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엘리스, ‘홀로코스트와 제국주의 신학’에 대해 강연

지난 11월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층 강당에서 기쁨과희망사목연구소 주관으로 마크 엘리스(Marc. H. Ellis)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홀로코스트와 제국주의 신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강연은 세계화 시대를 사는 종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나치 치하에서 학살당한 유태인들과 현대를 사는 팔레스타인 대중들의 가혹한 삶을 다루면서, 제국에 대한 종교의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엘리스 교수는 자신의 책인 <유대인 해방신학 Toward a Jewish Theology of Liberation>을 소개하면서, 표지에 그려진 다비드의 별 가운데 있는 나무 그림이 곧 팔레스타인 사람들임을 가리키면서, 우리들의 관심사는 억압받는 사람들이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는 유대인 문제를 파헤쳤던 엘리 비젤이 워싱턴 D.C에 ‘홀로코스트 뮤지엄’을 세웠을 때, 그 박물관 한가운데 미 제국을 기리는 기념탑이 조성되는 바람에, 본래 맥락이 달라졌다고 한다. 비젤은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홀로코스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도록 하였으나, 오히려 미국 자체를 찬양하는 자리로 변질된 것이다. 이는 유대인들과 미국을 연결시킴으로써 현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피해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엘리스 교수는 비판한다. 엘리스 교수가 보기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과거에 유태인들이 받았던 것과 똑같은 고통 속에 있는 것이며, 이제는 힘을 가진 유대인이 다른 이들을 박해하는 것이다.

엘리스 교수는 자신도 마찬가지로 유태인이면서 이러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생자들을 모태로 또다른 가해자가 되려고 하는 유대인을 향해 비판적으로 글을 쓰고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였다. 그중에는 자신의 아들인 아론도 포함되어 있다. 아론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포격으로 부숴진 집을 지어주고 왔는데, 아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하느님과 계약관계에 있다"고 믿는다.

엘리스 교수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장벽을 설치한 유대인들은 새로운 힘을 얻어 ‘콘스탄틴 유태교’가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가 볼 대 종교는 두 유형 뿐이다. 제국주의를 추구하는 콘스탄틴 유대교, 콘스탄틴 기독교, 콘스탄틴 이슬람...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양심적인 유대교, 양심적인 기독교, 양심적인 이슬람이다. 우리는 그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데, 본래 가난한 이들의 교회였던 그리스도교는 이제 강자들을 위한 ‘콘스탄틴 기독교’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잊지 않았다.

엘리스 교수는 자신이 ‘콘스탄틴’ 기독교라는 말에 담았던 제국교회의 모습을 비유럽권의 교회에서도 발견한다고 말한다. 유럽의 식민지였던 지역의 교회에 가 보면, 신자들은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이 자신들의 토속적인 문화와 종교 안에 있는 것보다 높아지는 것처럼 여긴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기독교가 소수종교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인도 같은 곳에 가면, 기독교가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사회전복적 메시지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타종교를 뒤집어 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반대하여 인간적 공동체를 형성하라는 명령이라면서 예언자직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엘리스 교수가 2004년에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 한국의 어느 신자가 “당신은 종교 아나키스트군요?”하고 질문한 사실을 기억하면서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모두가 종교적 아나키스트(Religeous anarchist)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가 보기에 예수 역시 종교적 아나키스트였다는 것이다. 예수는 그 당시 그리스도인이 아니었으며 유대종교마저 상대화시킨 급진적 유대인이었다고 말한다. 예수는 로마제국과 식미주의의 그늘아래서 실천적 행위를 했던 양심적 유대인이었다. 예수는 예언자 라인에 서서 진리로 권력에 대응했으며, 다른 이들을 끌어안으려다 박해받고 죽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예수를 박해한 자들은 유대와 로마의 기득권층이었다.

엘리스 교수는 교의와 기존체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발언하는 예언자들을 그동안 교회와 국가, 또는 국가와 결탁한 교회가 박해해 왔음을 지적하고, 이는 예수의 전복적 사고에 교회가 거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상봉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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