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니언 신학대학에 재직 중이며 자신을 살림이스트라 부르는 생태여성주의자 정현경 교수가 지난 8월 6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았다. 이날 강정에서는 제2차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촉구 제주강정 평화대회가 열렸다.

정 교수는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를 물어보자마자 반민주적이며 반평화적이고 반환경적이라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귀신에 빙의 됐다”라고 말한다. 정 교수에게 강정은 신자유귀신이 씐 대표적인 마을이다.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풀어서 설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전 세계에서 신자유주의로 고통 받는 민중이 연대해서 귀신을 물리쳐야 할 것”이라며 자신도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강정을 찾았다고 말한다.

강력한 정부의 공권력 앞에서 강정마을이 이길 방법에 대해 정 교수는 “적은 숫자이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삶의 원칙을 지켜간다면 바뀔 수 있다”라며 “사회운동은 코끼리와 사자가 바꾸는 게 아니라 개미와 거미처럼 곳곳에 구멍을 뚫고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강정마을에 오기 하루 전 8월 5일, 여성주의 평화통일운동 단체인 ‘조각보’의 창립총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조각보는 남성 중심의 통일운동이 아닌 감성적이고 일상 생활적인 평화 운동으로서의 통일 운동을 신조로 하고 있다.

▲ 제주강정 평화대회에 참여한 정현경 교수. (사진: 고동주 기자)

질문: 한국에는 왜 오게 됐는지?
답변: 13개월 동안 이슬람 18개국을 돌아다니며 여성 평화운동가들을 인터뷰했다. 이를 책에 담고자 한국에 왔다.

어제는 여성주의 평화통일운동 단체인 ‘조각보’ 창립식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통일운동은 남성 중심으로 ‘6자회담’과 같은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방식이었다. 이보다는 남북의 여성들이 가슴으로 만나 서로에게 자매가 되어줄 수 있는 감성적이고 일상 생활적인 평화 운동으로서의 통일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있는 한국 여성들이 대화를 통해 평화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도 만들고 북한 여성들이 낳은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태양열로 콩을 끓여 두유도 만들어 먹이려 한다.

남북여성들이 노래 실력을 뽐내는 ‘전국노래자랑’도 하고 ‘나는 가수다’도 하고 ‘남북 여성, 스타와의 춤’도 하고 싶다. 또 ‘여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합창도 하고 부산에서 시작된 기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파리까지 함께 가고 싶다.

이렇게 통일의 여건들을 생활에서 만들어 갈 것이다. 남북 간의 이런 ‘낭만’을 자꾸 만들어내서 더는 서로 싸울 수 없는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