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에서는 지난 9월 19일 오후 2시부터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서울대교구 사목센타에서 가졌다. 이 날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이 '어린이들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실태와 그 영향'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정말 장엄하게 쏟아지는 빗속이다. 우리 시대의 물길도 이처럼 세차게 변하고 온몸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정신이 아득하다. 그러면서도 기자에게 차분한 이야기를 나즈막이 건네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19일 오후 2시부터 두어 시간 동안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총무 김민수 신부)에서 주관하는 <문화의 복음화 포럼> 가을 일정이 첫 발을 떼었다. 하반기 동안 가장 중요한 이슈를 삼고 있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아동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영대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은 '어린이들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실태와 그 영향'에 관하여 발표하면서 초등학생의 인터넷 이용율은 2006년 말에 이미 97.6%를 차지할만큼 확대되었으며, 이제는 인터넷 이용을 넘어서 휴대전화가 일상화되는 시점에 와있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다른 선진국에서는 인터넷의 주 이용층이 20-30대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엔 10대 청소년들이 주 소비층이라고 말한다. 이는 청소년들이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 과도한 경쟁으로 몰고가는 억압적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일종의 해방감과 일탈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인터넷이 활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비롯한 청소년들의 '중독증'이다. 중독증이란 과다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장을 받거나 대인관계에서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떠오르는 휴대폰과 개인 휴대 단말기(PDA) 는 일종의 청소년 개개인의 분신처럼 느껴지며 그들 집단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아이콘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여기에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휴대폰이 없으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소통의 잔절과 고립을 두려워 하여 휴대폰을 절대 꺼놓지 않는다.

발제 뒤에 가진 질의응답과 토론에서 쟁점이 된 것은 아동 청소년들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쉽게 폭력성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발제자는 여기에 대응하여, 직접적인 금지명령 -너, 인터넷 하지 마라! 등 -보다는 평소에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생명과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양육할 것을 권한다. "모기 빼고, 집에서 벌레라도 함부로 죽이지 않게 한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높이면 피 튀기는 폭력성 게임을 참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업과 생활에서 현실적인 좌절감을 느길 때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마음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천주교에서는 '마음수양'의 적절한 방법이 없는데, 원불교에서 실행하는 '자기 감정 자각 훈련' 같은 것을 하다보면, "앗, 내가 경계에 왔군!"하며 스스로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수 신부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이해 부족을 지적하며 미디어 환경과 기슬에 대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박영대 소장은 그 방법에서, 미디어에 대한 윤리적 접근보다는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효과적임을 강조했다. 금지 아닌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편 교회 차원에서는, 주일학교 중심의 체제에서 매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방과후 학교 형식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시 되었다. 부개동 천주교회의 '나눔터'라는 실험적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예로 제시되었는데, 결국 문제는 부모들의 인식 부족이었다. 방과후 학교보다는 학원을 선택한다는것이다.

아동 청소년 사목은 매일매일 그들과 만나려는 교회의 의지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는 생각을 기자는 하였다. 아동 청소년도 일주일에 하루만 신자인 경우가 태반이다. 일상 속에서 그들의 인성을 돌보아 줄 수 있는 더 실제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줄로 안다. 문화의 복음화 포럼은 좀더 구체적인 사목적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포럼을 발전시키겠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기대가 된다.

/박영대 2007.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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