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여긴 쿠바야> 한수진·최재훈 지음

▲ 쿠바의 풍경이 아닌 쿠바 사람을 표지에 담은 데서도 이 책이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사진: 고동주 기자)
전 세계 티셔츠에 가장 많이 새겨지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체 게바라일 것이다. 미국의 코앞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고 경제봉쇄를 이겨나가는 쿠바. 혁명뿐 아니라 구릿빛 피부의 악단들이 시가 연기 가득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연주를 하는 낭만까지.

열정의 나라 쿠바의 맨 속살을 보겠다며 수년간 모은 돈을 탈탈 털어 <경계를 넘어>라는 국제연대운동 단체 활동가인 한수진과 까밀로(본명 최재훈)는 거침없이 쿠바로 떠난다. <괜찮아, 여긴 쿠바야>(책으로여는세상 펴냄)는 이들이 만난 쿠바인의 속살을 보여준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건축물과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쿠바밖에 없다” 한 캐나다인은 휴가 때마다 쿠바를 찾는다. 수진과 까밀로는 이 캐나다인과는 다르게 “애써 화장을 한 것도, 그렇다고 일부러 흉측하게 그려놓은 것도 아닌 쿠바의 있는 그대로의 맨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여행의 목표로 삼는다.

쿠바의 맨살을 보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문화와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 낸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수진과 까밀로는 수없이 많은 쿠바 사람들을 그야말로 거침없이 만난다. 이전부터 친분을 다져놓은 젊은 친구 호세와 롤란도를 비롯해 많은 까사(민박집) 주인들, 음악가들, 도시의 잘 사는 사람들, 시골의 가난하고 순박한 농사꾼들, 젊은 날 뜨겁게 혁명에 참여했으나 지금은 노인이 된 사람들, 자본주의에 환상을 품은 퇴역 장교, 외국 관광객에게 어설픈 사기를 치는 히네떼로들까지. 수진과 까밀로는 이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쿠바의 문화와 역사를 전한다.

이들이 거침없이 쿠바인들과 어울릴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무한 경쟁에 찌들지 않고 여전히 인간애가 남아 있는 쿠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엄청난 낙천성 때문이다. 까밀로는 히네떼로인지 알면서도 모히토(쿠바식 칵테일)를 사주면서 그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다른 여행객들과는 달리 쿠바에 대해 깊이 알아보자며 무턱대고 쿠바 외교부를 찾아가기까지 한다.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급기야 여행의 마지막 즈음, 흑인에게 강도를 당하는 데까지 이른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들의 착각이다. 쿠바에서 만난 친구 롤란도는 “음악전문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흑인이 무슨 바이올린이냐며 타악기를 강요한다”고 전한다. 제도적 차별은 없지만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카스트로를 존경한다면서도 “나도 기회만 되면 너희처럼 자본주의 국가에 가서 살고 싶어”라고 말한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쿠바는 위기에 처했고, ‘고난의 시기’를 넘기 위해 외국 관광객에게 문을 열었다. 비싼 옷에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서양 관광객이 자본주의 문화를 퍼뜨린 것이다.

수진과 까밀로의 눈에 비친 쿠바가 평등과 정의로 가득 찬 파라다이스는 아니었다. 자본주의국가든 사회주의국가든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친손자도 아닌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래도 우리 손주나 마찬가지랍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하는 부부를 보며 쿠바의 따뜻한 얼굴을 본다.

<괜찮아, 여긴 쿠바야>가 무작정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쿠바의 중요한 정보들까지 빼놓지는 않는다. 책의 사이사이마다 Information(정보) 페이지를 통해 쿠바의 물가, 역사, 종교, 음식 등을 알려준다.

수진과 까밀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곧장 콩가 소리가 들리는 쿠바로 떠나야 할 것만 같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먼 나라에 어떻게 갈지 걱정하지 말자. 책 제목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괜찮아, 여긴 쿠바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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