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오체투지 순례 마지막 여정
2008년 10월 26일(일) 오체투지 53일차 마지막 순례길은 논산시 상월면 석종리 새동네 인근에서 시작하여 계룡산 신원사에서 마무리 되었다. 순례단은 지난 9월 2일부터 우리 사회에서 상처받아 위로와 화해가 필요한 사람들의 기운이 서린 서울 조계사, 기륭전자, 대추리 등을 방문하고 난 뒤 9월 4일 지리산 노고단 하악단을 출발한 이후 53일만에 오늘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 도착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식구 11명은 부천과 서울에서 만나 순례지로 출발하여 오후 1시 30분경 선원사 사거리에서 오체투지 순례단과 합류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순례단이 사거리에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는 어디 계신 지 그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 종교를 초월하여, 사상을 초월하여 전국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이 징소리에 묻어나오는 오체투지 순례팀의 비장하고 숙연한 마음을 되받으며 허리를 깊이 숙여 절을 하였다. 순례단은 1km 길을 천리인 듯 기어가는 지렁이처럼 그렇게 느리고 겸손하게 대지에 입 맞추며 선원사 상악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후 3시 10분경 순례단이 선원사에 도착하자 올 해 순례길 마무리로 회향 천고제( 회향이란 수행, 선업을 나누는 것이며, 천고제는 우리의 괴로움, 아픔을 하늘에 아뢰는 제사이다)가 열렸다. 오체투지 순례단이 상악단에 들어서자 이곳에 미리 왔던 사람들이 큰 박수로 맞이하였고 서로 마주 보며 삼배를 하였다. 사회를 맡은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금천동 성당, 정의구현사제단)가 1차 오체투지 순례 회향 행사 시작을 알렸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맞절을 하며 기쁨과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 회향 천고제 행사 일정
- 벽사 검무 : 중요한 과업의 성공적 완수를 기념하기 위해 추는 춤
- 상악단 입장 : 회향과 고천을 위해 솟대, 흙, 물을 앞세우고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와 진행팀이 상악단에 입장
- 점촉, 분향 그리고 참배 : 제단에 촛불 붙이고 향을 피운 뒤 기도
- 축하 공연 : 평화동 성당 성가대와 화계사 합창단이 합동 공연(♬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 ♬; ♬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 ♬)
- 모든 참석자들의 삼배
- 합수 및 합토 : 지리산과 계룡산의 물과 흙으로 합수 합토하여 상악단 제단에 바침
- 고천문 낭독 : 참가자 전원이 무릎 꿇은 자세에서 조항우 순례팀장이 박남준 시인이 쓴 하늘에 고하는 - 기원문인 고천문 낭독
- 분축 : 하늘을 향해 고천문을 태우는 분축 예식
- 모든 참석자들의 삼배
- 소개 및 보고 : 지관 스님의 순례단 소개 및 경과보고 그리고 소회 인사; 내년 순례 일정 2009년 3월~, 북한산을 출발하여 묘향산 도착
- 시낭송 : 김지하 시인의 ‘산 촛불’을 ‘촛불-유모차 어머니’ 대표 임미경 낭독함
- 격려사 : 순례 참여자 4명의 격려 발언 및 박찬종의 노래 공연
- 명상의 시간 : 전체 마무리 명상
- 평화의 인사 : 참여자 전체 평화인사 나누며 마무리
상악단 벽에 붙은 현수막 내용은 오체투지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우리의 기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할 따름입니다.
희망, 당신을 향한 우리의 기도는 계속됩니다.”
환갑을 훌쩍 넘기고 63세인 문규현 신부, 두 번의 무릎 수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정진하신 수경 스님, 갑작스런 안식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전종훈 신부, 이 세 분 성직자들의 고행은 가장 가까이에서 오체투지 순례를 함께 하는 진행팀은 물론 이분들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을 가슴 깊은 곳에 남기고 있다.
가장 낮고 미천한 자세로 우주의 생명체를 접하고, 세상을 보고, 그로써 나 자신을 대하고 사랑할 수 있음을 체험하게 해 준 이 시대의 예언자. 우리는 그런 예언자를 목말라하고, 우리 자신이 예언자가 되어야 함을 초대받고 있다.
/최금자 글, 사진 김용길 200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