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박병상]

2008년 10월에 열린 제10차 람사르총회를 이어 올 10월에도 경상남도 창원에서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0차 총회가 10일부터 2주일 일정으로 열린다. ‘소중한 대지, 생명의 땅’이라는 주제로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사무총장과 우리 산림청장을 비롯해 각국 정부 대표와 비정부기구에서 3천여 명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1992년 브라질 환경정상회담에서 거론된 뒤 1996년 발효되었다.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더불어 유엔 3대 환경협약의 하나인 사막화방지협약에 현재 194개국이 회원으로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9년 참여국에 동참했다.

▲ 유엔사막화방지협약 10차 총회 홈페이지 갭처.

2년마다 열리는 당사국총회를 아시아 최초로 유치하는 데 성공한 우리나라는 사막화의 위협에서 벗어난 지역이다. 제9차 총회를 잇는 이번 회의에서 토지 황폐화를 막기 위한 재원 확보 방안, 국가와 유엔기구와 민간기업 사이의 파트너십 강화, 그리고 사막화 방지 우수 실행사례 공유와 같은 내용들을 담은 ‘창원 이니셔티브’를 마련해 논의한다는데, ‘탄소중립 친환경회의’로 진행되는 이번 총회는 전기차로 이동한다고 홍보한다. 아울러 당사국 대표에서 태블릿PC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재활용품을 ‘에코 로봇’이 수거하고, 회의 기간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산림 조성과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로 상쇄할 것이라고 담당자는 밝혔다. 하지만 전기와 전자기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상쇄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산림 “녹화성공 사례는 이미 세계사막화방지의 모범사례”로 자화자찬한 의장 자격의 이돈구 산림청장은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총회를 통해 우리나라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내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는 선두국가로 확실히 나설”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사막화가 전국에서 심각하게 진전되는 몽골에 나무 심기를 지원하고 있는 산림청이 꺼낼 수 있는 고마운 이야기다. 산림청뿐이 아니다. 산림청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푸른 아시아’라는 비정부기구는 일찌감치 몽골에 사람을 파견해 나무를 심고 있으며 인천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비정부기구에서 벌써 여러 해 푸른 아시아와 연대하고 있다.

수 천 년 방목을 해온 몽골은 최근 더욱 심화되는 사막화로 당혹스럽다. 습지가 메마르자마자 모래 날리는 사막으로 변하는 현상은 몽골의 책임이 아니다. 넓은 국토에 흩어진 인구는 그들의 오랜 문화 그대로 초원에 가축들을 풀어놓지만, 지구가 온실가스 농축으로 더워지면서 뜯을 풀은 급격히 사라지기만 한다. 국가의 경제 사정상 나무심기에 중국처럼 몰두하지 못하는데, 목축문화에 젖은 국민들은 초원에 심는 나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황사의 진원지가 된 사막이 방목이 어려워질 정도로 확장되면서 몽골 국민들도 사막화방지에 절박해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의 나무 심기 지원에 점차 고마워하는데, 사실 이산화탄소 주요 배출국의 하나인 우리나라도 몽골 사막화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 몽골의 사막화 방지로 황사가 줄면 우리도 좋지 않은가.

4대강 사업, 분명한 사막화 사업

빙하에서 마실 물을 의존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북태평양과 황해, 그리고 남중국에서 여름철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어 강수량이 유사 이래 넉넉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한다. 지리적 특성으로 여름 한철 비가 집중되고 국토의 65퍼센트가 경사가 급한 산악이지만, 상류 지역에 나무가 풍부하고 굽이쳐 흐르는 강에 화강암 모래가 충만하니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른다. 아니 흘렀다. 인구가 많아도 마실 물과 생활용수, 그리고 농업과 공업용수가 모자라지 않았던 건, 산록과 강에서 스펀지처럼 물을 맑게 머금으며 조금씩 흘리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인구가 몰려 사는 도시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사막으로 뒤덮였어도 덕분에 시민들은 목마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른다. 5억 톤의 모래를 퍼올린 4대강을 거대한 보로 틀어막았으므로 앞으로 식수원이 썩어들 것이라고 관련학자들이 걱정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 유엔사막화방지협약 10차 총회 홈페이지 갭처

유엔사막화총회를 유치했다고 자랑한 경상남도는 습지 매립을 검토하면서 습지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람사협약 총회도 개최했다. 모순이었는데, 경상남도는 사막화에서 자유로운가. 사실 경상남도만의 사정은 아니다. 전국 16군데에서 완공을 서두르는 ‘4대강 사업’은 분명한 사막화 사업이다. 맑은 물을 머금고 흐르던 강을 오염시켜 사람도 땅도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할 것이므로 사막화를 역설적으로 유발시킨다. 물론 전기를 펑펑 소비하는 고도설비를 가동하면 마실 수야 있겠지만 그만큼 사막화를 진전시키는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다. 물론 모래를 퍼올리고 10미터 높이로 억겁의 흐름을 16군데에서 틀어막는 대형 보를 세우는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도 사막화의 원인이었다.

4대강 사업 구간만이 아니다. 오염된 낙동강을 피해 지리산에 식수용 댐을 추진하려는 부산도 마찬가지다. 민족의 어머니인 지리산도 일부 수몰될지 모른다. 최근 심화되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장마철 전후 몰려드는 국지성호우는 물길이 차단된 4대강에 홍수와 가뭄 피해를 격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역시 역설적 사막화다.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은 완공시킬지 몰라도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주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여름 한 철 집중되는 강우에 의존해왔던 좁은 국토의 많은 사람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갈증으로 고통스러울 게 틀림없다.

이번 창원에서 열리는 제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에 참여하는 정부기구는 외면하더라도, 적어도 비정부기구는 시방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막화를 직시해야 한다. 국제 사막화 방지에 찬물을 끼얹는 4대강 사업의 근본 실상을 파악한 뒤 돌이킬 수 있는 행동을 다짐하지 않는다면, 3년 전 람사르총회가 그랬듯이, 이번 유엔사막화방지협약도 강제력 없는 ‘창원 이니셔티브’처럼 공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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