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깨달음-변경환]

지난 주 금, 토요일을 이용해서 우리는 진로테마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비슷한 꿈을 가진 학생들끼리 모둠을 만들고 저마다 꿈과 관련된 곳을 찾아가는 체험학습이었다. 필자가 맡은 아이들은 인문사회계열 팀이었고 그 가운데 작가 희망 아이들과 함께 서울을 다녀왔다. 우리는 방송국에도 들리고, 하성란 소설가와 식사도 하면서 소설가의 길에 대한 이야기와 고등학생으로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학생들은 실제 자신이 꿈꾸는 직업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면서 눈빛이 살아 있는 열정을 보였다. 질문이 쏟아지고 열띤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둘째 날에는 EBS 방송국에도 들렸는데 생방송에 출연도 하고,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의 남내원 피디 등과도 만나 교육에 대한, 방송일에 대한 내용을 예능모둠과 함께 듣기도 하였다.

ⓒ 변경환

진로테마 체험학습 말고도 우리에게는 9박10일의 인문체험학습도 길 위에서 배우는 감동의 시간이다. 열흘 동안 1학년은 고성 통일전망대로부터 울진까지 하루 30여 킬로미터를 걷고 2학년은 남해안을 진해부터 진도까지 도보, 시내버스, 배를 이용하여 옮겨갔다. 각각의 주제는 ‘환경과 에너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따라서’이었다.

체험학습을 떠나기 몇 달 전부터 답사, 준비운동, 모둠 및 개별 역할 나눔, 주제와 장소에 대한 몇 차례에 걸친 학생 발표 세미나 등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는 교과활동 수업이 진행되고 학생들도 체험학습을 진지한 수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렵고 험난한 길이지만 그 속에서 지역 사람들을 만나 문화를 배우며 직업인의 강의들도 함께 들으면서 걸어가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특히 남해안은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수님의 강의와 우연히 쉬게 된 화가촌에서 만난 미술작가 등과의 인연은 아이들의 기억에 소중하게 자리하였다.

체험학습은 특성화 대안학교들의 아름다운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일선 학교에서도 많이 체험학습을 떠나지만 버스 십여 대에 우르르 올라타서 밭떼기로 옮겨다니는 행사는 이제 지양하고 있다. 오히려 작은 인원으로 지역 문화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살아 있는 학습이 되기를 추구한다. 그만큼 사실 교사들의 준비도와 긴장감은 더할 수 밖에 없지만 학생들에게 스며드는 교육적 효과는 더욱 크다고 본다.

ⓒ 변경환

몇 해 전 서울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에는, 마천동성당 앞 소년 예수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함께 하면서 성당도 가고……. 동시에 주말이나 방학에는 서울 하늘공원에 다녀오고, 전라남도의 여러 지역들을 여행하는 등 즐거움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학교에서의 체험학습은 아니지만 이 역시 길 위에서 배우는 감동이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십여 명의 남자아이들과 피부를 섞으며 함께 여행하는 것 자체도 배움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함께 일상을 벗어나 시공간을 공유하는 관계는 삶에서 깊은 인연의 기억을 남기나 보다. 지금도 그 아이들과 그 기억을 공유하면 아직도 그 곳에 함께 있는 것 같은 그리움이 남아 있기에.

<걷기 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이란 책을 보면 ‘걷는 다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라 한다. 교육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을까?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 그것이 체험학습의 목표가 될 수 있겠다. 멈추어 서서 바라보기, 일상을 떠나기 등 에둘러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 단지 함께 떠나 길을 걷는 것도 배움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된다.

가톨릭 학교들도, 성당 주일학교도, 교구의 청소년기관도 길 위에서의 감동을 너무 크게만 잡지 않고 소소히, 작은 크기의 발걸음으로 줄기차게 이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다음 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바다로 가볼까나? 아니면 여주의 이포보에 금빛 모래들을 만나러 가는 것은 또 어떨까?

길 위에서의 배움은 살아 있는 감동이다.

변경환(베드로)
지평선고등학교(특성화 대안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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