서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대담을 실었다. 그러나 12월 16일 949호 신문의 2면 알림을 통하여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및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대담을 취소한다고 하였다. 그 이유로는 두 후보의 유세 일정과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상한 기획이다. TV와 라디오 게다가 신문까지 아우르는 힘 있는(?) 매체는 현재의 방송법상으로는 없다. 종교 관련 케이블방송과 주간신문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매체를 지닌 언론기관의 기획시리즈 치고는 한마디로 졸작이다. 애초에 기획이 전혀 안되어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결국 그 당시는 후보였지만 이제는 대통령 당선자가 된 이에게 공약 하나 변변히 들어보지 못한 꼴이 된 것이다.

다시 물어보자. 애당초 국회 교섭단체에 국한된 두 정당의 경선후보들을 대상으로 8월부터 설문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가? 12월에 대담을 못한 두 후보에게 딱지를 맞았을 때 자존심도 상하지 않았는가? 그 중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이번 기획은 쟁이 용어로 물먹은 기획이다.

▲ 가톨릭신문은…

한 번에 끝장 봤다. 그 한 번의 보도엔 어떤 내용과 실효성이 있었을까?
가톨릭신문은 12월 16일자 2578호의 1면 기사와 16, 17면에서 ‘선택 2007, 제17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듣는다’를 기획했다. 선거도 공정해야 되지만 선거와 관련된 보도와 기획 역시 공정해야 한다. 그 공정성 안에는 각 후보들에 대한 자의적 판단 없는 기계적 균형이 포함된다.

가톨릭신문이 말한 대선후보는 12명이 아니라 6명이다. 물론 보도시점인 12월 16일 현재 두 명의 사퇴자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10명의 후보자가 있다. 4명은 어딜 갔나? 가톨릭신문은 1면 기사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이라고 6명의 대상자들을 밝혔지만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주요’라는 말에 대한 근거는 제시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평화신문의 대담기획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1997년, 가톨릭신문은 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특집, 이런 대통령이 필요하다’라는 기획을 한 적이 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기주장이 있는 ‘언론’다운 면모를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정확히 10년이 지난 오늘의 특집에 독자들의 참여는 보이지 않는다. 불과 8개항으로 후보들의 속내를 알 수도 없지만, 단 한 건의 보도로 대통령선거라는 큰일을 치른 가톨릭신문은 도대체 무얼 물어보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말하고 싶다. 교회 신문이여, 후보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만 에둘러 하게 하지 말고, 그래서 공약(空約)만 만들지 말고 그냥 말을 해라. 말을 해!
 

/김유철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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