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청소년신앙교육을 꿈꾸는


성당에서 놀자!

그런데 왜 이런 프로그램을 성당에서 해야 하는가? 문화센터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인데 말이다. 옹달샘은 이런 교육은 반드시 성당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혼자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행복해져야 하는데 문화센터 등에서 배우는 것은 혼자만의 배움이니 결국 학원을 하나 더 다니는 것밖에 안 된다.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는 가운데 배움이 더 커질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어울리며 배우고, 배운 바를 다시 나눌 수 있는 가족같은 공동체가 있어야 그 배움이 온전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당에서 해야 한다.

2007년 7월에 시작된 두레터 2호에는 한 과목 이상 수강하는 어린이가 130여명인데 100여명은 성당 신자인 아이들이고, 30여명은 다른 성당 아이들이거나 비신자인 지역 청소년들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함께 하며 통합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서로 다른 상황의 아이들이 함께 부대끼고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 두레터 아이들은 배운 바를 함께 나누는 공동작업도 하고 있다. 본당 행사에 어린이들도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며 요리교실에서 배운 솜씨로 본당 행사 때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였다. 어린이들을 위한 은총잔치 비용을 아껴 지역내 독거노인들을 방문한 계획도 아이들 스스로 세웠다. 본당에 있는 노인대학과 연계하여 두레터에서 배운 것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즐겁게 해드리기도 한다. 더 나아가 두레터를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놀이터가 마땅치 않은 어린이들에게 성당 교리실과 마당은 훌륭한 놀이터이고, 이 안에서 함께 뛰어놀며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다. 성당 구석구석은 아이들의 작품으로 가득한 전시장이다. 옹달샘은 “성당에 놀러 온 아이들은 그들을 반기는 본당 사제와 수도자에게서 하느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며 성당에서 두레터를 운영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성당에서 어린이 미사가 있는 주일오전이나 토요일 오후에만 잠깐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금요일 오후에 방문했던 심곡본동 성당에는 아이들이 장난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아이들 덕분에 성당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간혹 아이들이 성당을 더럽게 만들고 교리실을 일주일 내내 이용하다보니 전기료가 더 많이 나온다고 불평하는 소리들도 들리지만, 이 신부는 그런 것들은 불평거리도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성당은 죽은 성당”이라고 말한다. 이 신부는 신앙심이 생기는 것은 어릴 때일수록 효과적이라며, 어린 시절 성당에서 즐겁고 따뜻한 체험을 한 이들은 비록 중간에 교회를 떠난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하느님 품이 그리워 돌아오게 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이 오는 것을 막지 말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성당도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부모부터 변화되어야 한다!

두레터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신부는 가장 아쉬운 것으로 학원을 끊지 못하는 부모들의 불안감을 꼽았다. 사목자로서 본당 아이들(이 신부는 ‘내 새끼들’이라고 표현했다)이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신부를 믿고 두레터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부모들은 여전히 학원을 포기하지 못하고 선뜻 두레터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부모들이 학원에 보내는 것은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덕진 신부는 말한다. 학원에 보냈으니 공부하겠지하고 부모 스스로 위안하며 아이들을 학원에 맡겨버린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두레터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현황을 따로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신부가 가늠해 보기로는 본당 아이들 중에 대략 1/3 정도의 아이들만 학원에 안가고 두레터에 나와 신나게 놀고, 1/3 정도의 아이들은 학원과 병행하며 힘들게 두레터를 다니고 있고, 1/3 정도의 아이들은 아예 두레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신부는 두레터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여 거의 매일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는 어린이들은 주일미사나 교리 때도 주도적일 수밖에 없는데, 두레터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과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 것이 몹시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두레터 아이들이 밝게 성장하면서 여러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수록,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 이런 기회를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부개 2동에서 두레터 2호를 만들 때는 부모교육부터 먼저 시작하였다. 효과적인 부모역할 훈련(P.E.T. 교육)을 하면서 부모들이 자녀를 대하는 태도부터 변화시켰고,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두레터와 같은 프로그램을 원하도록 이끌었다. 또 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전에 본당 아이들의 창의력 검사도 실시하였다. 올해 6월 부개2동 성당 초·중·고등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창의력 검사(토란스 박사의 표준화 창의력 검사 TTCT)를 실시하였는데,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평균 점수에 미달되는 현실이고, 몇 명은 분노로 가득 차 부정적이다 못해 파괴적인 사고를 하고 있으며, 우울지수가 높아 무기력해져서 심리 상담 전문가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할 만큼의 심각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 아이들에겐 보습학원이나 논술학원, 영어학원이 아니라, 즐겁게 잘 놀면서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인식한 부모들의 의지로 두레터를 이끌어나가도록 이 신부는 부모들을 설득하고 지원하고 있다.

두레터는 과목별 전문교사들이 수업만 진행하고, 학생모집이나 관리 등 전반적인 운영은 P.E.T. 교육을 마친 부모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에서 담당한다. 부개2동 성당 두레터는 각 과목마다 어머니 2명씩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부모들은 단순히 수업을 돕는 보조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도 같이 배우는 것이다. 월 1회 부모도 따로 교육을 받고, 아이들 수업을 보조하면서 함께 배운다. 요리교실을 보조하던 어머니는 두레터 수업을 통해 조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였다. 아이들 키우느라 성당활동에 소극적이던 30대 주부들이 자녀를 따라 성당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자녀가 성당에서 주로 노니까 혹시나 곱지 않게 보는 어른들이 있을까봐 부모들은 성당 봉사활동에도 더 열심히 참여한다. 비신자이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니까 보냈던 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성당에 왔다갔다하면서 입교하고 세례를 받는다. 두레터 1호의 경우 주임사제가 바뀌었지만, 학부모 운영 위원회에서 본당 단체 사도직으로 등록하고 활동하다보니 사제의 인사이동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두레터의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독자적인 재정운영체제이다. 본당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간섭도 많고 자율적인 운영이 이뤄지기 어렵다. 또 프로그램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강사를 섭외해야 하는데, 그에 맞는 대우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성당에서의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두레터에서는 한 과목당 매월 3만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창의 수업만 하더라도 강남에서 24만원 받는데 그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게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 수강료 수입의 85%는 강사에게 지급이 되고, 나머지 15%는 수강생이 적은 과목 강사에게 보조된다. 아이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아도 수업이 계속 개설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는 강사들이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마련하거나 본당 빈첸시오회 등에서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을 받는다. 성당에서 하는 것들은 모두 공짜라는 인식을 깨고 수강료를 받는 것은 참여하는 이들에게도 책임감을 주어 기존의 성당 프로그램과 다른 태도로 참여하게 한다.

옹달샘은 사실 자신의 두 딸을 교육시키기 위해 좋은 선생님들을 찾아놓고 보니 내 자식만 교육시키기 너무 아까워 두레터 아이들과 나누게 되었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기적인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솔직히 부끄럽다고 하셨지만, 부모의 자식사랑이 올바른 방향을 찾을 때 얼마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다음에 계속)

/이미영 200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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