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 유고 강론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것은 모든 일은 하느님이 주관하시며, 우리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이런 진리를 깨닫게 되면 마음이 가난해집니다. 또한 그렇게 되면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도울 줄 알게 되며, 그럼으로써 이웃사촌과 친구가 될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곧 그 사람을 만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만에 우리는 이태석 신부가 사제로서 톤즈의 친구들과 세상에게 말걸었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가난과 분쟁의 땅 아프리카 수단에서 가난한 이들의 치유자, 스승, 친구로 살았던 故 이태석 신부. 그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매 주일 전했던 강론 41편이 책으로 묶였다.

▲이태석 <당신의 이름은 사랑>, 다른우리
한국 살레시오회에서 정리한 故 이태석 신부의 유고 강론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다른우리 펴냄, 2011)에는 톤즈에서 느꼈던 안타까움, 기쁨, 신앙, 고통이 ‘사랑의 실체’로 고스란히 배어있다. 2004년 12월 대림시기로부터 시작되는 강론에는 참 행복, 가난, 용서, 그리스도인의 삶, 부활과 희망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담고 있다. 또한 그 속에는 깨달음에 대한 감사, 친구들을 향한 사랑 고백, 삶과 신앙에 대한 당부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온전히 그 속에서 살았던 이가 가진 힘이다.

“많은 공부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봉사하는 그리스도의 본질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배운 많은 것을 본래의 목적대로 올바로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곳 톤즈에 와서도 저는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며, 법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절박한 요청에 따라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에 길들이고 있답니다. 우리가 왜 사는지, 지금하고 있는 이 일을 왜 하게 되었는지 잊지 않는 지혜로움을 갖도록 노력합시다.”

이태석 신부는 자신의 강론을 듣고 있는 톤즈의 친구들에게 그들의 일상과 자신의 성찰이 녹아 있는 이야기를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지만, 결국 모든 것의 으뜸은 사랑이며,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고백을 통해 우리가 ‘사랑’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톤즈의 돈 보스코’로 불렸고, ‘돈 보스코가 나를 축복했습니다’라고 고백했던 그는 돈 보스코의 삶과 영성을 한시도 놓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삶이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우리 삶이 생명으로 살아 있게 되니까요. ‘누구든지 나를 믿으면 살게 된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는 동시에 무서운 경고일 수 있습니다. 선택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희망으로 받아들일지, 또는 경고로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글의 사이사이에 담겨있는 톤즈의 주민들과 이태석 신부의 모습은 가난과 분쟁으로 인한 비참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진정으로 함께하는 치유와 나눔과 사랑이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태석 신부는 관념이 아닌 삶, 마음을 내는 실천이 사랑이라고, 지금 가진 것이 부족하다 탓하거나 조바심 내지 말고 그저 함께 할 때, 그곳에 행복이 있다고 전한다.

이웃에게로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며 다가갔던 이태석 신부. 그는 이제 저 높은 곳에서 한시도 잊지 않던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단단한 우리의 껍질을 부숩시다. 그리고 이웃을 위해 나를 죽입시다. 그러면 이웃을 살릴 뿐만 아니라 당신은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됩니다. 우리 모두 천국에서 영원토록 함께 살기를 바랍니다 그곳에서 저는 의사도, 신부도 아니고, 그저 여러분의 친구로 여러분과 함께 즐겁게 지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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