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맥도나 신부, 물과 기후변화, 생명에 대해 명동에서 강연

지난 11월 10일 오후 2시부터 명동가톨릭회관 7층강당에서 ‘물, 기후변화, 그리고 생명’이라는 주제로 션 맥도나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이번 강연회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진출 75주년을 기념하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공동주관으로 개최된 것이다.

션 맥도나 신부는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계 파괴라는 도전과, 그 도전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들의 태도에 대해 답변에 나섰는데, 이 자리에서 가톨릭교회의 대응이 미진함을 강조하였다. 션신부에 따르면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펴낸 <간추린 사회교리>에는 생물체 멸종에 대해 단지 반 단락만을 할애하였으며, 생태학의 토대가 될만한 명백한 신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겨우 8개 단락만 생물공학에 할애하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출간한 1962년에 시작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조차 “실망스럽게도 생태학적 유린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고 개탄했다.

가톨릭교회는 신학교에서도 대개 생태신학을 가르치지 않는 실정이며, 이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가톨릭 신학자나 주교는 소수에 머문다고 안타까와 하였다. 가톨릭신학에서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청지기’ 역할을 맡겼는데, 이러한 돌봄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션신부는 이를 두고, “하느님께서는 노아의 방주에서 보듯이 인간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과 계약을 맺으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주는 거의 140억만년이나 되었으며, 우주 안에 있는 생명체는 35억 만년 이상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람이 만물의 기준이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 창조되었다는 오래된 신념에 전면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경우에도 1990년 서울에서 개최한 ‘정의평화,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회의에 소극적으로 참여했음을 지적했다.

션신부는 ‘창조주인 주님과의 평화, 모든 피조물과의 평화’라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문헌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세계교회협의회와 같은 다른 교회 단체들이 가톨릭교회보다 생태학적 문제에 대해 훨신 앞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개신교뿐 아니라 자연에 대해 오랜 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 불교 등 다른 종교단체들과 협조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에서 션신부는 특히 물에 대해 강조했는데, 그는 지구상의 물은 97.5%가 바다에 있으며, 2.5%의 담수 가운데 1%만이 우리 쓸 수 있는 물의 양이라고 말한다. 보통 한 사람이 하루에 꼬고 필요한 물은 50리터 정도인데, 미국인은 하루에 600리터의 물을 가정에서 소비하고, 유럽인은 250에서 300리터를 소비하고, 사하라 사막 이남의 사람들은 하루에 고작 10에서 20리터의 물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그는 유엔의 예측을 빌어 2025년이 되면 세계인구의 3분의 2가 물부족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18억 명이 물 부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 물 문제도 경제적 능력과 관련이 있을 텐데, 부유한 나라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적은 비용으로 물을 마실 수 있고 호화판 수영장까지 소유하고 있지만, 아프라카 탄자니아 사람들은 그들이 벌어들이는 일당의 5.7%를 물세로 납부한다고 한다.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는 물의 오염이 질병의 원인이 되어, 아프리카에서는 한 해 동안 무려 2백만 명의 사람들이 설사, 말라리아 등의 수인성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매일 6,000명의 어린이들이 수인성 위장염으로 죽어간다고 보고했다. 이 숫자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와 미국방부가 공격당했을 때 사망한 사람들의 두 배가 되는 숫자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물 문제는 강들이 여러나라의 국경선을 가로지르고 있으므로 전쟁의 원인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션신부는 에집트에서 탈출하기 위해 홍해를 건너던 이스라엘 백성들과 물에 빠져 죽은 에집트 병사들을 떠올리며 물은 축복이 되기도 하고 사망으로 이끌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예수가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려는 사명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예수는 요르강에서 나오실 때 “우주를 함께 짊어지고 나오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이 말한 바와 같이 “결속이란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하고 있는 물에 대한 걱정은 모든 이가 함께 나누어야 하는 걱정”이라면서, 물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귀중한 은총이기에 물을 시장에서 팔고 사는 상품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물의 민영화를 반대하였다. 더불어 션신부는 지구온난화와 혹독한 기후변화를 강조하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상봉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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