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모니터링 자료는 11월 4일자 평화신문 943호와 가톨릭신문 2572호이다.

‣ 3일이 지나고, 100일이 지나고, 7년이 지나도록 반성하지 않는 그대는 누구인가?

1999년 12월 24일 자정,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육중한 청동 「성문」(the Holy Door)을 활짝 열어젖히며 역사적인 2천년 대희년의 문을 열었다. 교황은 사순 제1주일인 2000년 3월 12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인류와 하느님 앞에서 과거 2000년 역사 안에서 교회의 구성원들이 잘못한 일에 대해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다.(가톨릭신문 1999년 12월 26일)

한국천주교회는 다음 해의 대림 첫 주일인 2000년 12월 3일 각 교구의 주교좌 성당에서 일제히 역사적인 참회예식을 거행하고 과거사 반성문건인 ‘쇄신과 화해’를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7개항으로 된 반성문건의 서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대희년과 함께 새천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가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중략)...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완수하신 구원의 은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 신앙으로 결합된 형제자매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함께 고백하고 참회하고자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 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하려 합니다.”이어진 7개 항목 중 6항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교회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르 10,45)고 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그대로 따르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때때로 우리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위에 빠지거나 외적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 풍조를 따르는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당시 일반 사회에서는 한국교회의 이런 성찰과 반성에 대해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겸허하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했다.(평화신문 2000년 12월 10일) 그러나‘쇄신과 화해’가 대희년의 이벤트 이었나?

이웃종교인 불교에서 10월 19일 경북 문경 봉암사의 ‘수행종풍 진작을 위한 대법회’에 종정 법전스님,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스님 1천여명이 모였다. 그들은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현수막 아래에서 법회가 시작될 무렵 쏟아진 폭우에 가사장삼은 흠뻑 젖었지만 한국 현대 불교를 중흥시킨 ‘봉암사 결사’의 마음을 되새겼다.(불교신문 10월 20일) 이틀 후 서울 길상사에서 법정스님은 불가의 이런저런 일을 두고“출가 정신의 부재에 따른 가사 입은 도둑들의 짓거리”라고 매섭게 회초리를 드셨다.(한겨레 10월 22일)

한국천주교회 안에는 몇 달 사이에 희한한 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재를 뒤집어쓰는 구석이 없다. 교회언론이 애당초 고고한 백로임은 익히 아는 것이고, 회초리를 드는 어른도 없다. 교황청에서, 남미에서, 북미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는 해외토픽류의 일까지야 변방(?) 한국교회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내에서도 이제는 일반 언론에 교회의 추문이 실리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

흠집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이니 금전문제나 성 윤리적 문제 혹은 뺑소니 교통사고도 있을 수 있다고 하자. 허나 개인의 반성이 아니라 교회(공동체)의 반성이 없다면 이는 안 될 말이다. ‘내 탓이요’는 한국천주교회의 특허품이질 않는가? 3일이 지나고, 100일이 지나고, 7년이 지나도록 반성하지 않는 그대는 누구인가?
2006년 7월 20일자 한겨레신문의 기획위원 손석춘은 ‘니들이 그러면 안 된다’란 칼럼을 썼다. 그 말은 손석춘의 말이 아니라 한 여인이 포스코 본사 앞에서 “니그들 다 핑핑 에어콘 바람 쐬며 있을 때, 우리 남편은 뙤약볕에서 10시간씩 일했다. 니들이 그러면 안 된다!”라고 했던 말이다.

교회언론이여, 기사로 못쓰겠다면 손석춘이라도 데려와라. 
 

/ 김유철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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